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시가 상승률 13년 만에 최고치…다주택자 ‘세금 압박’ 커졌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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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액 5.99% 올라…강남 3구 평균 22% 인상

올해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 등) 공시가격 예정액이 작년보다 5.9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 상승률(14.01%)과 비슷한 14.75% 올랐다. 시세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은 크게 올랐다. 강남구(25.57%)와 서초구(22.57%)의 아파트 공시가격은 역대급 상승률을 보였다. 고가 주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압박이 더욱 커진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18일 전국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1383만 가구의 공시 예정 가격을 19일부터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www.realtyprice.kr)에 공개하고, 내달 8일까지 소유자 의견을 청취한다고 밝혔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5.99%로, 작년(5.23%)보다 소폭(0.76%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는 수준인 현실화율은 작년보다 0.9%포인트 오른 평균 69.0%다.

 

고가 주택일수록 상승폭 커

지역과 집값에 따라 편차가 크다.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14.75%)과 대전(14.06%)은 전국 평균보다 높게 상승했다. 서울 공시가격 상승률은 2007년(28.4%) 이래 13년 만에 최고치다. 고가 주택일수록 상승폭이 컸다. 전체 공동 주택의 95.2%를 차지하는 시세 9억원 미만(1317만호)의 공시가격은 1.97% 올라 전년(2.87%)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3억원 미만은 전년(-2.48%)에 이어 올해도 공시가격이 하락(-1.90%)했다.

반면 9억원 이상(66만호)의 공시가격은 21.15% 상승했다. 15억∼30억원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26.18%, 30억원 이상은 27.39%나 뛰었다. 정부가 고가 공동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을 더 높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시세 9억원 미만은 전년과 유사한 68% 수준의 현실화율을 보인 반면, 15억∼30억원 공동주택은 74.6%, 30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79.5%까지 현실화율을 올렸다.

전방위 부동산 규제를 담은 12·16 대책이 발표되면서 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 시사저널 고성준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 시사저널 고성준

이 때문에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의 공시가가 25.57% 올라,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뒤이어 서초(22.57%), 송파(18.45%)와 양천(18.36%), 영등포(16.81%) 순으로 상승률을 보였다. 마포(12.31%), 용산(14.51%), 성동(16.25%) 등 지역도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 위주로 공시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고, 지난해 12·16 대책 등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율과 세 부담 상한선까지 대폭 올린 상황이라 고가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고가주택은 한 채뿐이라도 세 부담이 상당하다. 국토교통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이 25억7400만원으로 작년보다 35.2% 오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1123만원이었으나 올해 1652만5000원으로 47% 뛴다.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올해 보유세는 610만원으로 191만원 가량 상승한다.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지난해에는 종부세 과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공시가격이 8억6400만원에서 올해 10억8400만원으로 오르면서 종부세를 내야 한다. 종부세가 더해지면서 보유세가 110만원 가량 오르게 됐다. 올해 공시가격이 21억1800만원으로 작년 대비 40% 넘게 상승한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의 보유세도 지난해 695만3000원에서 올해 1018만원으로 46% 오르게 된다.

다주택자는 부담이 더 커졌다. 개포 주공1단지와 아크로리버파크를 보유한 2주택자는 보유세가 작년 3818만원에서 올해 6325만원으로 66% 상승한다. 12·16 대책 관련 세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보유세는 더 늘어 7203만원이 된다. 최근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강남권 집값이 약세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고 보유세 부담이 더해지면서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전국 공동주택 중 공시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지난 2006년 이후 15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연립주택 '트라움하우스 5차'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소유한 곳으로 알려진 트라움하우스 5차의 올해 공시가격은 69억9200만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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