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심 왜곡? 민심과 대의민주주의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8 18:00
  • 호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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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왜곡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는 쪽에서 하는 말이다. 선거제도 개편을 주도했던 민주당과 소수 정당들은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설립을 비난해 왔다. 그러다가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자신들도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나섰다. 같은 지지도를 가지고도 의석 차이가 나게 돼, 민심이 왜곡되는 걸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제도와 전략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인가?

통합당은 애초에 준연동형으로의 선거제도 개편이 개혁이 아니고, 범진보진영만을 위한 ‘꼼수’라고 했다. ‘꼼수’ 전략에 비례 위성정당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면서 곧바로 비례 위성정당을 출범시킨 것이다. 다른 나라도 이런 제도에서 비례 위성정당이 있었다며 알바니아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알바니아의 경우 위성정당이라기보다 연합했던 기성 정당이었다. 그동안 우리의 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 정도였다. 사실 연합세력의 정당과 위성정당은 역할 분담 차원에서는 별로 다를 게 없다. 다만 자율성 측면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월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동형 선거제 흔드는 '꼼수정당' 퇴치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 대안신당 유성엽 인재영입위원장.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월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동형 선거제 흔드는 '꼼수정당' 퇴치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 대안신당 유성엽 인재영입위원장. ⓒ연합뉴스

이번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의 황교안 대표가 당 지도부를 위촉할 정도로 노골적인 위성정당이었다. 이후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통합당이 어느 정도 개입할지도 두고 볼 부분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비례 전문 정당을 지원할 경우 자칫 공직선거법 제88조 ‘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의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대의 권력에 반영되는 민심은 제도와 정치세력의 전략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20대 총선에서도 지역구 투표에서 37.0%를 얻은 민주당이 지역구 115석을 받아, 38.33%를 얻은 새누리당의 105석보다 10석을 더 얻었다. 정당 득표에서도 민주당은 25.5%를 얻어 33.5%를 얻은 새누리당, 26.7%의 국민의당에 뒤진 3위였다. 그래도 의석에서는 종합적으로 1당이 됐다. 전체 득표로는 뒤졌지만 소선거구 당선자를 많이 냈고, 정당 득표에 따른 의석은 비례의석 47명에 한정해 따로 배분했기 때문이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도 실제 유권자 지지에서는 앞섰던 앨 고어가 조지 부시에게 패배했다. 미국 대선에선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선거인단 제도 때문이다.

민심을 가장 그대로 대변하는 것은 민심 그대로 모두가 대표자가 되는 것이다. 대의제에서는 비례대표제에 가깝다. 그런데 비례대표제는 정당을 매개로 이뤄진다. 만일 정당이 민심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이 비례대표제는 민심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 사실 독일의 연동형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100%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다가 정당 독점을 보완하기 위해 후보 개인을 보고도 선택할 수 있도록 소선거구제를 혼합한 것이다. 우리는 소선거구제에 정당 투표 연동형을 도입했다. 정당 투표가 민심 그대로인 양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이 크다. 사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문제가 됐던 지역구의 사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최근 정당의 독점적 기능에 대해서는 많은 나라에서 회의적이다. 그런데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정당의 독점적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딜레마다.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방향이라면 정당이 민심에 좀 더 민감하도록 정당정치를 개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행 연동형의 효과에 대한 기대보다 우리의 선거제나 정당 관련 법에 남아 있는 정당의 특권을 해소하는 것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키 위한 정치 개혁의 우선 과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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