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물꼬 트이나…트럼프, 北에 “코로나19 기꺼이 돕겠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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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여정 친서 공개 시인…“북한이든 이란이든 협조 열려있다”
북한 “섣불리 북‧미 관계 낙관하지 말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코로나19 방역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북‧미 대화가 동력을 얻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북한 측이 “섣불리 북‧미관계를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말라”고 선을 그으면서, 양국의 교착국면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왼쪽)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회 유엔총회 기자회견을 끝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오른쪽)2018년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청와대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청와대제공

코로나19 사태 계기로 북‧미 대화 동력 얻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하며 이 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이 도움이 필요하면 도울 것”이라며 “미국은 특히 아무도 갖지 않은 새로운 검사 방법을 출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북한과 이란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 기꺼이 도울 의향이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매개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이를 계기로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친분은 친분일 뿐” 선 그은 북한

그러나 북‧미 관계는 쉽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 측이 섣불리 북‧미 관계를 낙관적으로 평가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면서다. 앞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22일 새벽 담화를 내고 “조·미 사이의 관계와 그 발전은 두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놓고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되고 그에 따라 전망하고 기대해서는 더욱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에 줄달음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남한다고 통일부가 2월7일 밝혔다. ©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그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 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이 담화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북·미) 두 나라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전염병 사태의 심각한 위협으로부터 자기 인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국무위원장 동지의 노력에 대한 감동을 피력하면서 바이러스 방역 부문에서 협조할 의향도 표시하였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최근에 의사소통을 자주 하지 못하여 자기 생각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 동지도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 관계에 대하여 다시금 확언하시면서 대통령의 따뜻한 친서에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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