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고 강하다, ‘역병’과 싸우는 《킹덤 2》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1 12:00
  • 호수 158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두 번째 시즌…코로나19 시국에 파급력 불붙어

생사역의 비밀은 풀릴 수 있을 것인가. 서양의 좀비 콘텐츠와 한국 전통 사극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공개된 첫 시즌에서는 권력을 탐하는 자들의 음모가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는 생사역이라는 역병을 초래해 조선에 퍼진 상황을 그렸다. 왕가를 떠나 있던 왕세자 이창(주지훈)이 조선의 끝 동래에서 역병의 실체를 마주한 뒤 다시 궁으로 향하기까지의 이야기가 골자였다.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넷플릭스 작품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한국 사극의 관습을 부순 작품”(뉴욕타임스) 등 외신의 호평까지 이끌어냈던 《킹덤》. 지난 3월13일 새로운 시즌이 공개되자마자 한국뿐 아니라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콘텐츠’ 1위를 기록했다. 새로운 열풍이 시작된 것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2》의 한 장면 ⓒNetflix
ⓒNetflix

뿌린 것은 거두고, 기대감엔 불을 지핀다

첫 시즌은 완결이 아닌 본격적 시작을 알리며 문을 닫았다. 의문은 남았다. 궁을 뒤흔드는 권력의 중심인 조학주(류승룡)는 왜 생사역에 걸린 왕을 문경새재까지 데려갔는가. 조학주가 의원에게 “중전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왕을 살려두라, 3년 전처럼만 하면 된다”고 말한 뜻은 무엇인가. 조학주가 이창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내통하는 자는 누구인가. 이창의 옛 스승 안현대감(허준호)은 어떻게 생사역에 대해 알고 있는 듯 보이는가. 마지막 에피소드의 엔딩, 구름떼처럼 달려오던 생사역 군단과의 사투에서 이창 일행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킹덤 2》는 지난 시즌에서 남았던 의문들을 하나씩 솜씨 있게 거둬들인다. 적어도 앞서 언급한 궁금증들은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시즌에 이어 각본을 쓴 김은희 작가는 “시즌2는 핏줄과 혈통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가장 계급화된 사회였던 조선에서 계급을 가리지 않는 역병이라는 거대한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환란을 이겨내는지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다. 왕좌에 대한 집착으로 끔찍한 일까지 서슴지 않는 조씨 일가, 그중에서도 조학주의 딸이자 중전(김혜준)이 꾸미는 음모가 중심에 놓인다. 더는 아버지의 꼭두각시에 머물지 않고 조선을 자신의 발 아래 두려는 야망을 드러내는 순간, 중전은 이번 시즌의 가장 서슬 퍼런 칼날이 된다. 그사이 이창은 피로 물든 조선의 상황을 목도하며 백성을 위한 지도자의 자세를 깨달아가고, 의녀 서비(배두나)는 역병의 원인이 된 생사초의 비밀에 점차 다가간다.

판이 커지면서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했다. 중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임신부 살인 사건에 의문을 품는 어영대장 민치록(박병은), 혜원 조씨 가문에 충성을 다하는 훈련대장 이강윤(김태훈)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야기 안에서 이들이 이창과 어떤 식으로 협력하고 반목하게 되는지도 《킹덤 2》의 중요 대목이다. 기존 인물들의 가차 없는 퇴장도 신선하다. 생사역이 불러일으킨 죽음의 파도가 궁 내부까지 덮치면서 이제 안전을 보장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가 어떻게 위기를 맞을지, 누가 죽음을 맞이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 쫄깃한 긴장은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이어진다. 특히 시즌2를 닫는 엔딩 신에서는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에 불을 지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펙터클도 한층 강화됐다. 밤에만 활동했던 생사역 군단이 아침이 됐음에도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장면으로 지난 시즌이 마무리된 만큼, 시즌2의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치열한 피의 전투가 펼쳐진다. ‘쓰나미’라는 콘셉트를 잡았다는 제작진의 설명에 걸맞은 위용으로 시리즈를 여는 운포늪 전투 외에도, 이창 일행이 한양으로 돌아온 이후까지 크고 작은 전투가 매회 펼쳐진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에 동원된 무술팀 인원만 850여 명.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생사역 군단을 연기한 배우들만 1300명이다.

지난 시즌을 이끌었던 김성훈 감독(《터널》 《끝까지 간다》) 외에 박인제 감독(《특별시민》 《모비딕》)도 공동 연출자로 합류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방식이지만, 해외에서는 한 시리즈물을 두 명 이상의 감독이 함께 연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로의 연출적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이번 시즌의 강점이 된 모양새다. “이 시스템은 각기 다른 연출가들의 개성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듯하다. 창작자, 특히 감독의 입장에서는 긴 분량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시리즈물에 도전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김성훈 감독의 말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2》의 한 장면 ⓒNetflix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2》의 한 장면 ⓒNetflix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위화감 없어

타이밍도 《킹덤 2》의 편이다.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시기에 공개되면서 시리즈가 가지는 파급력에는 한층 불이 붙었다. 역병이 창궐한 조선시대의 풍경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현재 상황에 위화감 없이 겹쳐진다. 전염병의 상황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일부 국가의 모습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씨 일가의 권력욕과 나란하다. 특히 한국의 상황에 빗대어 보면 역병이 가장 많이 퍼진 곳이 경상도 지역이라는 점, 역병의 최전선에서 사태를 파악하려는 이창 일행과 의녀의 모습 등이 일맥상통하다. “역병도 끝날 것입니다.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면 이 모든 악몽이 끝날 것입니다”라는 서비의 대사는 마치 현 시국을 정확히 파악한 듯한 위로다.

다음 시즌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가 없다. 제작발표회에서 김은희 작가는 “시즌2가 사랑받는다면 더 커진 세계관의 시즌3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시즌10까지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 재미와 완결성이라면, 새로운 시즌을 만나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한국형 좀비물의 진화

한국에서 좀비 콘텐츠가 대중화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단편영화, 독립영화 등에서 장르적으로 시도된 바는 있으나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물꼬를 튼 것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이다. 브레이크 없이 부산으로 내달리는 KTX라는 현실적 배경 안에서 좀비들과 싸워야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액션을 가미했다. 이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좀비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의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서울역》(2016)을 연이어 선보였고, 올해 《부산행》 4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 《반도》를 공개하며 하나의 연결된 세계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킹덤》 시리즈에 앞서 좀비물과 조선시대의 만남을 기획한 《창궐》(2018)도 있었다. 궁궐까지 퍼진 야귀들과의 싸움에 나선 왕자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는 무엇일까. 1980년대 강병구 감독이 연출한 《괴시》다. 한 별장에 도착한 일행이 좀비로 변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