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채용 청탁 의혹…감사원은 누가 감사하나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7 10:00
  • 호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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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청탁 의혹자 뽑은 국립대, 그를 기관장으로 뽑은 감사원, 그리고 또 터진 채용 청탁 의혹

감사원 산하 기관장이 임명 전후로 국립대 교수 채용비리 의혹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 정작 감사원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비리를 감찰해야 할 감사원이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척결을 강조한 정부 또한 무색해질 처지에 놓였다.

감사원 소속 A연구원장은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그의 연구원 직원은 지난해 하반기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공채에 지원했다. A원장은 공채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소속 연구원이 지원했는데 잘 봐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채용 청탁 의혹은 부산일보 1월8일자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이후 2개월이 지났다. A원장의 인사권을 쥔 감사원은 아직 사후 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일단 부산대는 부산일보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1월9일부터 3주 동안 진상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대학 측은 3월9일 “문제가 된 교수 공채를 무효화하고 원인을 제공한 교원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교원은 A원장, B행정학과장, 행정학과 C교수 등 3명이다.

감사원 산하 기관장과 국립대인 부산대의 일부 교수 간 결탁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은 감사원 건물 ⓒ시사저널 고성준
감사원 산하 기관장과 국립대인 부산대의 일부 교수 간 결탁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은 감사원 건물 ⓒ시사저널 고성준

기관장 의혹 2개월째…감사원, 공개 입장 없어

감사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자체적으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대의 징계 결과를 보고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는 “지금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답했다. 현재 A원장은 정상 근무 중이라고 한다.

감사원 규칙에 따르면 연구원장 등 고위 공무원의 징계 절차는 우선 충분한 조사를 거쳐야 한다. 그다음 감사원장이 징계 요구서를 징계위원회에 제출하면 절차가 시작된다. 징계위원회는 요구서를 받은 날부터 두 달 이내에 의결하도록 돼 있다. 규칙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 의결이 가능한 시한은 앞으로 약 4개월이다. A원장의 임기가 올해 7월까지이기 때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4개월이면 (징계 여부를) 검토할 여유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이 A원장을 뽑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발견된다. 그 전부터 A원장이 채용비리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어서다. 논란은 그가 2013년 5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공채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그는 계약직인 감사연구원 연구부장직의 퇴직을 수개월 앞두고 있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관련 문서 등에 따르면 그때 공채 심사를 맡은 교수 5명 중 4명이 A원장의 대학 동기, 선배, 은사 등이었다. 이들이 담합해 A원장에게 면접 점수를 몰아줬다고 한다. 또 공채 과정에서 A원장이 제출한 논문은 ‘셀프 표절’ 의혹을 받았다. 본인이 책임자로 참여한 감사연구원 내부 보고서를 베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해당 보고서와 A원장의 논문을 비교해 봤다. 두 가지 모두 외국의 감사기구를 비교 분석해 감사원의 바람직한 역할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를 위해 비교 대상으로 삼은 국가 중 4곳(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이 일치했다. 참고 문헌의 경우 14편이 동일했다.

A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감찰할 기구는 부산대 본부나 감사원, 청와대 정도다. 일부 언론은 “인사혁신처가 의혹을 조사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A원장은 2013년에 고위 공무원(감사연구원 연구부장) 신분으로 재취업 심사 대상이긴 하지만, 부산대는 취업 제한 기관이 아니므로 조사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공직자 취업 제한 심사는 민관 유착을 막기 위한 제도다. 부산대 교수는 민간 교원이 아닌 공무원이다.

A원장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교수로 채용됐다. 당시 부산대 측은 A원장의 논문을 성균관대에 보내 표절 여부를 의뢰했는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비판이 이어졌다. 성균관대는 해당 논문이 처음 실린 학술지의 발행처이자 A원장이 박사 학위를 받은 곳이다. 성균관대가 A원장 논문을 표절로 규정하면 ‘자기부정’이 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 훈령(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훈령은 연구 부정행위 조사에 있어 “조사위원이 조사 대상과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산대는 A원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부산대 학생들 ⓒ시사저널 박은숙
부산대는 A원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부산대 학생들 ⓒ시사저널 박은숙

기관장 임용 전 터진 의혹…“결격사유 미해당”

이후 A원장은 부산대 교수직을 휴직하고 2018년 7월 현직에 임용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A원장의 논문 관련 의혹은 해명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가 공무원법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채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법 33조는 파면·해임 처분을 받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한해 임용을 제한하고 있다.

A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감사원의 지적 대상에서 빠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대에 내린 감사 처분은 총 3건이다. 이는 모두 2015년 ‘연구비 편취 및 부당집행’으로 징계를 요구하거나 주의를 준 것들이다. 결국 의혹 규명 책임은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기관에 넘어갔다. 현재 A원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원장실 관계자는 “개인적인 언론 접촉은 자제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이와 함께 부산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B행정학과장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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