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통합당 김한표 의원의 아름다운 ‘퇴장’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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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공관위 컷오프 결정 수용…"당이 공천 잡음으로 분열되지 말아야"

20대에도 그랬지만, 21대 4·15 총선도 공천 후폭풍이 거세다. 재심 요구가 잇따르고, 공천이 유권자의 뜻을 외면했다며 무소속 출마 선언도 나오고 있다.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이런 움직임은 더욱 드세지고 있다.

김한표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표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웃지 못한 다수의 정치인 중 한 재선의원이 눈에 띈다. 김한표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65)다. 지난 13일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김 의원 등 6곳의 공천 재검토 결과를 발표한 뒤 김 의원은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만나 거취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니 진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8년 간 국회에서 쌓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김 의원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황교안 당 대표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중도보수가 승리하는데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당이 더 이상 공천 잡음으로 분열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보수세력이 국민에게 인정받는 주축세력이 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공천 배제 후유증이 컸다. 통합당 공관위는 지난 5일 경남 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공천을 신청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 5선의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 4선의 김재경(경남 진주을) 의원, 원내수석부대표인 재선의 김한표(경남 거제) 의원을 공천 탈락시켰다. 김 의원은 재심을 요구하고 무소속 출마도 검토했지만, 결국 컷오프 결과를 받아들였다.

2012년 여의도에 입성한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 천직이었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국회와 지역구 민원 현장에선 의정 활동으로 열의를 불태웠다. 국민을 위한 봉사 열정은 8년 간 일관됐다. 개인적인 것은 다 내려놨다. 골프 한 번 가본 적 없고, 해외출장 아니면 주말에 지역구를 벗어나지 않았다. 해마다 여름휴가 때에는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국회의원들의 본보기가 됐다.

지난 8년,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2012년 국정감사 우수의원상, 2012년 국토일보사 대한민국 건설문화대상 의정 부문 대상, 2013년 헌정대상 등을 수상했다.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은 김 의원의 가장 소중한 추억이다. 정쟁에서 벗어나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했고, 모범적인 정책제안자·감시자로서 역랑을 여실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퇴장이다. 김 의원은 "앞으로도 미력하나마 거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가 가진 경륜은 여전히 우리나라 정치와 거제 발전에 활용가치가 높다. 원내수석부대표로서 활동하며 여야 협상과 고위정책 수립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바 있는 김 의원이다.
 
통합당은 김 의원의 자리를 서일준 전 거제부시장으로 메웠다. 21대 총선 통합당 후보인 서 전 부시장은 "지난 기간 거제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열정적으로 뛰어주신 김한표 의원님께 거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며 "앞으로도 거제의 큰 일꾼, 큰 어르신으로 거제 발전을 위해 힘을 쏟아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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