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올림픽 연기’ 제안…가시화된 美·日 입장차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3 11: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중 없는 경기보다 연기가 나아”…일본 정부는 “개최 예정 변함 없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쿄올림픽 지연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년 연기’를 제안했다. 대통령의 올림픽 연기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올림픽이 미뤄진다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11일(현지시간) 오후 9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연설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11일(현지시간) 오후 9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연설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개인적 생각이지만, 일본은 올림픽을 1년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올림픽에 관중이 아무도 없는 상황, 다시 말해 관중의 입장을 막는 사태를 지켜볼 수 없다”라며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보다 (올림픽 연기가) 낫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로 건축과 홍보 작업을 훌륭히 해냈다”라며 “나도 부동산 사업가로서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봤고 일본도 마찬가지일 텐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일본이 올림픽을 충분히 준비하고도 제때 개최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담화 중간마다 ‘아마도(maybe)’란 표현을 쓰면서 본인의 발언이 단순한 제안 수준임을 시사했다. 단 일본에 맡기겠다던 이전 입장과는 결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3일만 해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친구’라고 부르며 “올림픽 개최는 그에게 달렸다”라고 말했다.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은 대통령의 올림픽 연기 발언을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축구(MLS) 등 미국의 메이저 스포츠마저 코로나 사태로 중단되는 상황과 연결 지어 해석했다. 

일본 정부는 어쨌든 올림픽은 그대로 열겠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3월12일 “정부는 예정대로 올림픽 개최를 향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조직위원회, 도쿄도와 긴밀히 연락을 취하면서 준비를 진행해 간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내부에서 연기론이 한번 언급된 적은 있다. 다카하시 하루유키 올림픽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은 3월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올림픽이 안 열린다면 1~2년 연기하는 게 현실적인 옵션”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시 요시로 조직위원장은 다음날 “현재로선 일정을 바꿀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역대 올림픽이 취소된 건 총 세 차례다. 1916년 베를린 올림픽은 세계 1차대전으로, 1940년 도쿄올림픽과 1944년 런던 올림픽은 세계 2차대전으로 각각 중단됐다. 모두 전쟁이 원인이었다. 아직까지 바이러스 때문에 올림픽이 중단된 적은 없다. 2016년 브라질 올림픽을 앞두고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했지만 개최 일정은 변경되지 않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