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탈당 택한 홍준표 “공천은 원천 무효…대구서 무소속 출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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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을 지역구 포기…막천 주도한 김형오 파면해야”

미래통합당의 홍준표 전 대표가 12일 4·15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해 “이번 공천은 원천 무효”라며 경남 양산을 지역구를 포기하고, 대구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했다. 홍 전 대표는 “통합당 후보가 없는 지역구에 가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통합당 내에서는 “대선후보까지 한 정치인답지 않은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월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면접에 참가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월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면접에 참가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공천 좌절에 “당 현역 없는 대구로 가겠다”

홍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로 저는 양산을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예비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당초 고향인 밀양·창녕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 공관위의 험지출마 요청을 받고 양산을 지역구로 옮겼다. 그러나 공천에서 배제되자 대구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홍 전 대표는 “양산을 향한 저의 노력은 결국 협잡공천에 의해 좌절되었다”며 “이번 양산을 공천은 ‘기망에 의한 막천’이고 상대를 이롭게 하는 ‘이적(利敵)’ 공천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관위는 추가공모를 통해 출마 의지도 없었던 후보를 끼워 넣어 여론조사 경선을 발표하고 대신 저를 제외해 버렸다”며 “가장 이길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경선에서 고의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은 우리 당 후보의 승리보다는 상대 당 후보의 당선을 보장하는 이적 공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잡에 의한 공천배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결코 승복할 수 없다”며 “양산을 무소속 출마를 깊이 검토했으나 이 역시 상대 당 후보를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기에 제가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산에서 제가 물러섰음에도 미래통합당 후보가 패배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당 지도부와 공관위원장의 책임”이라며 “당과 역사는 그 책임을 엄중히 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어디 지역구를 생각하고 계시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구로 가겠다”며 “대구는 12개 지역구에서 정치적 부담이 없고, 또 (미래통합당 후보와) 얼굴이 부딪히지 않는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 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은 제가 출마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 홍 전 대표가 대구지역에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수성을' 선거구다. 수성을은 홍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역인 주호영 통합당 의원이 수성갑으로 전략공천을 받으며 예비후보간 경선이 예고돼 있다. 수성을에선 통합당 이인선·정상환 예비후보가 경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홍준표 날 선 비판에 심기 불편한 통합당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에게 답을 요구한 뒤 당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당 대표 퇴임한 후에 지금까지 당에서 연락 온 일이 없다. 참 사악한 지도부"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홍 전 대표는 또 자신의 SNS에 “이번 막천에 책임자는 김형오 공관위원장”이라며 “당 지도부에서 막천에 대해 비토를 했으면 당헌, 당규 따지지 말고 오늘 즉각 사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홍 전 대표의 대구출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석연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에서 (공천탈락을) 결정했으면 따라야 한다. 방방 뛰는 홍 전 대표를 보면서 그분에 대한 신뢰를 잃어간다”고 전했다.

정상환 통합당 대구 수성을 예비후보는 “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야권이 뭉치고 있는 상황에서 홍 전 대표는 당이 요구하는 험지출마를 거부하고 자신의 당선 가능성만 생각하는 구시대의 거물에 불과하다”며 “홍 전 대표는 국회의원, 도지사,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이다. 이런 경력을 가진 분이 서울의 험지 출마도 못할 정도로 담대함이 없다면 무엇을 한다는 것인가”라며 홍 전 대표를 선거에서 낙선시킬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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