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19는 반세계화 전조 증상
  •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1 18:00
  • 호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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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글로벌 팬데믹으로 정의한 지 몇 주가 지났다. 우리의 경우 대구·경북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감염병의 공포도 많이 완화되고 있다. 반면에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은 최악의 상황이고 미국 또한 하루에 1만 명 넘게 확진자가 늘고 있다,

대륙별,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이번 코로나19는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이 동시에 겪는 가장 큰 참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무제한 양적완화와 더불어 위험자산인 회사채까지 매입하는 이른바 질적완화까지 실시하고, 트럼프 정부는 2조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만큼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엄중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과연 이 정도 규모의 통화, 재정 정책은 경기침체에서 미국을 구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경제적 부양책과는 정반대의 정책으로 경제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유례가 없는 미국의 대유럽 국경 봉쇄, 유럽 국가들 간의 국경 봉쇄로 대표되는 국가 간 이동의 제약과 국내적 이동 제한이라는 바이러스 차단책은 글로벌 경기를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다. 소비는 얼어붙고 투자는 최소화된다. 보잉으로 대표되는 항공산업과 크루즈선사로 대표되는 여행산업 그리고 미국의 셰일기업을 중심으로 한 정유산업은 구제금융이 아니면 줄도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거점으로 지목된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4일(현지 시각)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버스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거점으로 지목된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4일(현지 시각)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버스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전에 그랬듯이 코로나19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가 간 이동의 제한은 상당 기간 다른 형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는 1980년대 이후로 이른바 세계화의 질서 속에서 효율적으로 역할 분담을 하면서 살아왔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제조업을, 미국과 유럽은 금융과 서비스를 위주로 성장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왔다. 효율의 극대화가 국가 간 모든 장벽을 허물고 이른바 지구촌을 꾸려온 것이다.

세계화의 질서는 주로 미국 내 제조업 기반을 붕괴시켰고, 이른바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쇠락한 공업지대의 대량 실업을 초래했다. 그 지점을 기가 막히게 활용한 것이 바로 트럼프의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이고 정치 신인인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원동력이 됐다. 당연히 트럼프는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외교, 통상 정책을 구사했고 그것이 지난 2018년부터 전 세계를 불안하게 했던 미·중 무역분쟁으로 분출돼 나왔다.

올해는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다. 트럼프 4년을 평가함과 동시에 그가 추구해 온 반세계화 정책을 추인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전 세계는 더욱 큰 반세계화의 파고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 전 세계가 타국의 국경을 제집처럼 넘나들었으며 재화를 무관세로 수출하고 수입했었나. 이번 코로나19의 발생 시점은 그래서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경 봉쇄라는 극단적인 쇄국을 경험한 각국은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뿐 아니라 타국의 사람과 재화에 대한 통제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 선봉에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트럼프의 미국이 설 것이고 브렉시트를 성취한 보리스 존슨의 영국이 뒤를 따를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교역을 부의 원천으로 살아가는 나라다. 글로벌 팬데믹은 지금 당장 우리 경제에 주름을 지게 하고 있으나 경제적 의미에서 어쩌면 반세계화의 본격적인 장을 알리는 전조 증상이 될 수도 있다. 증세를 느끼면 빨리 알맞은 처방을 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 전혀 다른 의미의 글로벌 팬데믹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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