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재난기본소득’ 도입의 첫 발판 만들었다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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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재난기본소득’ 도입, 전국으로 확대될까
시 예산으로 5만여 명에 1인당 50만원씩 지원
지원금 250억 등 추경 편성…이달부터 시행

전북 전주시가 설왕설래 중인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불을 지폈다. 재난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시민에게 지자체가 직접 돈을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주시는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 경남도 등 일부 지자체의 제안에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전주시가 ‘자체 예산’으로 담대하게 추진하면서 ‘논의의 판’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재난기본소득’이 기본소득 도입으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원지 전주에서 전국으로 확대 여부가 주목된다. 

 

김승수 시장 “소득격감 층에 삶의 끈 붙들도록 지급”

김승수 전주시장은 10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제위기가구 5만여명에게 50만원씩을 지원하는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자”고 긴급 제안했다. 시가 이를 위해 시의회에 제출한 추경예산안은 543억원이며 이중 250억원이 재난기본소득이다. 이 추경예산이 오는 13일 시의회에서 최종 확정되면 해당자 적격심사를 거쳐 이달부터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시의회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가 이를 수용하면 전국 최초 사례가 된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10일 시의회 본회장에서 “경제위기가구 약 5만명에게 각각 50만원씩 직접 지원하는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 전주시
김승수 전주시장이 10일 시의회 본회장에서 “경제위기가구 약 5만명에게 각각 50만원씩 직접 지원하는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 전주시

김 시장은 “경제위기가 닥치면 가장 고통을 입는 층이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과 정부지원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라며 “비정규직근로자, 생계형 아르바이트, 택배기사 등 소득격감에 놓인 사람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도록 중위소득 5만명에게 재난기본소득을 50만원씩 지급하고, 소상공인들이 버텨낼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해 코로나19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여당 내 시도지사들도 재난기본소득 편성을 정부에 속속 건의했다. 박 시장은 10일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에 2~3월 두 달간 생활비 월 30만원씩 총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자고 제안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6일 사용 시한이 제한된 ‘지역화폐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을, 김 지사는 지난 8일 전 국민에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전 국민에 100만원씩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약 51조원으로 올해 편성한 추경(11조 7000억원)의 5배 수준이다. 

 

제안 봇물에 정부 “불가”…전주시, 자체예산으로 추진

그런 만큼 정부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저희도 검토해봤으나 여러 장점도 있지만 여러 문제도 있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은 자체 예산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서울 경기 등 다른 지자체가 정부에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을 제안한 것과는 다르다. 

전주시가 제시한 코로나19 긴급 생활안정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의 6대 기본원칙은 △위기시민 지원 △중복지원 금지 △직접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한시성 △시급성 등이다. 지원금은 1인당 50만원으로 체크카드 형태로 지급되며, 3개월 내에 지역 내에서만 써야 한다. 동네 가게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수 있도록 해 지역경제 회생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비정규직 근로자, 생계형 아르바이트, 택배기사, 시간강사 등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급감한 계층 5만여명이다. 다른 제도를 통해 지원받는 소상공인,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실업급여 수급자, 정부 추경예산 지원 해당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 재난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역정치권 환영…“전국으로 확산될 모범사안”

지역정치권도 전주시의 기본소득 추경 편성을 환영하고 나섰다. 제21대 총선 전주병에 출마한 민주당 김성주 예비후보는 “전국 최초로 전주시에서 ‘재난기본소득’을 편성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며 “전주시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예산편성에 큰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조형철 민생당 전주을 예비후보도 “코로나 19 여파로 힘겨운 나날을 살고 있는 전주시민들을 위해 전주시가 정말 발 빠르게 기본소득예산 259억을 편성하고 저소득 계층에게 50만원을 지급함으로서 사회적으로 힘겨운 시민들을 돕고 나선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전국 최초로 이뤄낸 성과에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귀감이 되고 선례가 되는 정부정책의 미담 사례가 되어 확산될 모범적인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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