부동산 규제의 풍선 효과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
  •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8 12:00
  • 호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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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올라야만 전·월세 임대주택 공급되는 역설

7만4000명. 작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의 숫자다. 14만6000호. 이들이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건수다. 이들은 다주택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작년 임대주택 등록 숫자인 14만6000호는 2018년의 34만 호와 비교하면 약 60% 이상 감소한 수치다. 큰 폭으로 줄었다. 시계열을 늘려 보면 매년 약 12만~15만 호 수준이 임대주택으로 등록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2018년의 등록 숫자가 이례적으로 굉장히 컸던 셈이다.

임대시장은 전세와 월세, 이 중간의 보증부 월세를 의미한다. 한국에는 총 2000만 호 수준의 주택이 존재하는데, 이 중 870만 호가 임대로 거주 중이다. 전체 임대 중에서는 공공임대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약 150만 호를 공급한다. 이를 뺀 나머지 720만 호 정도를 민간이 공급한다. 민간은 보통 기업이나 개인을 의미한다. 개인이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말은 다주택자가 집을 추가 매입해 이를 전·월세로 놓는 걸 의미한다.

한국에는 총 2000만 호 수준의 주택이 존재하는데, 이 중 870만 호가 임대로 거주 중이다. 전체 임대 중 공공임대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약 150만 호를 공급한다. ⓒ시사저널  고성준
한국에는 총 2000만 호 수준의 주택이 존재하는데, 이 중 870만 호가 임대로 거주 중이다. 전체 임대 중 공공임대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약 150만 호를 공급한다. ⓒ시사저널 고성준

2018년, 부동산 시장이 움직였다

한국은 2010년대 들어서도 매년 30만 호 수준의 가구가 순증하고 있고, 앞으로도 가구 수는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가구는 주택의 수요 단위니만큼 늘어나는 가구 수에 비례한 주택공급은 필수가 된다. 다만 모든 신규 생성 가구가 집을 살 수는 없어 보통 자가 40~50%, 임대 40~50% 수준으로 매년 증가한다. 임대 50%도 임대 목적으로 공급된다기보다는 다주택자가 추가로 집을 사서 이를 전·월세로 놓아야만 공급된다. 바로 이 점이 우리 임대시장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대목에서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이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령 주택 매매가격의 상승이 기대되면 다주택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주택을 매입하고, 이를 전·월세로 놓는다. 반대로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되거나 주택 보유에 대한 규제로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주택을 더 사들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임대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주택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라야 임대주택이 공급된다는 점에서 우리 임대시장은 근본적인 공급 문제를 갖고 있다. 임대주택의 공급에서 다주택자는 총 임대주택 공급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독점적 사업자라고 봐도 무방하기에 그 영향력은 엄청나다.

반대로 주택시장이 위축되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할 전망이 높다고 예상되면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입 역시 위축된다. 이는 임대주택 공급이 감소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한국에서 쓸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이란 설령 시장이 과열되는 한이 있더라도 임대공급의 독립이 있지 않고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17년 말 발표됐던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은 이런 구조적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주택자들에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더 큰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임대주택 등록자의 비중이 여전히 20% 미만이고, 80%가 등록을 하지 않아 제대로 된 소득 추계에 의한 과세와 임대시장의 품질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등록 임대사업자가 많다 보니 정부는 임대 등록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줄 근거를 마련했다. 일단 등록이라도 시키자는 취지였다. 등록하지 않은 개인이 85% 이상인 시점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2017년 12월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이라는 정책이 나왔다. 이 정책에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시 ‘양도소득 70%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재산세 감면’이라는 트리플 혜택을 부여했다. 먼저 양도소득세 70% 감면은 주택을 매각할 때의 매각차익에 대해 최대 70%를 공제한다는 의미였다. 주택 매각으로 5억원의 차익이 났다면 3억5000만원은 공제하고 나머지 1억5000만원에 대해서만 세율(6~42%)을 곱한다는 것이다. 즉 양도소득세가 종전 대비 최대 5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는 다주택자들의 경우 주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과세를 적용받는데, 임대등록을 하면 이런 종부세 대상이 아니게 된다. 즉 종부세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대 600채 이상을 등록한 개인들이 나왔다. 물론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미등록 다주택자보다 제도와 원칙을 더 잘 따르는 사람들로 봐야겠지만, 그 혜택이 너무 컸던 이유로 정책이 나오자마자 이듬해 임대주택 등록 숫자가 급증했다.

이런 혜택들은 기존 다주택자들뿐 아니라 1주택자들도 다주택자로 만들면서 주택 투기 수요를 자극했다. 이 투자 수요들이 결국 ‘갭투자’ 붐으로 이어졌던 것이 2018년에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2018년에만 36만 호 이상 등록됐고, 2019년이 돼서야 겨우 정상화됐다. 결국 임대사업자 등록 정책은 결론만 놓고 보면 실패한 정책이 됐다. ‘임대등록 물건 수는 평년의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으니 성공한 정책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책 목표는 임대시장 안정이었다. 결코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을 몰아줘서 시장의 투기 수요를 촉진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비조정지역에 투기 수요 몰리는 이유

매매, 임대시장에 합리적 대책을 수립하려면 지금처럼 ‘주택가격 상승 기대-전세 갭투자 증가-전세 공급 증가 -전세임대료 안정화’라는 구조로는 어렵다. 수십 년의 결과가 증명한다. 공급 확보는 ‘물리적 주택공급’이 전부가 아니다. 공공성을 확보한, 임대주택 기준에 부합하는 민간주택에 입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주거료 보조(바우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이제는 도심 내 가용 부지의 주거용지 전환(용산 등), 서울 근교의 비거주용 토지 개발 등 보다 합리적이고 규모 있는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고민할 때다.

현재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새로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제한적이다. 조정지역에서는 종부세 합산 배제가 완전히 사라졌다. 양도소득 70% 공제 혜택도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된다. 이 의미는 조정지역에서는 다주택자가 받는 혜택이 대부분 사라져 투자 수요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여전히 비조정지역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적극적으로 주택을 매입하고 임대등록을 할 수 있다. 현 제도상 어떤 규제도 없다. 덕분에 2018년 9·13, 2019년 12·16 대책 이후 비조정지역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것은 투자자금의 성격을 생각하면 자연스럽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을 나누는 이유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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