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유독 크게 파고든 ‘코로나 쇼크’ [최준영의 경제 바로 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3 16:00
  • 호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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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붕괴, 세계화 시대 종말에 대비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쇼크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2월 중순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확진자 급증은 곧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감염 등에 대한 우려로 경제활동과 이동의 극단적 축소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관광과 요식업, 유통업, 항공업 등을 중심으로 큰 충격이 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감염 확산을 우려한 각국의 입국 통제가 이어지면서 심리적 고립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고, 경제적 영향도 세계적이다. 이탈리아의 경제 중심지인 롬바르디 지역에서 시작된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은 독일과 프랑스 등 EU(유럽연합)의 중심지로 확산되고 있다. 이란의 경우 고위급 인사의 사망이 이어지면서 사회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각종 물품의 사재기 등에 대해 ‘최고 사형’으로 대응한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미국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차단을 조기에 실시함으로써 시간을 벌었지만 시애틀에서의 사망자 발생을 시작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대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듯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바이러스성 질병의 세계적 확산은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활동과 이동의 극단적인 축소를 가져왔다. 특히 관광과 항공업 등의 충격이 크다. 3월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의 한산한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활동과 이동의 극단적인 축소를 가져왔다. 특히 관광과 항공업 등의 충격이 크다. 3월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의 한산한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이어지는 세계 각국의 금리 인하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 중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것은 전 세계적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통화정책의 재등장과 대규모 재정 투입 기조의 강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지속된 완화적 통화정책은 마이너스 채권의 등장과 확산, 자산 가격의 급등, 회사채를 비롯한 기업 채무의 폭발적 증가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 이에 따라 각국 금융 당국은 경제 여건 회복 시 단계적 금리 인상을 통해 이런 국면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저금리에 익숙해진 금융시장은 이러한 흐름에 거부감을 드러냈으며, 금융 당국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충격이 가시화하자 각국 정부는 다시금 통화정책 완화 기조로 돌아서게 됐다. 미국이 3월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전격적인 조치를 취했으며, 시장은 향후 1~2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까지 인하했고, 말레이시아도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2020년 들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회원국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11개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양적완화를 포함한 추가 대책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어 제로 금리를 넘어선 마이너스 금리의 확산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금리 기조의 부작용에도 각국 금융 당국은 이를 감내하고서라도 더 많은 통화와 신용을 금융시장에 주입할 것을 밝힘에 따라 주식 및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버블 형성은 가속화될 수 있다. 당연히 이로 인한 피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인 변화도 빨라질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축소를 위한 공급망의 다변화 수준을 넘어, 인위적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마스크를 비롯한 각종 기본적인 물품 대부분을 전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의약품의 경우에도 항생제를 포함한 기본적인 의약품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과거 한국전쟁 당시 활용됐던 ‘국방물자생산법(Defence Production Act)’을 동원해 해외 공장의 국내 이전을 강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조치는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세계화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고 국가별 또는 지역별 공급망 체제로 전환될 경우 세계경제는 큰 변화에 직면할 것이다. 특히 세계화와 중국의 부상을 통해 경제적 도약을 이뤘던 우리의 경우 그 충격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비상한 인식 부족하니 비상한 대책도 없어

국내적으로 보면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많은 것이 변화하며 이로 인한 업종의 부침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시작된 회식 문화의 축소는 코로나19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인건비 상승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키오스크 등 비대면 수단 역시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며 금융기관의 비대면 계좌 개설 등도 보편화할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기존 매장의 축소 및 폐쇄 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며 임대시장의 위축은 물론 도시 공간구조의 변화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재택근무의 경우도 코로나 사태의 종식 이후 평가를 통해 단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이는 인력 수요의 감축과 사무공간에 대한 수요 축소로 나타날 수 있다.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등으로 사업장 이전을 추진하던 기업들로서는 향후 유사 사태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에 일정 수준의 시설과 인력을 남겨놓되 자동화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인건비 절감으로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리스크에 대한 대응전략을 기업별로 수립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와 더불어 기업들에 힘들고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것이 변해 가는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 당국의 기민한 대처와 판단능력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관행과 패턴에 얽매일 경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 검증되고 안정된 방식 대신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상황에 맞서는 자세를 보여야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의 신뢰를 얻고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10조원 수준의 추경 편성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까지 우리는 과거의 관행에 대한 맹종과 과도한 보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인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를 토대로 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지만 이를 주도해야 할 정치권은 과거에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고 있다.

얌전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급작스럽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상황은 기민하고 냉정한 판단을 요구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전 세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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