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금지법’은 정말 타다를 멈춰 세웠을까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8 10:00
  • 호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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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죽었다? ‘타다 금지법’인가 ‘모빌리티 혁신법’인가

“문제는 제도의 ‘모호성’이었다. 플랫폼 모빌리티가 본격 태동하기 전의 제도로는 현실을 명쾌하게 설명하지도, 규칙으로 옳고 그름을 가려주지도 못한다. 법률에 기반해 기소하고 판결을 내리는 검찰과 법원이 상반된 견해를 내놓는 이유 역시 그러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진단(3월9일자 한국일보 기고)이다. 맞다. 문제는 제도의 모호성이었다.

타다는 늘 갈등의 최전선에 섰다. 혁신과 규제의 기로에 서 있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실제 경쟁력도 분명했다. 서비스 개시 1년 반여 만에 17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회원을 모았다. ‘타다는 혁신’이라는 인식도 점점 커져 갔다. 타다가 잘나가는 만큼 기존 사업자인 택시업계의 반발도 커졌다. 택시 측은 현행법의 예외조항을 근거로 운영되는 타다의 초단기 승합차량 렌트 서비스 모델은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면허를 따고 정부가 정해 준 틀(요금 등) 안에서 영업을 하는데 타다가 이를 다 무시하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고도 했다. 여론은 타다의 편이었다. 타다는 택시보다 다소 비쌌지만 친절했고 편리했다. 점점 고립감이 커지던 택시업계는 더욱 크게 반발했고, 시위를 넘어 분신과 같은 극단적인 대응도 점차 나타났다.

이때가 바로 위기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처럼 “위기란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로운 규칙’에 대한 요구도 늘어만 갔다. 이러다가는 우버나 그랩 등 해외 모빌리티 선두주자들에게 관련 시장을 다 뺏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하지만 ‘새로운 규칙’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규제에 시름하는 타다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택시 측의 입장은 좁혀지기는커녕 점점 커지기만 했다.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졌고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기술의 진보와 기존 사회질서가 부딪치는 문제를 조정할 책임은 정치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여 동안 국회는 나름의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했다. 2019년 초 정부와 택시업계, 국회, 그리고 플랫폼 모빌리티 업계와 시민사회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렇게 모은 중지를 담아 국회에 법안이 제출됐다. 새로운 규칙을 합의하는 데까지는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리고 최근 새로운 규칙이 결국 만들어졌다. 그리고 타다는 이 새로운 규칙에 강력 반발했다. ‘타다 금지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타다 금지법’은 정말 타다를 멈추게 했을까.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커지자 정부와 국회, 플랫폼 모빌리티와 택시업계, 시민사회 등은 모여 새로운 규칙 만들기에 나섰다. 지난 3월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커지자 정부와 국회, 플랫폼 모빌리티와 택시업계, 시민사회 등은 모여 새로운 규칙 만들기에 나섰다. 지난 3월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문제의 시작은 제도의 모호성

지난 3월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은 흔히 ‘타다 금지법’이라 불린다. ‘타다 금지법’이란 작명은 언론의 작품이다.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해 모빌리티 혁신의 상징이던 타다 서비스를 멈춰 세웠다는 ‘프레임(논쟁의 틀)’이 ‘타다 금지법’이라는 이름에 담겨 있다. 조선일보는 3월7일 사설을 통해 “국회에선 여야 일치로 ‘타다’ 사업 모델을 원천 봉쇄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여야 모두 25만 택시기사의 ‘표’를 의식한 것이다. 혁신경제를 법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국회가 혁신은 막고 새 규제를 추가해 혁신경제의 싹을 잘라 버렸다”고 했다. 매일경제 역시 ‘결국 멈춘 타다, 국회·정부가 또 한 번 혁신을 죽였다’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상당수의 언론이 이런 입장을 보이며 개정안을 ‘타다 금지법’이라 불렀다.

개정안은 정말 타다의 사업 모델을 ‘원천 봉쇄’했을까. 개정안은 분명 ‘타다 베이직’으로 대표되는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기사 포함 렌터카’ 모델의 사업 근거를 없애는 조항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타다의 영업 근거였던 ‘11~15인승 승합차 임차 시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빌리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항만인 경우’로 11인승 렌터카 운전자 알선을 제한했다.

(왼쪽)이재웅 쏘카 대표 (오른쪽)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왼쪽)이재웅 쏘카 대표 (오른쪽)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시사저널 박은숙·뉴시스 

정부는 “타다 허용법” 타다는 “타다 금지법”

그럼에도 개정안은 타다의 서비스를 원천 봉쇄하지 않았다. 당초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할 때는 타다처럼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업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타다가 1심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택시업계의 동의를 얻어 국회에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렇게 렌터카와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타다의 영업 방식도 허용됐다. 국토부의 차량 운행 대수 관리를 받고 기여금을 내면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안 시행까지는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다. 즉 요건을 갖추면 계속 운영할 수 있고, 이를 준비할 유예 기간도 있다. 이런 점에서 국토부는 개정안을 ‘타다 허용법’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타다는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미래의 편에, 국민의 편에 서야 할 정부와 국회가 170만 명의 국민 이동을 책임졌던 서비스를 문 닫게 했다”며 서비스 중단 방침을 밝혔다. 타다에 기여금을 내고 플랫폼 운송면허를 받아 택시총량제를 따르라는 개정안의 지침은 ‘반(反)혁신’이다. 택시 감차 현황과 연동해 플랫폼 택시 허가 대수를 국토부가 보수적으로 산정한다면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고, 결국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여금도 큰 진입장벽으로, 사실상 대기업만 진출할 수 있게 했다는 논리도 나온다.

