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투자사, 산자부와 유착 의혹…‘대외비’ 대통령 보고서 빼내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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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여객 인수한 스트라이커캐피탈 대표, 문재인 대통령-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친분 과시
스트라이커캐피탈 대표 이아무개씨는 민간업체 자격으로 2018년 산자부 신년업무보고회에 참석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주변에 자랑했다. ⓒ시사저널
스트라이커캐피탈 대표 이아무개씨(왼쪽)는 민간업체 자격으로 2018년 산자부 신년업무보고회에 참석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주변에 자랑했다. ⓒ시사저널

1조6000여억원의 투자손실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과 청와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라임이 투자한 회사와 산업자원부 간의 커넥션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수원여객을 인수한 스트라이커캐피탈(이하 스트라이커)은 대외비인 대통령 업무보고용 보고서를 미리 빼내는가 하면 스트라이커캐피탈 대표 이아무개 씨는 산자부가 주재한 2019년 대통령 업무보고 회의까지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정권 핵심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트라이커는 2018년 3월 경기도 수원에 있는 수원여객을 사들였다. 1962년 설립된 수원여객은 보유버스만 500여 대에 달하는 중견 운송회사다. 수원여객은 지난 2017년 느닷없이 1, 2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다. 스트라이커가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 돈이 흘러 들어갔다. 당시 스트라이커는 수원여객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가 보유한 수원여객 주식 53%를 담보로 라임에서 270억원을 대출받았다.

관련서류에 등장하는 '명지하나제일차주식회사'는 라임자산운용이 세운 SPC다. 자금 운용에 문제가 생기자 라임은 지난해 초 투자금 반환을 요청했고, 이 때 스트라이커는 또다른 사모펀드 운용사인 알펜루트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알펜루트자산운용 역시 올해 초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환매하지 못해 관련업계에선 '제2의 라임 사태'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곳이다. 공시자료에 보면 스트라이커는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이자율을 연 10~24%로 정했다.  

수사당국은 이종필 전 부사장 등 라임자산운용 경영진이 수원여객 인수 과정에서 증권사 출신 A씨와 결탁했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스트라이커 전직 임원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A씨 소개로 이 아무개 스트라이커 대표와 이종필 전 부사장이 만났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 부사장이 산자부 직원과 접촉해 빼낸 대통령 보고 문서. 오른쪽 상단에 대외비를 뜻하는 표식이 찍혀있다. ⓒ시사저널
이 회사 부사장이 산자부 직원과 접촉해 빼낸 대통령 보고 문서. 오른쪽 상단에 대외비를 뜻하는 표식이 찍혀있다. ⓒ시사저널

스트라이커는 운송업에 뛰어들어 관련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다. 스트라이커 투자 이후 수원여객은 국내 전기버스 운송업계의 대표주자에 올라섰다.

전기버스 회사로의 변신은 관련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말 수원시는 시범적으로 전기버스 100대를 공급하기 위해 회사와 협약을 맺었다. 이 때 수원시가 약속한 것은 구매보조금과 행정 지원이었다.

회사 대표 이씨는 2018년 12월18일에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의 2019 대통령 업무보고회까지 초대됐다.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 씨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주변인들에게 자랑했다.

이를 근거로 회사는 전략적 투자자를 모집했다. 회사 대표가 접촉한 곳은 전기차 제조사 B사다. 수원여객이 B사에게 전기버스를 발주하는 조건으로 스트라이커는 B사로부터 2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약속받았다.

이 과정에서 스트라이커는 B사를 제외한 다른 업체의 전기버스를 의도적으로 낮게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은 스트라이커 이 대표가 수원여객 대표에게 관련 사항을 지시하는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

스트라이커는 대통령 업무보고용으로 만든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전략(안)’이라는 문건도 빼냈다. 이 문서 오른쪽 상단에는 ‘대외주의’라는 표식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수원여객이 미래차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구미에 딱 맞는 아이템을 찾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회사 부사장이 산자부 직원과 접촉해 빼낸 대통령 보고 문서. 오른쪽 상단에 대외비를 뜻하는 표식이 찍혀있다. ⓒ시사저널
이 회사 부사장이 산자부 직원과 접촉해 빼낸 대통령 보고 문서. 오른쪽 상단에 대외비를 뜻하는 표식이 찍혀있다. ⓒ시사저널

이 과정에서 산자부 출신 송아무개 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라이커는 2018년 10월 산자부에서 신남방정책 과장을 맡았던 송아무개 씨를 부사장에 채용했다. 스트라이커는 송 부사장을 통해 산자부에 전방위 로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 이전까지만 해도 수원여객이 전기버스 사업을 추진할 거라는 소식은 언론에 많이 보도되지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송 부사장 합류 이후 전기버스 사업이 수원여객의 핵심사업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산자부가 펴낸 자료에는 ‘대도시 전기버스 Flagship(플래그십)프로젝트’라는 항목이 있는데 여기에는 수원시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시내버스 1000대를 전기버스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조금 확대, 전기료 감면 연장, 취득세 면제 지원 등을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4년간 정부 예산 1500억원, 경기도 예산 500억원이 지원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송 부사장은 산자부 실무과장과 통화한 내용을 회사 임원진에게 그대로 보고했다.

“전기버스가 B사로 결정되면 산자부장관의 B사 방문을 추진하겠다. (2018년)12월 VIP(문재인 대통령 지칭)를 모시고 수원여객-B사-수원시-경기도-환경부장관-산업부장관 MOU(투자 양해각서) 추진하겠음.”

그러면서 송 부사장은 "수원시장에게 예산지원을 독려해보고 (산자부가) 올해가 안되면 내년 추경 편성을 노력해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라임펀드 환매 피해자 모임 소속 투자자들이 2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신증권라임펀드 환매 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시사저널
대신증권 라임펀드 환매 피해자 모임 소속 투자자들이 2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신증권라임펀드 환매 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시사저널

종합하면 스트라이커는 수원여객을 인수한 뒤 송 부사장으로부터 정부가 전기버스 등 친환경 자동차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근거로 회사는 관련 예산을 지원받았으며, 발주업체로부터는 또 다른 투자금을 유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공무원이 결탁해 정부 기밀문서가 외부로 유출됐다. 공교롭게도 작년 초 수원여객은 B사에게 1차로 100여 대 버스를 발주했다.  스트라이커 관계자는 “전기버스 사업은 2018년 7월 경 수원시가 중앙정부에 제안한 것이며, 우리는 투자 초기부터 전기버스 도입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 대외자료는 검토 단계에서 관계부처 관계자들끼리 회람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며 "전기버스 사업과 관련해서 정부로부터 어떠한 특혜를 입은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시사저널은 이 대표가 대통령 업무보고에 참석한 경위와 문 대통령과 임 전 비서실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수원여객은 여러 언론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아무개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김 회장은 수원여객 자금을 무단으로 빼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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