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지한다” 민생당 의원 단체채팅방서 드러난 민낯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6 08: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생당 비례대표 순위 선정 놓고 계파간 갈등
박주현 의원 “그동안 통합에 고생했는데…” 대표직 사임
민생당 의원들이 참여한 SNS 채팅방
민생당 의원들이 참여한 SNS 채팅방

중도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제3정당 민생당이 21대 총선 후보등록일 하루 전인 25일까지 비례대표 명단 선정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의 내막에는 옛 바른미래당 내 손학규계와 호남계, 옛 민주평화당계 등 3자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23일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이 반호남주의, 반개혁주의로 가고 비례대표와 관련해 밥그릇 챙기기 싸움만 한다면 민주평화당 세력은 민생당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노골적으로 탈 호남정당을 표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 의원은 “손학규 전 대표에게 정식으로 이야기했다”며 “분열된 호남 정당들을 하나로 묶은 민생당이 정체성을 세우지 못했고 표류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당 관계자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전면에 김정화 공동대표를 내세우고서는 당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하루 만에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이 후보 등록일이라 무소속으로 등록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민생당으로 후보 등록을 한다”고 밝히면서 탈당불사를 철회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민생당 의원들이 참여한 SNS 채팅방
민생당 의원들이 참여한 SNS 채팅방

민생당은 바른미래당 손학규계와 대안신당(바른미래당 호남계), 민주평화당이 통합해 창당했다. 손학규계는 김정화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을, 대안신당은 유성엽 의원을 민주평화당은 박주현 의원을 각각 대표로 내세워 공동대표 체제를 구성했지만, 세 정파 간 총선 구상에 있어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 세 정파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 참여, 지역구 공천, 비례대표 순번 배분 등을 둘러싸고 계속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비례대표 순번 배분은 계파갈등의 중심에 있다. 시사저널은 최근 민생당 의원들 간 SNS 단체채팅방에서 나눈 대화를 입수했다. A의원이 “다른 의원들도 같은 의견일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비례대표 의원이 또 다시 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을 비판하자, B의원은 “가지가지한다”며 반발했다. 당내에선 A의원을 전북에 지역구를 둔 의원, B의원을 현재 민생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거론되고 있는 의원으로 보고 있다.

이러자 C의원은 “민주당과 미통당(미래통합당)에는 비례연임금지조항이 없다.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대표가 새정치한다고 비례연임금지조항을 넣었지만 박선숙 의원이 비례를 두 번 했고, 이번에 이태규 의원도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본인이 시작한 조항을 스스로 철저히 부정했다. 공관위에서 결정하도록 했으면 지켜보면 된다. 그동안 비례인질로 고생했고 그럼에도 통합에 앞장섰으니 새로운 정당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민생당의 문제는 명백하게 전횡을 넘어서는 당 운영”이라고 반발했다.

C의원은 그러면서 “오늘부로 당대표를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문자를 주고받은 23일 박주현 공동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C의원은 박 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가 3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가 3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민생당은 25일 손학규 전 대표를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정하고 선대위 체제로 공식전환했지만, 비례대표 순위를 놓고 계파간 이견 차는 여전하다.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현역의원 18명으로 구성된 민생당은 비례대표 정당투표용지에는 맨 첫 칸에 위치한다. 당내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지역구선거 보다는 비례대표 순위 선정에 계파간 의견차가 치열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계로 분류되는 채이배 의원은 같은 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비례대표 재선을 하려는 제3지대 일부 의원들에 대해 “정치 신인, 또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의 진출 통로를 기득권 현역이 막는 것”이라며 "자신의 재선을 위해 비례대표를 활용하려는 게 아쉽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