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가 팬데믹 아닌 패닉만 불러와
  • 세종취재본부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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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발표는 '팬데믹 선언' 아닌 '팬데믹에 가깝다'는 의미
1차 팬데믹 상황이던 2009년과 냉철한 비교 필요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공포감 조정하는 일 없어야

국제보건기구 WHO가 3월 11일(현지시각),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특정할 수 있다고 본다(We have therefore made the assessment that #COVID19 can be characterized as a pandemic)."라고 발표했다. 세계 증시는 폭락하고 각국은 더욱 단단하게 문을 걸어 잠갔다.

동아사이언스가 타릭 자사레빅(Tarik Jasarevic) WHO 대변인에게 확인한 내용을 보면, 이번 발표가 '팬데믹 선언' 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WHO는 2017년까지 팬데믹 선언 절차를 사용해 오다가 이후에는 절차 자체를 없앴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상황적 특성이 팬데믹에 가깝다고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거다. 1999년 팬데믹 선언 절차를 처음 만든 WHO의 공식 팬데믹 선포는 2009년 6월 11일 신종인플루엔자(H1N1) 유행에 의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셈이다.

공식적 팬데믹 선언은 아니라지만 실제 상황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당시보다 심각하다. 막연한 느낌이 공포심을 키우고 사회적 불황을 이끌고 있다. 그래서 신종인플루엔자, 우리가 신종플루라고 부르는 질병이 유행한 2009년 상황을 지금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테드로스 WHO 사무총장이 3월11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테드로스 WHO 사무총장이 3월11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보다 감염자 확산 빨랐던 2009년 신종플루

신종플루는 2010년까지 전세계 191개 국에서 약 1만8500명의 생명을 앗아간 전염병이다. 2009년 4월23일 해외 첫 감염자 사례가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를 통해서 보고된다. 그리고 이후 불과 8일 만에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다.

신종플루는 처음에는 확진자 증가가 더뎠다. 확진자 100명이 나오는데 2달 정도 걸렸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는 7월 중순이 돼서야 국가전염병위기단계를 '경계'로 향상한다. 현 정부는 코로나19가 유행하자 100명의 확진자가 나오기 한 달 전에 '경계' 단계를 발표했다.

국내 신종플루 확진자가 1000명이 넘은 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석 달가량 지난 7월 22일, 1만 명이 된 건 두 달 후인 9월 15일이다. 이때부터 확진자 수는 빠르게 증가한다.  그리고 11월 2일 우리나라는 하루 9000명의 신종플루 확진자가 생기는 대유행기를 맞이한다. 이명박 정부는 결국 국가전염병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다. 이때 사망자는 40명이 넘어선 상태.

결국 신종플루는 2009년에서 2010년까지 국내 75만 9678명을 감염시켰고 270명을 죽음으로 몰았다. 당시 인구 대비 감염자 수로 세계 8위 수준이다. WHO는 2010년 8월10일이 되어서야 전세계 신종플루 사태의 종결을 선언한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이 분리 배양한 코로나19의 전자현미경 사진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이 분리 배양한 코로나19의 전자현미경 사진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막연한 공포심보단 과거 사례 비교로 냉정해져야

1년 넘게 이어진 감염병 유행이었지만 당시 기억이 정확하게 남아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신종플루는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나오면서 계절 독감과 비슷하게 여겨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절 독감도 결코 가벼운 전염병이 아니다.

올해 초 CDC의 발표로는 이번 시즌 계절 독감으로 3200만 건의 사례가 발생했고 31만 명이 입원, 1만8000명이 사망을 초래했다. 우리나라도 가볍지 않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가 2010년 조사한 바로는 국내 독감 사망자 수는 한해 2370명이나 된다. 지난 2월 20일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겨울철 독감으로 국내 기준으로 약 5000명이 사망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저 매년 겪다 보니 둔해졌을 뿐이지 결코 예전보다 상황이 좋아진 질병이 아니다.

계절 독감 사망자 수에는 놀라지 않으면서 코로나19에는 엄청나게 떨고 있다. 인류가 처음 접하는 바이러스며 추후 상황이 전개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대표적인 예가 치명률이다. 이탈리아에 급격하게 사망자가 늘어나자 인터넷상에서 '코로나19의 치명률이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는 주장이 유행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치명률이 높은 이유는 연령별 치사율이 높은 코로나19의 특성과 인구의 고령자 비율이 높은 두 가지 원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이탈리아 50대의 코로나19 치명률은 1%, 60대는 3.2%, 70대는 11.8%, 80대는 18.8%, 90대 이상은 21.6%다. 이탈리아는 전체 환자의 76%가 50대 이상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일반 폐렴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다.

2017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일반 폐렴 역시 0세 이하 영·유아부터 40대까지의 폐렴 사망률은 10만 명당 1~2명대에 그친다. 그에 반해 50대에 들어서면서 6.2명으로 급증하고, 80대 이상은 856.7명으로 전 연령 평균 폐렴 사망률 대비 22.6배로 높아진다.

한국의 질병관리 체계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의 감염병 사태를 거치면서 상당히 진일보했다. 코로나19 관련에서도 세계의 칭찬 세례를 받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공포감을 조장하며 사회를 패닉에 빠뜨리는 사례는 사태 진정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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