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공천 논란 김미균 "청년 정치에 무슨 이념이 있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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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 의지 강했던 통합당 공관위에 민주당 제안 내용 다 말했다"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된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3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포토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된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3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포토

정치 참여 문제로 지난 주말 시끄러웠지만 여성 청년 사업가 김미균 시지온 대표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실려 있었다. 김 대표는 “굳이 정치를 하려고 했다기 보다, 세상의 문제를 고쳐보고 싶은 마음은 갖고 있었다”면서 “미래통합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고 보도된 뒤 주변 사람들이 ‘박쥐’라고 놀려댄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 주 김 대표는 통합당의 서울 강남병 후보로 우선추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천 사실이 알려지자 같은 당 청년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은 김 대표의 과거 SNS 글을 근거로 들며 “우리 당이 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에 분노하며 공정 정의를 외치며 조국 사퇴를 부르짖던 9월, 어떤 청년(김 대표)은 문 대통령이 보낸 추석선물을 받고 감사하다고 페북(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그 청년이 미래통합당 강남병 공천을 받았다”며 “이게 우리 당의 공천정신이냐”고 비판했다. 당원들의 반발이 커지자 13일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해졌던 강남병 김미균 후보에 대한 추천을 철회한다”며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공관위원장직을 사직한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악성댓글 방지 서비스 개발한 여성 창업가

연세대 창업동아리 ‘연세리더스클럽’ 출신인 김 대표는 소셜벤처 업계에선 꽤 성공한 기업인이다. 2008년 10월 탤런트 최진실 자살 사건을 보고 큰 충격에 빠진 그는 온라인 공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악성댓글을 차단하는 라이브리(Live-Re) 서비스를 개발했다. 집단지성과 3중 차단 방식을 통해 악성 댓글과 스팸서비스 등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논란이 됐던 더불어민주당 공천과 관련해 김 대표는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민주당에서 인재 영입 제안을 받았다. 당초 비례대표를 생각했는데 막판에 지역구 출마를 요청해와 고사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미래통합당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청년 창업가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와 고민 끝에 수락했다”고 밝혔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3월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강남병 김미균 후보 전략공천을 철회한 후 위원장직을 사퇴를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3월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강남병 김미균 후보 전략공천을 철회한 후 위원장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김 대표에 따르면, 서울 강남병은 공천위 내부적으로 청년 사업가 몫으로 남겨둔 지역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 대표 외 여러 청년 사업가들이 추천을 받았다. 김 대표는 “제안 받은 여러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회의도 했다. 다들 기업 경영하기도 정신없는 상황이었지만, 누군가는 현실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우리(시지온)는 공동대표제로 운영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판단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공천 발표 후 수십개 아이디 같은 내용으로 댓글

면접과정에서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가 당의 혁신 의지를 강하게 어필한 것이 김 대표에겐 인상적이었다. 그는 “공관위 분들이 ‘우리 당에도 김 대표 같은 혁신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면접과정에서 제 활동에 대해 모두 다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련의 과정에 ‘보이지 않은 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그는 “알고 있는 빅데이터 센터에서 자료를 받았는데, 공천 발표가 나자 여러 개의 아이디로 똑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이밖에도 여러 근거자료가 있는데, 이는 그 자리(강남병)에 청년 공천이 예정돼 있다는 걸 누군가 알고 있었고, 그걸 막으려는 세력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공천이 철회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김 대표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청년 창업가에겐 기회가 없어지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김 대표의 말이다.

“저를 비판하는 분들이 그걸 못찾았나본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응원하는 글도 있다. 그런데 솔직히 청년 세대가 무슨 정치적 성향이 있나. 관심가질 여력조차 없다. 애초부터 제 SNS가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했다. 물론 삭제했으면 문제되진 않았을 거다. 굳이 안한 이유는 (정치가) 보통사람이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이념의 정치는 끝났다. 지금 청년들은 정치 자체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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