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주 격정 토로 “황교안, 본인 입지 지키려 ‘날치기 공천’해”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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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례없는 ‘5차례 공천 번복’ 겪은 민현주 전 의원
“김종인 위원장도 ‘공천 또 뒤집으면 선거 안 하겠다는 것’이라 말했는데…”

‘공천관리위원회 민현주 단수추천→당 최고위원회의의 재의 요구→공관위 경선 결정→민경욱 경선 승리→공관위 민현주 재추천→당 최고위 민경욱 최종 결정’. 5번의 번복. 한 달여 동안 호떡 뒤집듯 번복되던 인천 연수을 지역 공천은 결국 3월25일 밤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경욱 의원에게 최종 공천을 주는 것으로 결정하며 일단락됐다.

경선 후 민경욱 의원의 선거법 위반 의혹이 나와 공관위가 민 의원 공천 취소를 당에 요청했지만 당 최고위는 즉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민 의원의 공천을 그대로 확정지었다. 민 의원의 선거법 위반이 그리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후보등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까지 이어진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당 안팎에선 “통합당의 공천이 얼마나 허술하고 사적인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옥새 파동’과 비교해 ‘최악의 공천 사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인천 연수을 공천에서 최종 탈락한 민현주 전 의원이 3월27일 인천 송도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미래통합당 인천 연수을 공천에서 최종 탈락한 민현주 전 의원이 3월27일 인천 송도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최고위가 공관위 결정 뒤집을 줄 예상 못했다”

“4년 전에도 공관위 결정을 이렇게 당 최고위에서 엎어 버리는 경우는 없었다. 선거법 위반 후보를 굳이 공천하는 일도 없었다. 이처럼 공천을 여러 차례 번복한 사례가 있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 동네 반장선거도 이렇게는 안 뽑는다.” 공천 최종 결정 이틀 후인 3월27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선거 사무실에서 민현주 전 의원을 만났다. 사무실은 벽에 붙은 현수막과 책상 두어 개만 남겨두고 대부분 정리된 상태였다. 같은 건물엔 민경욱 의원의 선거사무소도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민경욱 의원과 만나거나 얘기 나눈 적 있나.” 민 전 의원은 “25일 밤에 긴급 최고위원회의 열렸을 때 민경욱 의원도 몇 발치 떨어져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더라. 그때 멀리서 보기만 했다. 이전에 민 의원이 컷오프됐을 때 내가 몇 번 전화를 시도하긴 했는데 역시나 받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민현주 전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겪은 ‘불합리한 경험’들을 설명하며 황교안 대표와 당 친박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아래는 민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공관위가 당에 (민현주 공천을) 재요청한 날 밤(25일) 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

“최고위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찌 됐든 공관위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으니까. 그동안 선거에서 최고위는 최종 의결을 하긴 했지만 공관위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였다. 그 25일에 공관위에서 내게 공천을 주는 걸로 결과가 났다기에 ‘이제 공관위가 바로 잡아주는구나’ 생각해 눈물이 나기도 했다. 최고위 회의 때도 ‘이제 마지막 절차다. 다 끝났구나’ 싶었다. 동료분과 지역주민들 연락이 굉장히 많이 왔다. 다들 ‘이제 됐다’ 말해줬다.”

어떤 분들이 전화를 했나.

“우리 당 여러 원로 정치인들께서 ‘최고위에서 그걸 뒤집을 리 없다. 잘됐어 민 의원’ 이렇게 많이 말씀하셨다. 그때 김종인 현 총괄선대위원장도 전화해서 “최고위가 그거(민현주 공천) 뒤집는다는 건 그냥 선거 안 하겠다는 거야”라고 하시기도 했다. 나와 친한 민주당의 중진 의원도 ‘당은 다르지만 우리 다음 국회에서 잘 해보자. 본선 준비 잘 해’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난 걸까.

“그날 밤 최고위 회의 시작하고 한 시간 반 정도 흐르니 안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그 앞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지역구 때문일 거란 생각은 전혀 안 했다. 상대 후보가 선거법 위반이 걸려 있는데 설마 이걸 또 번복할까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오히려 내 문제는 ‘민경욱 후보를 살리는 것’으로 너무나 금방 결론이 나버렸다 하더라. 선거법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나머지 공천 취소 지역구에 ARS 여론조사를 돌려 다시 경선을 치르는 어처구니 없는 방안을 논의하느라 고성이 오간 거라고 하더라.”

그 얘길 듣고 분노했겠다.

