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꿔놓은 반려동물의 일상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박사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2 14:00
  • 호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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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관련 시장 연간 8%대 성장…인공지능 등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주목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수혜업종 가운데 으뜸은 반려동물 관련이다.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시장 규모도 커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율이 가장 높은 대륙은 남미와 미국으로, 각각 전체 가구의 80%와 65%에 이른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전체 가구의 30%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도 서울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20% 수준인 85만여 가구가 반려동물과 같이 생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반려견이 있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 반려묘는 4분의 1 수준이다. 가족화 경향으로 애완동물(pet)에서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격도 한층 높아졌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 반려동물 관련 전시회에서 견주와 애완견들이 최고의 미용을 뽐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 반려동물 관련 전시회에서 견주와 애완견들이 최고의 미용을 뽐내고 있다. ⓒ연합뉴스

남미 가구 10곳 중 8곳 반려동물 키워

이 때문에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아시아 주요국의 자료를 종합하면 일본은 2020년 시장 규모가 43억 달러로 추정된다. 뒤를 이은 중국은 2019년 전년 대비 50% 성장한 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2022년까지 5억73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8%대에 이르고 있다.

급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스타트업의 도전도 치열하다. 반려동물 시장은 크게 사료, 용품, 의료, 기타 서비스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제조보다 케어 서비스 및 소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선 강아지 케어 서비스가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선도업체로는  웩(Wag), 로버(Rover), 독허기(Doghuggy) 등이 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창업한 웩은 강아지 산책을 대신 해 주는 플랫폼이다. 자체 개발한 앱을 통해 산책 중인 강아지가 언제, 어디서 배설하는지를 개 소유자에게 알려준다. 2018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3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시애틀에서 열린 ‘스타트업 위크엔드(Startup Weekend)’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로버(Rover)는 반려동물 산책뿐 아니라 훈련까지 시켜주는 기업이다. 지금은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약 20만 명의 시터(Sitter)가 활동하고 있다. 2016년 일본에서 창업한 독허기는 닛케이가 선정한 2018년 히트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차별화 전략은 24시간 케어가 가능하고, 강아지 놀이터로 넓은 전용 하우스를 이용하며 매 시간 보고서를 주인에게 전송한다는 점이다.

이들 스타트업의 공통적인 성공요인은 엄격한 채용 기준과 AI 활용이다. 즉, 견주와 시터의 매칭에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매칭률은 평균 20% 정도로 높지 않지만 그만큼 만족도가 커서 연예인 단골도 많다. 또 다른 성공요인은 위치 기반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정교한 알고리즘에 의해 당사자의 이동시간이 가장 짧은 거리, 즉 루트 정보를 감안해 매칭한다. 여기에다 가장 안전하고 최적의 산책코스 정보를 지원한다.

밀키트(meal kit) 구독 서비스를 목적 사업으로 하는 스타트업도 인기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놈놈나우(NomNomNow), 펫플레이트(PetPlate), 올리(Ollie), 더파머스독(The Farmer’s Dog) 등이 있다. 반려동물도 최근 사람처럼 양질의 식품을 먹이는 추세다. 이를 위해 매번 장을 보러 나가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구독 서비스 모델로 도전했다.

놈놈나우는 ‘사람에게 좋은 것이 동물에게도 좋다’는 캐치프레이즈로 견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비스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동물 정보를 입력하면 플랫폼에서 견종의 연령에 따라 최적의 사료 패키지를 제안한다. 소형견 기준으로 매월 84달러의 사용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최근 1년간 6.5배나 매출이 증가했다.

펫플레이트, 올리, 더파머스독 등은 유기농 ‘밀키트’ 판매를 지향한다. 유기농 식생활을 한 동물은 평균 32개월을 더 살고 암 발생률도 65%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들 기업은 향후 AI 매칭 서비스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맞춤 서비스로 고도화를 서두르고 있다.

예컨대, 기존 사료업체와 IoT 기술로 연결해 반려동물 프로필에 맞는 개인화 서비스를 지향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에 맞는 맞춤형 먹이그릇을 제공한다. 강아지는 키나 목 상태에 따라 먹이그릇 높이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반려동물 의료시장의 선도업체로는 베트(Vette), 포프린트(PawPrint), 휘슬(Whistle) 등이 있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TechChunch)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반려견이 보이는 이상 증상의 89%가 가정에서 가볍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인데도 대부분 수의사에게 달려간다. 그래서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주문형 수의사 파견 서비스업이다. 일종의 반려동물 주치의 제도다.

이 분야에서는 베트가 가장 앞서 있다. 99달러를 회비로 내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만일 처방전이 필요하면 일반 동물병원보다 25~40% 싸고, 접수 후 90분 이내에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다. 비슷한 서비스로는 온라인 영상채팅을 통해 서비스 중인 원격진료 서비스 트릿(Treat)이 있다.

 

반려견의 소리로 욕구 알아내는 서비스도

앱(App)을 통해 주기적으로 반려동물 건강을 체크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포프린트가 그곳이다. 연령대별 예방주사나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처방전 서비스 등을 앱으로 제공한다. 휘슬은 반려동물 목걸이를 개발해 건강 체크와 분실 방지에 특화된 서비스를 한다. 동물용 ‘핏빗(Fitbit)’이라 할 수 있다. 핏빗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PC 또는 다른 스마트 기기의 앱과 연동해 착용자의 운동량, 소모 열량, 일부 건강 상태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일본의 한 스타트업은 반려견의 소리를 분석해 욕구를 알아내는 빅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세계 최초로 수화를 통해 사람과 소통했던 고릴라 ‘코코’처럼 앞으로 반려견들과 소통하는 날이 올 것도 같다. 일본에는 강아지 목욕탕이 따로 생기고, 영국에서는 3500만원을 들여 강아지 결혼식을 올리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강아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일도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강아지를 호적에 올리자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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