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늦춘 분양가상한제…유예기간 3개월 연장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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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9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 신청하는 아파트 단지부터 적용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4월 말 시행하려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18일 국토교통부는 4월28일로 끝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재건축·재개발조합 총회를 개최할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위험이 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기를 아예 미룬 것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7월29일 이후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신청하는 아파트 단지부터 적용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5월7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시사저널

국토부는 최근 질병관리본부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관련한 의견을 조회했다.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재건축조합 총회를 열 경우 코로나19 집단 감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뤄진 조치다. 국토부는 질본에 관련 협의를 위한 공문을 보내 의견을 얻은 뒤 유예기간 연장을 확정했다. 추가 연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가 연장계획까지 고려할 상황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에 질의한 결과 4월 말 정도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앞서 작년 10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방침을 발표하면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에 대해선 시행을 6개월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장에는 4월29일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게 됐다. 이 때문에 재건축 등 정비조합들은 4월28일까지 일반분양분에 대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마치기 위해 사업을 서둘러 왔다. 분양공고는 전체 조합원의 20% 이상이 참석하는 총회에서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총회 등 모임을 금지하고, 조합 역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상황이 되자 재건축조합과 건설단체 등은 일제히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서울 은평구, 동작구, 서초구, 강남구, 강동구 등 지자체 역시 상한제 시행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다. 재산권 행사를 위한 조합의 총회 개최를 강제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이 총회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이달 말 야외 총회 개최도 강행하겠다는 선언이 나오자, 국토부도 내부 방침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토부는 유예기간 확대가 주택시장에 규제완화의 시그널을 줘 집값을 올리는 불쏘시개가 될 것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결국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유예기간 확대를 결정한 것이다.

 

4월 말까지 주택법 시행령 개정

국토부는 "일부 조합이 경과조치 기간 내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을 하기 위해 관리처분계획 변경 등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경우, 다수 인원 밀집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 및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있다"면서 "조합의 총회 일정 연기가 가능하도록 경과조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경과조치 연장을 위해 관련 사항을 3월23일 입법예고하고, 4월 말까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오히려 집값 폭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공사현장 ⓒ 연합뉴스
재건축 공사현장 ⓒ 연합뉴스

국토부는 제도 시행을 연기하는 대신, 서울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조합 등에 총회 등을 5월 이후에 열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특히 국토부와 서울시는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와 서초구 신반포3차 등 10여 개 조합의 조합원 수가 많아 집단 감염의 우려가 크다고 보고 5월 하순까지 일정을 연기시킬 계획이다. 이들 조합이 총회 등을 강행할 경우 감염병예방법 등 방역 관련 법령에 의해 제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되도록 총회 등을 연기하게 하면서, 불가피한 모임의 경우 방역 책임자를 지정하고 마스크 착용이나 손 세정제 보급 등 방역 대책을 갖춘 조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시행 시기가 연장되면서 유예 종료 시점 이전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한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을 비롯해 주요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지들이 시간을 벌게 됐다. 특히 조합원이 5100여 명에 달해 1000여 명 이상이 총회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와 아직 분양가 협의 전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원베일리) 등도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은평구 수색 13구역이나 성북구 장위4구역, 양천구 신월4구역 등도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가 규제 완화로 비치면서 집값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 관리를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인 주택시장 관리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나갈 것이며,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중심으로 한 실거래 조사와 불법행위 집중단속을 통해 투기수요 차단 노력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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