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vs 토스 ‘핀테크 증권’ 주도권 대결
  • 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 승인 2020.03.11 08:00
  • 호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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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위어바오’ 꿈꾸는 카카오페이…‘핀테크 키움증권’이 목표인 토스

간편송금 전문 스타트업 토스와 카카오 간편결제 서비스 기업 카카오페이가 ‘핀테크 증권’ 시장을 놓고 대치 중이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모두 자신들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투자 시장을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전략과 고객 성향은 다르다. 향후 펼쳐질 핀테크 증권시장 경쟁을 놓고 누가 승리할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빠르면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핀테크 증권 경쟁을 펼친다. 한발 빠른 쪽은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약 400억원에 인수했고, 올해 2월 금융 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허가를 받자마자 곧바로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했다.

토스-카카오페이 증권, ‘비슷한 듯 다르다’

토스 역시 증권업 진출이 눈앞이다. 금융 당국은 조만간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한 증권업 예비인가 안건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이달 안에 금융 당국의 허가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모두 각자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빠르게 이용자 수를 늘려 왔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수가 3000만 명에 이른다. 활성이용자(MAU)는 지난해 말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는 전 국민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을 지렛대 삼아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토스 역시 전화번호만 알아도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내세우며 2011년 설립한 이후 빠르게 성장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는 1600만 명이고 활성이용자는 1100만 명이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증권업 진출을 통해 자사 고객들에게 새로운 금융투자 서비스를 선보임으로써 신규 수요를 창출하려고 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월 출범 이후 카카오톡 내에서 금융투자 상품을 본격 제공하기 시작했다. 투자 항목은 펀드, 부동산 소액투자, 신용분산(P2P)투자 등이다. 간편보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현재 토스가 제공하고 있는 금융투자 상품 서비스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토스 역시 수년 전부터 P2P투자, 부동산 소액투자, 보험, 대출 등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 수입을 기반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키움 위협하는 토스, 토스 추격하는 카카오페이

두 회사 간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이용자가 직접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토스증권은 MTS를 이미 구축해 놓고 금융 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모바일 특화 증권사라는 정체성에 맞게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고객들의 주식거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은 핀테크 증권 서비스 경쟁자지만 나아가고자 하는 지향점은 다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013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 알리페이의 ‘위어바오’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위어바오는 일종의 에스크로 서비스였는데, 알리페이는 고객들이 잠시 맡겨준 자금을 단기투자 상품에 투자한 다음 이자를 붙여 돌려줬다. 알리페이는 이를 통해 위어바오를 새로운 금융투자 플랫폼으로 키워냈다. 현재 6억 명에 가까운 중국인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총 투자자산만 200조원에 육박한다.

위어바오처럼 카카오페이증권은 투자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금융투자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라는 막강한 생태계를 활용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스증권은 모바일에 특화된 증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토스는 카카오페이보다 2년가량 앞서 금융투자 상품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토스에서 금융투자 상품을 이용하는 주요 이용자들 역시 ‘재테크족’으로 카카오페이 이용자들과 비교해 투자에 훨씬 관심이 많은 고객들이고 충성도도 상대적으로 더 높다.

토스는 토스증권을 통해 자사 고객들을 주식거래로 이끌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키움증권이 차별화된 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 국내 개인투자자 고객들을 대거 유치했듯이 모바일 시대에 특화된 소액거래 특화 서비스로 국내 증권시장 구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키움증권을 위협할 핀테크 증권사로 카카오페이증권보다 토스증권이 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은 토스증권이 기존 시장 구도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주식거래 수수료가 사실상 무료화되면서 가격경쟁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핀테크 증권사들은 자본 여력이 부족해 고객들에게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브로커리지 시장 진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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