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경제청의 ‘법알못’…‘패션그룹형지’ 떠나나
  • 인천취재본부 주재홍·이정용 기자 (jueje84@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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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집법’ 모르고 사전분양 “가능”…불법 문제 불거지자 “불가능”으로 말바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패션그룹형지를 송도국제도시에 유치하면서 사전분양이 불가능한 부지를 사전분양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아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제청은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형지에 ‘사전분양은 위법하다’고 통보했다. 이 바람에 형지는 일부 건축비용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형지는 인천경제청 기업유치 담당 부서들의 ‘불통’과 ‘정보은폐’ 등을 이유로 송도국제도시로 계열사들을 이전하는 사업을 취소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11-2번지 패션그룹 형지의 '글로벌 패션복합센터' 신축공사 현장. ©주재홍기자
송도국제도시 11-2번지 패션그룹형지의 '글로벌 패션복합센터' 신축공사 현장. ©주재홍기자

인천경제청, “산집법 모르고 토지매매” 

형지는 2017년 10월부터 연수구 송도동 11-2번지에 ‘글로벌 패션복합센터’를 짓고 있다. 글로벌 패션복합센터에 연매출 1조원에 달하는 전체 계열사와 연구개발센터, 패션인재양성센터 등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패션복합센터가 들어설 부지는 산업시설구역이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사전분양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천경제청 서비스산업유치과는 2013년 10월31일 형지와 1차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할 때 사전분양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또 2018년 10월18일에 2차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할 때도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인천경제청은 형지가 글로벌 패션복합센터의 상업시설을 사전분양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토지매매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 2차 계약서에는 ‘목적사업에 따라 신축하는 건축물 중 판매시설에 대한 분양행위는 목적사업 수행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형지는 토지매매 계약 내용에 따라 사전분양을 진행했고, 인천경제청은 형지의 사전분양이 산집법과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건분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인천경제청은 2019년 12월26일 형지를 산집법과 건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세준 인천경제청 투자유치사업본부장은 “서비스산업유치과가 산집법과 건분법을 모른 채 형지를 유치했던 것 같다”며 “늦었지만 사전분양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형지 측에 알리고, 위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경제청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경제청 제공

서비스산업유치과, 기업유치 실적 쌓기 ‘급급’

인천경제청 서비스산업유치과는 송도국제도시에 기업을 유치하기 전에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에서 사전심의를 받아야한다. 투자유치기획위는 주요 양해각서 및 계약 체결과 투자유치 대상 부지 및 적합업종 선정, 투자계획의 신뢰성, 사업제안서 타당성 등을 판단한다.

인천경제청은 2018년 9월5일 투자유치기획위에 ‘형지 글로벌 패션복합센터 건립 관련 토지매매계약 변경(안)’을 심의 안건으로 제출했다. 당시 심의 안건에는 환매 시 실익과 변경계약 시 실익, 세부 변경 계약내용이 포함돼야 했다.

하지만, 2차 토지매매 계약서에 명시된 ‘판매시설을 목적사업에 포함해 처분(사전분양)이 가능’하다는 내용은 빠졌다.

또 인천경제청이 환매권을 행사할 때 계약금과 5년간 토지가격 상승 차액 49억2829만원을 형지에 청구할 수 있다는 것도 심의 안건 내용에 없었다.

이는 인천경제청이 형지를 유치하기 위해 실적 쌓기에 급급했고, 투자유치기획위의 심도 있는 정책 결정을 막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서비스유치과가 기업유치 관련 정보를 독점하고, 다른 부서와의 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비스유치과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형지를 유치할 때 필수적으로 도시건축과, 개발계획총괄과와 협의하는 과정을 건너뛰었다”며 “심지어 서비스유치과 직원간의 정보공유도 없었기 때문에 예고된 참사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최근에 기업유치 초기단계부터 투자유치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도록 지침이 바뀌었다”며 “앞으로 법 규정을 모르거나 소통 부재에 따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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