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달러’ 슈퍼부양 추진에 美 증시 반등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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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트럼프 행정부 나서면서 시장 분위기 개선…코스피도 상승 출발

지난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던 뉴욕증시가 하루 만에 급반등했다. 전날 폭락세를 기록한 데 이어 개장 후 불안정한 거래를 이어갔지만,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의 조치가 잇따라 나오면서 가파른 반등에 성공했다.

17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048.86포인트(5.20%) 급등한 2만1237.38에 거래를 마쳤다. 반등폭은 1000포인트를 웃돌았지만 3000포인트에 달했던 전날의 낙폭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43.06포인트(6.00%) 오른 2529.1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30.19포인트(6.23%) 상승한 7334.78에 각각 마감했다.

3월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올려다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글로벌 중앙은행이 일제히 유동성을 쏟아붓는 정책공조에 나섰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에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 AP=연합포토
3월1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올려다보고 있다. ⓒ뉴욕 AP=연합포토

다우지수는 개장 직후 600포인트 이상 올랐다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 반전했다. 장중 300포인트 이상 밀리면서 2만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전날 곤두박질했던 상황에서도 장 초반 기술적인 반등에 실패한 셈이다.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것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업어음(CP) 매입’을 발표하면서였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과 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어음 시장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CP매입기구(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CPFF)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CPFF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체 CP를 사들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된 장치다. 당시 금융권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인 CP 유동화가 어려워지자, 연준이 대신 유동성을 공급해줬다. 연준이 3월15일 기준금리를 파격 인하하고 양적 완화(QE)를 재개했지만 시장의 불안이 잦아들지 않자, 당장 현금 확보가 다급한 기업체 지원까지 나선 것이다.

 

美 행정부 “경제적 파장 억제 위해 현금 직접 지급 방안 추진”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 기대감이 강력한 반등 동력을 제공했다.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 경제 타격 극복을 위해 1조 달러 규모의 슈퍼 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각 가정에 직접 현금을 보조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행정부가 500억 달러(약 62조1000억원) 규모의 항공산업 지원책을 포함해 8500억 달러(약 1055조7000억원)대의 긴급 부양책 의회 승인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급여세 인하는 한 방법이지만 수개월이 걸린다”며 “우리는 그보다 빨리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 상당히 빠르고 매우 정확하게 돈을 푸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파장을 억제하기 위해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우리는 미국인에게 즉시 수표를 보내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며 “앞으로 2주 이내에 수표를 제공할 방법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경기부양책 규모는 85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약 1242조원)에 달한다. CNBC 방송은 이렇게 약 1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전망이 뉴욕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현금 보조가 이뤄질 경우 액수는 1000달러(약 124만원) 수준이 유력해 보인다. 밋 롬니 상원의원 등이 해당 규모의 현금 보조를 거론해온 바 있다. 다만 므누신 장관은 정확한 보조 액수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현금 보조에 나설 경우 고소득층은 보조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므누신 장관은 “연간 100만 달러(약 12억4200만원)를 버는 이들에게 수표를 보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부양책에는 현금 보조 외에도 2500억 달러(약 310조5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 및 5000억 달러(약 621조원) 규모의 급여세 인하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코스피, 美 부양책 발표에 1%대 상승 출발

뉴욕 증시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지수 역시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준의 CP 매입 계획과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18일 코스피지수는 상승 출발했다. 9시12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53포인트(1.11)% 오른 1690.97을 기록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3.68포인트(0.82%) 오른 1686.12로 출발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65포인트(1.29%) 오른 521.38을 가리켰다. 지수는 6.06포인트(1.18%) 오른 520.79로 개장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 여파로 하락 전환하기도 했으나, 시장이 기대했던 상당한 부양 정책이 논의되거나 발표되면서 재차 상승폭을 확대했다"며 "호재성 재료가 시장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한국 증시도 강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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