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변수-비례정당] “연합정당 실리 택한 민주당, 실리 얻을 것”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6 10:00
  • 호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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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 20인이 전망하는 D-30 총선 3대 변수…②범여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논란
정치 전문가 20인 중 9명 “비례정당 띄우는 민주당에 실망했더라도 표심 꺾진 않을 것”

21대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여야 거대 양당은 막바지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천 내용에 대한 비판과 잡음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사태에도 아랑곳없이 정치판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첫 시행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비례용 위성정당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진영이 뭉칠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총선 정국에 또 하나의 파장을 일으켰다. 총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세 가지 변수를 주제로 시사저널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권위의 정치 전문가 20인을 엄선해 의견을 물었다. 특정 정파와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학계와 미디어계에서 항상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평론을 펼치는 20인의 총선 전망 분석이 다음 장부터 펼쳐진다. 

[정치 전문가 20인 명단]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교수, 김홍국 대진대 객원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상병 시사평론가,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유창선 시사평론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이상돈 무소속 국회의원,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야당과 당내 일부 의원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3월10일 의총에서 범진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 지도부는 “앉은 자리에서 의석을 도둑맞을 순 없다”며 야당이 먼저 원칙을 어긴 만큼 맞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시사저널이 국내 정치 전문가 20인에게 여당의 비례대표용 정당 출범 논란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물은 결과, 비례정당 논란으로 명분을 잃은 여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여권 지지층이나 중도층의 이탈이 예상보다는 훨씬 미미해 실제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 논의를 위해 3월1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이해찬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 논의를 위해 3월1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이해찬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20인 전문가 중 9인 “총선 영향 없을 것”, 6인 “부정적 영향”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번 총선은 위성정당 대 위성정당 간의 싸움이 돼 버렸다. 국민은 결국 이제 양 위성정당이 내놓는 인물의 면면을 보고 표심을 결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불과 한 달 전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미래한국당) 창당을 맹비난했던 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이번 결정으로 다소 머쓱해진 건 분명하다. “정치에선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민주당이 미래한국당 만들어질 때 ‘우리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듯 호언장담했던 게 지금 국민적 실망감을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다(이준한 인천대 교수).” 특히 수도권 등 야당 후보와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구를 가진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당의 연합정당 참여 결정으로 실망한 표심이 이탈해 최종 승부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가 한마디로 ‘소탐대실’이라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미래통합당을 응징하려던 사람들이 이번 민주당 행태를 보고 결국 똑같은 정당이라 평가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좀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역시 “꼼수를 꼼수로 대응한 모습이 민주당이 지역구 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국 사태 이후 한 차례 등을 돌린 중도층 표심이 이번 결정으로 더욱 민주당을 외면하게 될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김형준 명지대 교수).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민주당이 세 가지 측면에서 패착을 낳았다고 강조했다. “선거에서 이슈를 평가할 때 주도성·일관성·확장성, 이 세 가지 기준을 따진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은 미래한국당을 따라 한 것이므로 주도성에서 밀렸고, 처음에 비판하다가 이제 와서 하겠다고 하는 데서 일관성도 놓쳤다. 그러면 확장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앞으로 비례 순번 정하는 문제 등으로 계속 안 좋은 뉴스들만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 20인 중 절반에 가까운 9명은 민주당의 뒤늦은 비례정당 참여 결정 논란에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실제 이 논란이 총선 결과에서 민주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민주당이 먼저 했으면 몰라도, 미래한국당 대항 성격으로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면서 “향후 후보 배치에서 민주당이 군소 정당 후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형식으로 운영한다면 역풍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당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는 만큼, 지지층들이 이를 이해하고 더욱 결집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김홍국 대진대 객원교수).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외연 확장, 중도층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당은 지지자들을 위해 운영되는 게 맞다. 당원들이 지금 민주당을 향해 ‘명분이 좀 구차해도 우리는 선거에서 지는 꼴은 못 보니 이제라도 비례정당 만들라’는 요구를 하는 만큼 당은 이 뜻을 따르는 게 맞다”는 견해를 밝혔다.

비례용 연합정당 참여로 인해 범진보진영의 비례 의석수가 증가할 거라는 ‘득’은 명확하지만, 그로 인한 ‘실’은 눈에 바로 드러나지 않는 만큼, 현재로선 민주당의 득실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의 경우 “결론적으로 대다수의 예상대로 비례대표 소폭 증가, 접전지 지역구 소폭 감소를 놓고 보면,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로 선거 결과에 별 영향이 없을 거라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연합정당 참여를 단호히 거부했던 정의당의 동참 여부가 현재 남아 있는 가장 큰 변수라고 꼽았다. 김미현 소장은 “정의당 입장에서도 범보수당이 승리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니까, 나중에 민주당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합류를 재고할 가능성도 막판까지 남아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반대로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의당이 끝내 독자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신 교수는 “조국 사태 때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 얘길 듣는 등 혼을 많이 났기 때문에, 명분이나 도덕성 면에서 민주당과 다시 함께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모두 각각 따로 비례대표 선거를 치르는 게 양쪽 모두에 더 유리하다는 예측도 나오는 만큼, 두 당 모두 서로 너무 매달릴 이유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박명호 동국대 교수).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꼼수와 술수 통렬히 반성해야”

비례용 연합정당이 꾸려진 후 세부적인 사안을 정하는 지점에서 여러 갈등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앞으로도 험난한 여정”이라며 “어느 원외 정당과 어떻게 손을 잡을지, 비례대표 순번은 또 어떻게 배치할지 논의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민주당의 양보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거대 민주당이 소수 정당들에 먼저 기회를 충분히 줘, 진정한 연합의 가치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며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기본 가치를 더 이상 훼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거대 양당이 유례없이 위성정당을 만든 데 대해선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생법안과 상관없는 법을 올리더니, 이제 와 제도 취지를 훼손하고 도로 원상복귀시켰다. 이때가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만든 시작점이었다”고 비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 역시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국민은 아랑곳없는 꼼수와 술수 정치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반드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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