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vs류현진’ 꿈의 선발 맞대결 이뤄질까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9 16:00
  • 호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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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첫 도전하는 김광현의 선발투수 진입 가능성 집중 점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의 출발이 산뜻하다. 지난겨울 두 번째 메이저리그 도전장을 던졌고, 그 결과 첫 번째와는 사뭇 다른 몸값을 받았다. 2년간 800만 달러에 매년 성적에 따라 150만 달러의 인센티브가 추가되는, 총액이 1100만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돼 있다. 2014년 처음으로 진출을 시도했을 당시 조건보다 4배 이상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당시보다 나이도 더 들었고 2017년 팔꿈치 인대 이식 수술까지 받은 투수가 훨씬 좋은 조건을 받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부상 전보다 한층 더 노련해지고, 빠른 볼과 슬라이더에만 의존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스플리터와 커브를 레퍼토리에 추가하며 다양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150km를 상회하는 구속은 여전했다. 김광현은 계약이 확정된 이후 여러 차례 선발이든 불펜이든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직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내심 선발로 마운드에 서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KBO리그 12년간 298경기에 출장했는데, 276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과거에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현재는 양현종(KIA 타이거스)과 함께 국내 투수로는 최고의 반열에 오른 국가대표 에이스로서 그에게 선발투수는 편안한 자리다. 과연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명문 팀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수 있을까.

2월27일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시범경기에 앞서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김광현이 코칭 스태프 앞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AP 연합
2월27일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시범경기에 앞서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김광현이 코칭 스태프 앞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AP 연합

선발 경쟁, 두 자리 놓고 김광현 포함 5파전 양상

김광현은 지난 3월10일, 작년에만 무려 307개의 홈런으로 시즌 신기록을 세운 거포 군단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스프링 트레이닝 4번째 등판을 해 3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기록했다. 이로써 김광현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4경기 8이닝 5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경기에서 김광현은 자신의 주무기인 빠른 볼과 슬라이더 외에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김광현은 자신이 투피치 투수만이 아니라는 점을 보이려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 즉 선발로서 다양한 구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되자 현지 언론은 앞다퉈 김광현을 평가했는데, 과거에 비해 좋아진 컨트롤과 함께 역시 빠른 볼과 슬라이더에 초점을 뒀다. 이런 자신에 대한 평가를 파악하고 여러 가지 구종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불펜에 비해 다양성이 강조되는 선발투수로 부족함이 없다는 점을 보이는 게 최대 목적인 것이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은 지난해 개막전 선발이었던 마일스 마이콜라스의 팔뚝 부상으로 4, 5선발 두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일약 에이스로 떠오른 잭 플래허티, 후반기 대활약을 보인 젊은 피 다코타 허드슨, 팀내 최고참이자 심장인 애덤 웨인라이트는 1~3선발이 확정적이다. 남은 두 자리 경쟁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선수는 김광현과 카를로스 마르티네즈다. 그 외에 그동안 주로 불펜에서 뛰었던 다니엘 폰세 드 레온, 어스틴 곰버, 라이언 헬슬리, 제네시스 카브레라, 존 갠트 등도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모두 현재 호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팀의 에이스였지만 어깨 부상으로 작년엔 마무리로 뛰었던 마르티네즈는 선발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3월10일 현재 이번 시범경기 3경기에 등판해 1승에 방어율 1.93을 기록 중이다. 폰세 드 레온은 4경기에서 13이닝을 던지며 팀내 최다 이닝을 소화했고, 0.69의 인상적인 모습이다. 좌완 곰버도 3경기 8이닝 2.25로 준수한 성적이다. 빠른 볼의 헬슬리는 마르티네즈의 선발 진입이 확정되면 마무리 후보로 꼽히기 때문에 일단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좌완 제네시스 카브레라도 4경기 6이닝 1승 무패 1.50으로 좋은 페이스지만, 이닝 페이스가 느려 불펜에 무게가 실린다. 갠트는 3경기 8.2이닝 1승 3.12로 시선을 끈다. 결국 현 상황에서 두 자리를 놓고 김광현, 마르티네즈, 폰세 드 레온, 곰버, 갠트 등 5파전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좌완 불펜 상황, 연봉 등 선발 진입 변수 많아

현재 성적으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김광현이지만, 그의 보직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가 세 가지 존재한다. 첫째는 불펜 상황이다. 지난해 마무리였던 마르티네즈가 선발에 진입할 경우 마무리 투수가 미지수다. 기존의 마무리 조던 힉스가 타미존 수술로 후반기 복귀가 예상돼 당장 전반기 마무리 투수를 해결해야 한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은 기존의 좌완 셋업맨 앤드루 밀러의 상태가 좋지 않아 이번 시범경기에서 단 한 경기 등판에 그쳤고, 개막전 로스터 진입마저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남은 불펜 좌완 요원은 4년 계약 후 연이은 부상으로 존재감이 희미한 브렛 시슬을 비롯해 타일러 웹, 제네시스 카브레라 정도다. 자칫 밀러의 불펜 공백이 김광현의 불펜행으로 귀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김광현의 선발 진입에 직간접 관계가 있는 다른 선수들의 연봉이다. 내년까지 계약돼 있는 마르티네즈의 올 시즌 연봉은 1150만 달러에 달한다. 무시할 수 없는 고액이다. 반면에 나머지 경쟁 투수들의 연봉은 김광현에 비해 적다. 갠트의 130만 달러를 비롯해 곰버, 폰세 드 레온 등은 더 낮은 액수다. 퍼포먼스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고액 연봉 선수를 활용해야 투자 대비 효과도 노릴 수 있고 잘못된 계약이라는 비난도 피할 수 있다. 물론 김광현의 계약이 현지 기준으로 압도적인 고액 연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 있는 요건도 아니다. 세 번째는 선발 로테이션의 유일한 좌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발 경쟁자 중 곰버와 카브레라가 좌완인데, 곰버는 2018년 선발로 11경기 출장이 전부이고 카브레라는 지난해 데뷔 후 두 경기 선발이 고작이다. 비록 KBO리그지만 270경기 이상 선발 경험을 쌓은 김광현의 경험적 측면은 분명히 감안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발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기 전부터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대다수 팀이 김광현의 불펜 가능성에 큰 의미를 뒀었다. 그런 시각은 지금 세인트루이스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남은 등판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팬들이 그토록 원하는 류현진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맞대결을 보는 것도 결코 꿈은 아니다. 비록 토론토와 세인트루이스가 소속 리그는 다르지만, 서로 다른 리그 팀끼리 맞붙는 인터리그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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