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쏘나타, 검찰은 제네시스…거꾸로 가는 공용차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1 10:00
  • 호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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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구매 노력” 강조한 지 8년…장차관 전용차 70% 여전히 ‘기름차’

“공직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

지난해 3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는 미세먼지 대책을 이야기하며 이와 같이 주문했다. 그러면서 ‘공용차량 운행 제한 강화’를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무총리 시절 현대차의 친환경 수소전기차 ‘넥쏘’를 전용차로 썼다. 그렇다면 정부 장차관들은 환경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을까.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현대자동차 제공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현대자동차 제공

유명무실한 친환경차 구매 권고

시사저널은 2월 초 기준 중앙행정기관 50곳에서 보유한 전용차 100대를 전수 공개 청구해 분석했다. 그 결과 100대 중 친환경차는 30대로 집계됐다. 친환경차란 관련 법률에 따라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을 가리킨다. 그 외의 전용차는 모두 중형급 이상 경유·휘발유차였다.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대통령령인 공용차량 관리규정에는 ‘각급 행정기관의 장은 경차 또는 친환경차를 구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권고조항은 2011년 신설됐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전용차 중 친환경차 비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셈이다.

일각에선 “교체 기준 내구연한이 9년으로 정해져 있어 바꾸고 싶어도 못 바꾼다”는 말도 나온다. 궁색한 변명이다. 조사 대상 전용차 100대의 등록일은 모두 2012년 이후다. 권고조항이 생긴 뒤에도 과반수가 친환경차로 바뀌지 않은 것이다.

일부 행정기관도 이를 의식한 듯, 따로 문의하지 않았는데 먼저 “친환경차로 바꿀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통계청이 그중 하나다. 차관급인 강신욱 통계청장은 기아의 대형 휘발유차 K9을 임차해 전용차로 타고 있다. 통계청은 “중형·친환경차로 교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차량의 임차 시기는 지난해 7월이다. 운행한 지 이제 막 반년이 지났을 따름이다. 그 전에도 통계청은 K9을 빌려 3년 동안 전용차로 굴렸다.

 

윤석열 총장, 검사장차 없애고 본인 차는 교체

검찰은 친환경과 반대되는 길을 걸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0월 검찰 개혁 일환으로 검사장 전용차 폐지를 지시했다. 이후 지난해 11월18일 윤석열 총장은 전용차를 제네시스 G90 3.8로 바꿨다. 11월30일에는 대검 차장검사 전용차가 G80 3.3으로 교체됐다. 둘 다 휘발유로 굴러가는 배기량 3300cc 이상 대형 세단이다. 기존의 총장 전용차는 EQ900이고 차장 전용차는 체어맨이었다.

검찰의 상위기관인 법무부는 오히려 친환경차를 택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월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장관 전용차로 등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운행 중이다. 법무부 차관 전용차도 지난해 11월 같은 모델로 교체했다. 대검 관계자는 “차량 교체 시 법무부 가이드라인을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외에 중앙행정기관 49곳 중 장관급 이상 공무원이 친환경차를 타는 곳은 11곳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 △국민권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국가보훈처 △감사원은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환경부는 넥쏘 수소전기차를 이용했다.

장관급 이상 공무원이 차관급보다 작은 친환경차로 바꾼 경우도 눈에 띄었다. 부총리급인 최재형 감사원장의 기존 차량은 2017년 2월 임차한 EQ900L이었다. 초대형 리무진인 이 차의 당시 가격은 1억5100만원이었다. 이후 3년 임차계약이 끝나 올 2월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4500만원)로 바꿨다. 가격이 3분의 1 수준이다. 감사원 내 차관급인 사무총장과 1사무차장의 전용차는 각각 K9 3.3 이그제큐티브, G80 3.3 프레스티지다. 이들 가격은 5000만원대 중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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