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또 타고” 임야 218㏊ 잿더미, 울산 산불 비상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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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건조경보, 5일 동안 산불 3차례 잇따라 발생
산불 진화용 헬기 강풍에 추락, 1명 사망

최근 5일 동안 울산에서 산불이 3차례 잇따라 발생해 임야 218㏊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또 진화용 헬기가 강풍에 추락해 1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산불은 모두 건조경보 발효 중에 일어났다.

23일 오후 1시 9분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전읍리 한 야산에서 불이 났다. 산불 피해 규모는 17㏊로 집계됐다.

울주군 두서면 전읍리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임야  17ha를 태웠다
23일 울산 울주군 두서면 전읍리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임야 17ha를 태웠다ⓒ울산소방본부

소방당국은 산림청 헬기 6대와 소방 헬기 1대, 산불진화차 9대, 소방차 20대 진화 인력 120여 명을 투입해 4시간 20분 만인 오후 5시 30분에 진화했다. 

경찰은 인근 밭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산불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울산은 지난 21일부터 나흘째 ‘건조경보’가 발효 중이다. 앞서 19일과 21일에도 울산에서는 산불이 잇따랐다.

19일 오후 1시 47분 울주군 웅촌면 대복리 장사리골에서 발생한 산불은 21시간 만에 가까스로 진화했으나 임야 200㏊가 잿더미로 변했다. 또 산불이 아파트와 주택이 있는 민가 가까이 내려오면서 밤사이 웅촌면과 청량읍 일대 3개 마을 주민 40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힘겹게 산불을 진화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힘겹게 산불을 진화하고 있는 소방대원들ⓒ울산소방본부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부기장이 숨지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사고 헬기가 산불을 끄려고 물을 싣던 중 강풍에 중심을 잃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었고 초속 19m 이상 북서풍이 불었다.

사고 직후 기장(56)은 탈출해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하지만 기장과 함께 탑승했던 부기장(47)은 실종된 지 26시간 만에 회야저수지 바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추락한 헬기 동체와 4~5m 떨어진 지점이었다.

사고가 난 헬기는 1982년 미국에서 제조한 ‘벨(BELL)214B-1’ 기종이다. 40년 가까이 된 노후 기종으로 기체 결함 등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울산시는 “올해 1월 해당 헬기가 미국에서 전면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제작연도를 이유로 단순히 노후 헬기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공조해 본격 조사에 나섰다. 사고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감식에 들어간 합동조사단은 최초 산불이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웅촌면 대복리 일원에서 발화 지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 또 일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화재 시작 지점, 진행 방향 등을 조사했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산불은 지난 10년 사이 울산에서 두 번째로 큰 산불로 기록됐다. 가장 큰 산불은 2013년 울주군 언양읍과 상북면 일대에서 발생했다. 이 산불로 280㏊의 산림이 사라졌다.

한편 주말인 지난 21일 오후 2시 8분에는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나 1시간 만에 꺼졌다. 불은 0.1㏊가량을 태웠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때도 울산은 건조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건조경보나 건조주의보는 대기 속의 습도가 몹시 낮아 산불 등의 피해가 예상될 때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기상특보다. 산불은 3~5월 건조한 날씨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불 발생의 절반 이상이 봄철(3~5월)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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