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기 주의보] ‘인증’은 거짓, ‘시험성적서’는 가짜, ‘살균’도 확인 안 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9 08:00
  • 호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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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정보 확산되며 사기 기승…공정위 “코로나19 걸러주는 기술 인증 사례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각종 제품에 대한 허위 정보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폐렴균을 막아준다는 마스크용 필터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99% 이상 살균한다는 공기청정기,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목걸이 등의 광고가 판친다. 허위 문구를 버젓이 광고에 담고, 심지어 시험성적서를 위조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일부 제품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경고 조치를 했지만 소비자들의 피해 신고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빠르게 상품이 업로드되는 온라인 쇼핑의 특성상 새로운 상품에 대한 거짓 정보가 계속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마스크용 한지 리필 필터였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된 한지 필터는 방역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등장했다. 마스크는 한 번 착용한 뒤 재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이 필터는 일반 마스크에 부착해 필터 양만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판매자는 “어려운 시기에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답하려 한다”며 한국원적외선협회(KIFA) 인증 마크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시험 결과서를 첨부했다.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판매처 중 하나인 공영쇼핑에서 이 상품을 주문한 고객만도 2만9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방역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마스크에 부착해 사용하는 한지 리필 필터가 온라인을 통해 대량 유통됐다. 그러나 인증마크를 위조한 가짜 기능성 마스크 필터인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환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공영방송 홈페이지 캡처
최근 방역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마스크에 부착해 사용하는 한지 리필 필터가 온라인을 통해 대량 유통됐다. 그러나 인증마크를 위조한 가짜 기능성 마스크 필터인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환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공영방송 홈페이지 캡처

허위 시험성적서공영쇼핑도 속아

그러나 업체가 첨부한 시험성적서는 가짜였다. KIFA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시험성적서와 품질 인증 마크를 발급한 적이 없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TV홈쇼핑인 공영쇼핑에서 판매한 상품이었기 때문에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컸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한 공적 판매처’인 공영쇼핑에 대한 불신까지 생겨났다. 공영쇼핑 측은 사전 검증 과정에서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마스크 필터 제품을 전량 리콜했다. 또 전액 환불을 기본으로 한 보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허위 정보는 마스크에 그치지 않았다. 또다시 소비자들의 ‘코로나19 공포’를 건드린 제품은 바로 공기청정기였다. 자사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고, 세균과 유해물질을 99.9% 제거할 수 있다고 과장 광고한 업체들이 생겨난 것이다. 일부 차량용 공기청정기 업체는 지난 2월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블루원, 에어비타, 에이비엘코리아, 크리스탈클라우드, 팅크웨어, 누리 등 6개 업체는 공기청정기 성능을 광고하면서 실제 측정 수치보다 과장하거나 실험 조건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소비자들의 잘못된 선택을 유도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러한 제재 등에도 불구하고 허위 정보를 기재한 채 판매되는 제품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현재(3월5일 기준) 한지 마스크 필터 제품은 다른 판매자들을 통해 아직도 판매되고 있다. 업체들 대부분은 언론에 보도된 한지 마스크 필터 제품과는 무관하고, 자사 제품은 ‘효과가 있다’는 시험성적서를 받았다며 마스크 필터의 항균 99% 기능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 측이 제시한 시험성적서도 흐릿할뿐더러 상세한 내용은 확인이 불가하다. KIFA 측은 한지 마스크 필터 제품이 대부분 과장 광고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항균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한다고 볼 수도 없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바이러스 차단 목걸이’도 판매되고 있다. 판매업체는 고형으로 개발한 이산화염소를 목에 걸어 휴대하고 다니면 유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서 판매되며 입소문을 탄 이 제품은 주로 ‘코로나19’라는 키워드와 함께 광고되고 있다. 그러나 비말 형태로 감염되는 코로나19와 연관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데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근거도 없다. 이산화염소 자체에 살균 작용이 있어 수영장 소독제 등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공간에서의 살균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유행했던 이 목걸이의 원산지는 대부분 일본이다. 일본 소비자청은 2014년 이 제품들이 유행할 당시 효과를 제시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지만 어느 회사도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소비자청 관계자는 “생활공간의 바이러스 제거, 제균, 냄새 제거 등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호흡기 안전성과 관련된 어떠한 자료도 없다는 데서, 인체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열린소비자포털 ‘행복드림’을 통해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과장 광고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공정위는 열린소비자포털 ‘행복드림’을 통해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과장 광고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잡는 공기청정기 광고는 거짓”

