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영웅 만들기’에 가려진 코로나19 중국의 그늘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6 08:00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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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통제로 코로나19 대확산 막았지만, 무너진 경제에 정부 반감 확산

3월12일 중국 베이징.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중국 주재 외교관들과 각국 전문가들을 초청해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소개하는 발표회를 열었다. 비록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개최했지만, 시종일관 중국이 주도했다. 기조연설자로 마샤오웨이(馬曉偉) 국가위생건강위 주임이 나섰다. 또한 중국 전문가들이 예방·통제, 진단과 치료, 지역별 방역 등으로 나눠서 발표했다. 마 주임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코로나19 대응을 직접 지휘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자화자찬과 시진핑 찬양 행사에서 WHO는 그저 들러리만 섰다.

같은 날 국가위생건강위는 합동 방역체계 브리핑을 열어 “중국에서 이번 전염병 유행은 이미 절정을 지났다”고 선언했다. 미펑(米鋒) 대변인은 그 이유로 전날까지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우한 이외 후베이성 내에서는 7일 연속으로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았으며, 후베이성 이외 성·시의 신규 확진 환자는 7명에 불과했는데 그중 6명도 해외에서 역유입된 환자였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3월17일에는 추가 확진자가 13명이었고, 그중 12명이 역유입 환자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10일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 환자와 의료진 등을 격려하고 있다. 시 주석의 우한시 방문은 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10일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 환자와 의료진 등을 격려하고 있다. 시 주석의 우한시 방문은 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

‘초강력 통제’ 탓에 중국 경제 휘청

중국은 어떻게 우한 봉쇄령 두 달 만에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났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선 2월 첫째 주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한국 언론은 춘제(春節) 연휴가 끝나면, 코로나19 환자가 대폭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근거는 조업을 재개하면 집단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데다, 설상가상으로 농민공이 대거 도시로 일하러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조업을 재개한 직장과 공장은 극소수였다. 발전소와 상하수도, 버스와 지하철, 물류업체와 주유소, 대형마트, 병원과 약국 등 기본시설만 운영됐다.

후베이와 주변 허난(河南)·후난(湖南)·장시(江西)·안후이(安徽)·충칭(重慶) 등 성·시는 강압적인 통제와 격리를 더욱 강화했다. 2월9일부터 모든 가정에 출퇴근이 필요한 인력을 제외하고 외출 금지령을 시행한 것이다. 따라서 한 가정마다 3일에 한 명이 한 번만 외출토록 지시했다. 이를 위해 아파트단지·주택단지·주상복합단지 등으로 구분해 책임 관리토록 했다.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의 경우 관리사무소가 주민위원회의 지시를 받아, 2월8일 가가호호 방문해 외출증을 배포했다. 외출증은 신분증과 일일이 대조해 확인한 뒤 나눠주었다.

외출 금지령 시행 후 아파트단지는 창살 없는 감옥처럼 변했다. 실제로 외출 시 단지 입구에서 출입을 막론하고 체온을 반드시 쟀다. 또한 다른 단지를 방문하면, 입구에서 방문 사유서를 자세히 써서 제출하고 확인받았다. 주문한 택배나 배달된 음식은 단지 입구에 놓고 갔고, 입주자가 내려와 찾아갔다. 결제는 온라인상에서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처리했다. 주목할 점은 적지 않은 다른 성·시도 외출 금지령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은 2월말까지 지속됐다. 심지어 일부 성·시는 3월 첫째 주까지 외출 금지령을 유지했다.

농촌의 상황은 도시와 약간 차이가 있었다. 마을마다 자율적인 고립을 택했다. 시외버스는 운행이 중단됐고 시장과 장터는 열리지 않았다. 따라서 대다수 마을은 택배를 통해 외부로부터 일상용품과 식료품을 공급받았다. 일부 마을은 촌민위원회에서 유통을 대행해 해결했다. 이는 필자가 중국 전역에 사는 중국인들을 통해 확인했다. 이러한 실상은 한국 언론을 비롯한 해외 언론에서는 정확하고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다.

중국에서 강력한 통제와 격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구축해 온 감시 시스템이 있다. 모든 중국인과 외국인은 이주 후 반드시 파출소를 찾아 거주등록을 해야 한다. 이동 시에는 모든 교통수단을 실명제로 이용한다. 구매부터 승차까지 본인과 신분증을 여러 차례 대조 확인한다. 버스와 지하철은 모바일 결제를 주로 하는데, 모바일 결제도 실명제 등록이다. 자가용은 ETC(전자요금징수)를 강제로 장착해, 고속도로나 유료도로 이용 시 이동 경로를 확인한다. 또한 전국 구석구석에 설치된 CCTV는 AI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동선을 파악한다.

이렇듯 유례없는 통제와 격리로 인해 중국인의 일상생활은 완전히 무너졌다. 중국의 경제산업도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이는 지난 3월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경제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1~2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동월 대비 13.5% 급감했다. 1990년 이후 월간 산업생산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 극적인 수치도 있다. 2월 극장가 박스오피스 매출이 652만 위안(약 11억4600만원)에 불과했다. 대륙 대부분의 극장이 한 달 내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지난해 동월 극장가는 111억 위안(약 1조9500만원)을 벌어들였다.

중국 안팎의 경제 조사기관들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7%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이 분기별 성장률에서 역성장을 기록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대규모 실업사태다. 1~2월 도시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인 6.2%에 달했다. 더욱이 1월 춘제 연휴 때부터 한 달 반 동안 조업이 중단되면서 수만 개의 기업이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앞으로도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 입장에서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은 경기 개선의 여지를 좁게 한다. 따라서 당분간 실업률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예약 판매 중단된 ‘시진핑 띄우기’ 책

이처럼 14억의 인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했지만, 중국 정부는 시진핑 영웅 만들기로 국면 전환에 나서고 있다. 그 조짐은 2월말부터 나왔다.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와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주도해 《대국과 전염병의 전쟁(大國戰疫)》이라는 서적을 출판하려 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책에는 대국의 지도자로서 시 주석이 인민을 위하는 마음, 사명감, 전략적이고 원대한 식견, 탁월한 지도력이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한마디로 코로나19 사태의 극복 공로를 온전히 시 주석에게 돌리는 내용이다. 하지만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 중국인들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태 내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시 주석에 대한 반발이 컸다.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3개월 만인 3월10일에야 우한을 방문했다. 결국 책은 예약 판매가 중단됐다.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중국 정부는 중국인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 3월16일 시 주석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근원과 전파 경로를 찾으라고 지시한 것도 그중 하나다. 또한 우한 시민들에게 무료로 고기와 야채를 나눠주었다. 하지만 쓰레기차로 배송해 오히려 중국인들의 분노만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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