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김혜수 선배는 '열정 만수르'…꼭 함께하고 싶었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1 15:00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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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킹덤2》…TV는 지금 주지훈의 원맨쇼 중

바야흐로 주지훈의 원맨쇼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이 일상인 요즘,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주지훈은 현재 SBS 《하이에나》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2》의 주인공으로 여심을 저격하고 있다. 주지훈의 원맨쇼를 보는 듯한 요즘이다.

잠시 주지훈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주지훈은 2003년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후 드라마 《궁》(2006)으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첫 작품부터 주연이었다. 이후 드라마 《마왕》(2007),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키친》(2009), 《간신》(2015), 《아수라》(2016), 《신과 함께》(2017) 등에 출연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2019년 영화 《암수살인》으로 춘사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의 입지를 견고히 했다. 아마도 주지훈의 배우 인생은 《암수살인》 출연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당시 주지훈은 감옥에서 퍼즐처럼 추가 살인의 단서를 흘리며 형사를 도발하는 살인범을 열연했는데, 그간의 그의 연기 색깔을 감안한다면 파격 변신이었다.

하지만 기자는 주지훈의 인생작을 현재 출연 중인 《하이에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 《암수살인》에서는 외모부터 말투, 행동까지 끊임없이 강렬했다. 연기 좀 하는 배우라면 좋은 연기 평점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하이에나》는 다르다. 흔한 미니시리즈의 ‘남주’ 캐릭터지만, 주지훈만의 디테일로 맛깔스럽게 연기를 해댄다. 그것도 베테랑 김혜수, 그러니까 완벽주의자 대선배를 상대로 말이다. 드라마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즐겁게 변주하는 그는 어느덧 세련된 연기를 하는 내공 있는 배우가 됐다. 그러고 보면 데뷔작인 《궁》 이후 가장 성공한 지상파 드라마이기에 그에겐 분명 의미 있는 작품이다.

《하이에나》는 머릿속엔 법을, 가슴속엔 돈을 품은 ‘똥묻겨묻’ 변호사들의 물고 뜯고 찢는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장태유 감독의 컴백작이기도 하다. 극 중 주지훈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법과 함께 살아가는 법무법인 송&김 파트너 변호사 윤희재 역을 맡았다. 유아독존으로 재판정을 휩쓸던 윤희재는 정금자(김혜수)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이 쌓아 올린 견고한 온실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는 인물이다. 최근 《하이에나》와 《킹덤 2》의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있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Netflix
ⓒNetflix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대본이 특별했다. 특히 1부 엔딩 장면을 보면 ‘어? 이게 뭐지?’ 하는 신이 나온다. 그 장면이 특히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대역이 김혜수 선배님이 아닌가? 와우! 맘마미아! 선배님의 이름을 듣자마자 꼭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 김혜수와의 호흡은 어떤가.

“주변에서 선배님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꼭 함께하고 싶었다. 옆에서 본 김혜수 선배님은 정말 ‘열정 만수르’다. 사실 저는 정말 약체인데, 선배님 특유의 에너지와 기를 받아서 촬영하게 되더라. 무엇보다 먹을 걸 많이 주신다. 장 감독님은 거의 사육당하고 계신다.”

 

김혜수가 본 주지훈은 어떨까. 김혜수는 주지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작품을 보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거침없다고 느꼈다. 또 성과를 끌어내는 배우다. 그래서 같이 작업하는 것 자체가 자극이 된다. 덧붙이지만 외적인 매력이 스크린에서 볼 때보다 크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캐릭터는 어떤 배우가 그걸 해내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게 달라지는데, 윤희재라는 캐릭터는 다른 걸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나. 주지훈이 어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많은 배우다.”

 

주연배우가 말하는 《하이에나》의 관전 포인트는.

“전문적인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무겁지 않게, 치킨과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고구마에 김치를 올려 먹으며 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그런 부분을 재밌게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다.”

 

주지훈이 《하이에나》에서 자아도취, 허당 끼 있는 변호사를 열연한다면, 《킹덤 2》에서는 진중하고 진실한 예비 군주의 모습을 연기한다. 《킹덤》은 지난해 1월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돼 호평을 받은 한국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1년 만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킹덤 2》는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돼 버린 왕세자 이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해외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인 좀비를 조선시대 굶주린 민초들 사이에 퍼지는 역병으로 해석해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로 세계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킹덤 2》와 《하이에나》의 제작 환경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두 작품은 제작 환경부터 시스템 자체가 아예 다르다. 《킹덤》은 하루에 모든 것이 스트리밍되는 서비스다. 애초에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촬영 횟수나 임하는 스태프 숫자가 전반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큰 틀로는 같은 요리지만 양식, 중식, 한식이 다 만드는 방식이 다르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그걸 드시는 분들이 맛있게 드시면 좋겠다는 마음은 같다.”

 

요즘 해외에서의 인기를 실감하나(넷플릭스가 미국 LA와 뉴욕 주요 장소에 한 달 동안 《킹덤 2》의 대형 옥외 광고를 게재했다).

“뉴욕에 옥외 광고가 걸린 것을 봤다. 처음엔 합성이 아닌가 생각했다. 제가 해외 작품을 해 보지 않아서인지 처음이라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개인적으로 뿌듯하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도전을 주저하기엔 당시엔 ‘넷플릭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웃음). 다만 주변에서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 잘돼서 좋다’고 해 주시면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기존 작품 때처럼 시청률이나 관객 수 지표가 없다 보니 인기의 체감도가 크진 않다. 하지만 분명 새로운 도전에 즐거움은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공들여 작업하는 방식은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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