허위 정보를 담은 공기청정기 광고도 버젓이 게시돼 있다. 특히 한 업체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도 눈에 띈다. 이들은 공동구매라는 명목으로 글을 올리고 있는 만큼, 해당 제품을 직접 팔거나 판매자의 의뢰를 받고 글을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허위로 의심되는 정보는 렌털 사이트까지 파고들었다. 실제로 한 렌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A사는 자사의 공기청정기가 ‘공기를 살균하는 공기청정기’라며, 코로나바이러스를 99.99% 파괴한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일부 업체들은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전문 정보를 붙여 소비자를 현혹시키기도 한다. B사는 제품을 광고하면서 전문기관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19가지 항목에 대한 감소 성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한 뒤 관련 표를 첨부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존에도 존재했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인 바이러스다.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은 전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학원 등에서 수업할 때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고, 아이들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며 마치 코로나19의 감염을 막아주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밀폐 공간에서도 공기청정기만 틀어 놓으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광고’를 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코로나19를 걸러주는 공기청정기술 인증 사례는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파는 비말(호흡기 분비물) 전파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며, ‘코로나19를 잡는 공기청정기’ 광고는 거짓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이와 같이 허위 정보를 게시한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예방한다’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 성능과 효능에 대해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 외에도 구체적 수치를 이용해 광고하는 경우 시험 결과를 입증하지 않으면 부당한 광고로 보고, 심사를 거쳐 경고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제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것처럼 광고했을 경우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입증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미진한 점이 있다면 허위·과장 광고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구분해 살피고 있다. 코로나19는 그 자체가 신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이를 걸러주는 기술을 인증한 사례는 있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를 걸러준다는 내용의 광고 또한 허위일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최근 암웨이 공기청정기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해 준다고 광고한 것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자료 수집 절차를 밟고 있다. 또 허위 광고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제보나 신고가 들어올 경우 해당 광고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개시하게 된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나 소비자들의 모니터링 역시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론 매체도 소비자 호도하는 광고 경계해야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언론이 허위 마케팅에 이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문제가 됐던 한지 마스크 필터 제품이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바이러스 목걸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걸러준다는 공기청정기가 언론 매체를 통해 홍보된 사례가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공기청정기 기사는 쉽게 검색된다. 한지 마스크 필터가 사기로 밝혀지기 전 여러 언론 매체에서 올린 기사에는 “KIFA 인증 제품으로 폐렴균, 녹농균, 대장균 등에 99.9% 향균 효과가 있고, 마스크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매자의 허위 설명을 그대로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구매자 중에는 “언론 보도로 나온 제품이기 때문에 인증이 사기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에 소비자원 관계자는 “모니터링 중에 기사 형태로 된 광고들도 확인하고 있다. 언론 매체의 바이라인을 달고 나오기 때문에 단순 광고로 판단하기 어려워 바로 조치를 하기 어렵다. 일명 ‘광고성 기사’”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정보를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은 경우 ‘부당 광고’로 판단하고 있는데, 광고 목적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통해 부당한 광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원 측은 “온라인 기사의 경우 인터넷신문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하고 있다. 심의 결과에 따라 해당 기구에서 후속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은 “언론은 제품에 대한 광고가 아닌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허위 정보에 기반한 마케팅과 사기 행각에 대해 보도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악성 유통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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