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코로나19 사태에 ‘진주의료원 폐쇄’까지 소환된 사연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3 11: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수 경남지사 “진주의료원 폐쇄, 아쉽다” 발언에 여야, 엇갈린 반응

2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진주의료원 폐쇄'를 언급한 것이 화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턱 없이 부족한 경남도 공공의료 시설 실정을 거론하면서다. 김 지사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 조치가 경남 공공병상 절대적 부족 원인을 초래했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진주의료원의 폐쇄 시점이 2013년 5월이니 6년도 더 됐는데, 그 사실을 다시 거론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남 코로나19 확진자 브리핑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경남 코로나19 확진자 브리핑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홍 전 지사는 2013년 2월 서부경남 유일의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다. 적자 누적을 폐업 원인으로 들었지만, 그보다 진주의료원을 '강성노조 해방구'로 여긴 탓에 노조와 시민사회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홍 전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지시하는 등 권한을 벗어나는 행정행위를 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고발까지 당하게 된다. 2009년 말 기준으로 1만2075명의 신종플루 의심환자를 진료했던 진주의료원은 폐쇄 이후 경남도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만 것이다.

이날 김 지사는 "경남은 공공병상 1개당 1만1280명을 감당해야 한다. 전국 평균(4104명)의 2.7배다"면서 "전국에서 공공병상 수가 가장 부족한 지역이 경남이다. 경남의 공공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원인은 구 진주의료원 폐쇄 이후 서부권의 공공의료가 공백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구 진주의료원은 2009년 신종 플루 치료 거점병원으로 지정돼 1만2000명을 진료하고, 498명의 신종 플루 확진자를 치료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며 "구 진주의료원 폐업이 더욱 아쉽고 안타까운 이유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최근 4·15 총선을 앞두고 여권은 '진주의료원 폐쇄'를 경남 총선 핫이슈로 다루고 있다. 경남 양산을에 출마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홍 전 지사를 향해 "가장 가난한 도민들이 아플 때 가는 병원인 진주의료원을 왜 폐쇄했는지 따져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홍 전 지사는 양산을 출마를 이미 밝힌 터라 김 의원의 잠재적 총선 경쟁자다.

경남 마산회원에 출마한 하귀남 민주당 예비후보도 지난달 26일 지역구 현역인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을 향해 "윤 의원은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할 때 홍준표 도정의 행정부지사로 진주의료원 폐쇄를 선두에 서서 지휘를 했던 장본인이다"며 "이런 장본인이 현재의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무슨 말을 할 자격이나 되는 사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

이렇듯 '진주의료원 폐쇄' 이슈는 경남 여권의 뜨거운 감자다. 이날 김 지사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의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경남 야권의 한 인사는 "김 지사의 공공의료 시설 확충 발언에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히 여당 총선 후보와 궤를 같이하는 고위공직자의 발언은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인사는 "공공의료 자원 확충을 위한 경남도지사의 당연한 발언이다"고 옹호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