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흑석골 ‘한지 세계화 1번지’로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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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83억 투입 올 연말까지 전통한지 생산시설 조성

전북 전주시가 서서학동 흑석골에 전주한지 생산시설 구축을 본격 추진한다.

전주시는 전통적 재료와 방식으로 최상품의 전주한지를 제조해 한지산업의 발전을 이끌 ‘전통한지 생산시설’을 서서학동 흑석골 일원에 조성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전통한지 생산시설은 국비 23억7000만원 등 총 83억원이 투입돼 건축면적 1216㎡(약 368평), 지상2층 규모로 전통방식의 한지 제조공간, 체험·전수공간, 전시·역사·문화공간 등이 들어선다. 16일 착공해 연말 준공할 예정이다. 

전주시는 이 시설이 완공되면 조선 시대 외교문서, 교지, 과거지 등으로 쓰여 왔던 전주 한지의 우수성을 그대로 재현한 고품질의 한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한지가 세계의 중요문서의 기록에 사용되는 등 문화재 복원분야에 진출하는 한편 전주한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전주시의 설명이다.

전주 흑석골에서 전주한지 생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고궁한지(古宮韓紙)’공장 ⓒ독자 제공
한때 전주한지 생산 집산지였던 서서학동 흑석골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고궁한지(古宮韓紙)’공장 ⓒ독자 제공

전북 전주 서서학동 흑석골은 예로부터 명품 한지공장이 집단화됐던 곳이다. ‘한지골’로도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한지지소가 있었다. 흑석골이 한지골로 본격 자리매김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이다. 한국전쟁 이전에는 전주제지 1곳(현 고궁한지)만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동산면, 덕치면 등 전주외곽에서 한지를 제조하던 지공(紙工)들이 6.25 한국전쟁 때 피난 나왔다가 전쟁 후 흑석골에 눌러앉아 한지를 뜨게 되면서 한지공장들이 모여들면서 흑석골이 명품 전주한지 집산지가 됐다. 흑석골 한지공장은 우리 경제가 어려웠던 1950~80년대에는 100만 불 수출액을 달성했고, 300여 명의 생계수단이었다.

비록 지금은 흑석골에 한지공장이 고궁한지 단 1곳만 운영되고 있지만,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호남제지, 문성제지, 우림제지, 문산제지, 평화제지, 청보제지, 전주제지 등 한지공장들이 즐비했다. 흑석골은 폐수 등 환경문제로 한지공장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폐업할 때까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주한지의 명맥을 마지막까지 이어가던 전주한지의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다. 

전주 전통한지 생산시설 조감도 ⓒ전주시
전주 전통한지 생산시설 조감도 ⓒ전주시

한지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게 한지 원료인 ‘닥나무’와 풀 원료인 ‘황촉규’ 두 가지다. 시는 이곳에서 사용될 고품질의 닥나무 생산을 위해 2017년부터 우아동·중인동의 6개 농가 1만8765㎡에 1만2000주를 심어 지난해 첫 수확을 하는 등 최고의 원료 준비도 마쳤다. 

전주시는 그간 캐나다 대사관 등 재외공간 28곳을 한(韓)스타일로 연출하는 등 한지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전주 한지는 이미 세계 중요문서의 기록에 사용되는 등 문화재 복원 분야에 진출했다. 지난 2월 루브르박물관 보존·복원 총책임자가 전주를 방문해 한지의 우수한 매력을 체험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017년 11월 23일 전주 한지로 복원된 고종 황제의 친필 서한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하고 있다 ⓒ전주시
김승수 전주시장이 2017년 11월 23일 전주 한지로 복원된 고종 황제의 친필 서한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하고 있다 ⓒ전주시

특히 루브르박물관 소장 문화재 ‘바이에른 막시앙 2세 책상’ 복원, ‘고종황제와 바티칸 교황간 친서’ 복본 전달, 프랑스 국립기록원 고문서 한지복본사업 추진 등 세계 기록문화유산 보고인 바티칸교황청과 루브르박물관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최락기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전주한지의 우수한 품질을 만들어낸 제작과정을 세심하게 고려해 최대한 전통 원형에 가깝게 재현할 수 있도록 중점 추진하겠다”며 “전통한지 생산시설 복원을 통해 전주 한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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