타다의 이런 입장은 ‘독불장군’식이라는 지적도 불러일으킨다. 가령 타다는 1년6개월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얼마든지 서비스 방식을 전환할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 방식에 맞춰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의 기업활동도 할 수 있다. 동시에 모빌리티 플랫폼·택시업계, 정부·국회와의 소통을 통해 타다가 생각하는 장애물을 다시 한번 제거하는 작업을 해도 된다.

하지만 타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곧바로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타다가 판을 뒤집으려면 사실상 남은 유일한 무기나 다름없는 ‘여론’이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국민 여론은 ‘폭발’하지는 않았다. 분명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만큼의 수위는 아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타다 금지법 철회해 주세요’라는 글이 3월5일자로 올라와 있는데, 12일 기준 청원 인원은 3820여 명에 불과하다. 3월9일 올라온 ‘타다 금지법 거부권 행사하지 마세요’라는 글의 청원 인원이 5880여 명으로 더 많다.

오히려 타다에 불리한 여론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며 확산하고 있다. 이재웅 대표와 함께 국내 벤처 1세대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개정안 통과에 대해 “20대 국회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 혁신법’”이라고 평가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혁신은 죽었다? 천만에, ‘공정경쟁’하자는 것이다. (타다는 그동안) 여객운수법 시행령 예외조항을 편법 활용해 사실상 ‘택시 영업’을 해 왔는데, 이제부터 공식 허가받고 모빌리티 방식으로 사업하라는 제안”이라고 개정안의 취지를 지지했다.

어쩌다 모빌리티 혁신의 상징처럼 불리던 타다는 고립된 걸까. 혹시 고립을 자초한 것은 아닐까. 혁신을 좇던 타다가 미처 놓친 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힌트가 되는 책이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을 통해 ‘프레임’이라는 말을 전 세계에 유행시킨 조지 레이코프는 정치적 논쟁에서 디테일 싸움보다는 프레임을 유리하게 재구성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는 여기까지만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가 강조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레이코프는 프레임 재구성을 통해 공정과 책임, 자유와 평등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점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부분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타다가 간과한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타다는 그간 자신들의 서비스는 ‘혁신’이고, 이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업계를 ‘구시대적 기득권’이자 ‘기득권의 저항’으로 상정해 왔다.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정부·국회와 이들이 짜는 개정안은 ‘혁신의 방해자’라는 틀 안에 가뒀다. 그렇게 자신들의 서비스를 방해하는 모든 세력을 ‘반혁신’으로 몰아세웠다. 타다에는 불과 1년 반 만에 모은 170만 명의 팬클럽(회원)이 있었다. 이재웅 대표의 발언은 연일 거침이 없었다. ‘타다 금지법’이라는 프레임도 그렇게 나왔다.

 

혁신의 속도에 집중한 타다, 그림자는 외면

구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혁신으로 달린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타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상생의 정신으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풀어가는 방법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타다는 자신들의 서비스는 혁신이었고 그 혁신을 위해 빠르게 달려왔지만, 혁신의 그림자를 지나치게 방관했다. 경제적 혁신이 사회의 안전성을 위협할 때 사회는 그저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반작용이 일어난다. 사회는 경제보다 큰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회는 그 반작용의 매듭을 푸는 곳이다.

2018년 겨울부터 타다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 네 사람이 분신해 죽거나 다쳤다. 대한민국의 어떤 경제주체도 이런 ‘절박한 위협’에 놓이지 않았다. 이들의 호소가 단지 기득권 지키기만을 위해서였을까. 다른 맥락은 없었을까. 자기만 옳다고 윽박지르기만 해서는 아무 문제도 풀 수 없다.

카카오모빌리티, KST모빌리티, 벅시 등 다른 모빌리티 업체들은 왜 개정안 통과 후 “택시와 플랫폼 업계 간 충돌과 갈등, 플랫폼 업계 내부의 반목도 사라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공동 입장문을 내놨을까. 단지 혁신의 선두 ‘타다’를 멈춰 세우기 위함이었을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개정안 통과 후 한국일보 기고를 통해 “가장 빠른 혁신은 함께 이루는 혁신”이라고 했다. 타다는 ‘한 사람의 열 걸음’을 원했고, 정부와 국회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원했다. 우리 사회가 바라는 방향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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