“아니다. 인터뷰를 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저 계속 멍한 상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지’라는 생각. 오히려 처음 단수 공천이 뒤집어졌을 때보다 차분하다.”

미래통합당 인천 연수을 공천에서 최종 탈락한 민현주 전 의원이 3월27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미래통합당 인천 연수을 공천에서 최종 탈락한 민현주 전 의원이 3월27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최고위, 선관위 결과 나기 직전 공천 의결해버려”

민경욱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결국 공천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건가.

“언론에 말 안 한 건데, 경선결과 발표 나기 전에 공관위가 당 기조국에 ‘지금 선거관리위원회가 민경욱 후보 선거법 위반 문제를 심의하고 있으니 잠시 공천 판단을 보류해 달라’고 제의했다. 그때 공관위에서 ‘아직 선관위 발표가 안 났기 때문에 일단 경선 발표는 하고 이후 선관위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재판단을 하겠다’며 ‘조건부 발표’를 했다. 그러면서 공관위가 당 최고위에 ‘선관위 결과가 곧 나올 것 같으니 연수을 경선 의결을 하루 늦춰 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런데 최고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관위 결정이 공고되기 직전인 25일 새벽 6시30분에 당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연수을 공천을 의결시켜버렸다. 새벽 날치기 공천이다. 이렇게 새벽에 긴급 최고위 회의를 열 이유가 없었는데 말이다.”

황교안 대표와 지도부가 이렇게 무리해서까지 공천을 한 이유 뭐라고 생각하나.

“최근 황 대표 입지가 굉장히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본인 선거도 어렵고 대선 후보로서도 지금 당 지지율보다 훨씬 떨어지는 지지율을 받아 2위 자리에서도 밀려난 상태잖나. 자신의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거다. 동시에 그 주변을 에워싸는 친박 의원들의 영향도 컸을 거다.

김형오 공관위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공천 작업 초반엔 굉장히 호평을 받지 않았나. 그런데 친박 의원들의 공천 탈락률이 높아지니 당에서 본격적으로 김 전 위원장을 흔드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친박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집단행동을 하고, 민경욱 의원은 자신이 처음 컷오프 된 후 ‘왜 현역 의원들을 컷오프하느냐’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그때 강성 친박 의원들이 사인하지 않겠다는 의원들의 손을 끌어당겨 사인하도록 했다더라. 김 전 위원장은 이런 행동에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거다. 여기에 황 대표가 ‘민경욱 의원은 꼭 챙겨야 한다’고 직접 말했다고도 한다. 김 전 위원장이 민경욱 의원과 이두아(대구 달성갑, 경선 탈락) 후보 건을 당 최고위와 거래한 것이 결국 최고위의 불법적인 개입을 허용하고 지금과 같은 막장공천으로 이어지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직접 황 대표가 그런 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이후 반응은 없었나.

“내가 이 문제를 밝혔을 땐 황 대표가 이에 크게 반발하며 부인할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그랬다며 인정하더라. 그 모습에 한 번 더 당황했다.”

민현주 전 의원이 자신의 단수공천이 취소되고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과의 경선이 결정되자 3월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민현주 전 의원이 자신의 단수공천이 취소되고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과의 경선이 결정되자 3월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당 통합 과정에서부터 충분히 합의되지 않았다”

공천 전부터 당이 다시 친박 중심으로 운영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와 뜻을 함께 하는)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지 않았는데.

“우선 이번 미래통합당 통합 절차부터 문제를 삼고 싶다. 애초에 통합추진위원회가 새로운보수당과 합의된 기구가 아니었다. 새보수당의 극소수 의원과 박형준 위원장이 만든 거다. 새보수당의 많은 전·현직 의원, 당협위원장들과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진작 문제 삼고 싶었지만, 많은 지지자들이 ‘일단 보수가 통합해 문재인 정부 실정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를 많이 했다. 그래서 유승민 전 대표 말대로 ‘국민의 명령에 따라’ 통합에 수용했던 거다. 단언컨대 지금 당 지도부에 이준석 최고위원 말고는 개혁의 목소리 제대로 담아낼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 공관위 꾸려졌을 때도 정말 공관위에서 공천을 제대로 할까 걱정이 많았지만, 내부에 김세연 의원도 있었고, 초반에 김형오 위원장도 믿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실망스럽게 됐다.”

총선 이후 당 상황은 어떻게 될까. 황 대표 체제는 계속될까.

“지금 민주당도 문제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저질러 놓은 ‘공천 막장’에 비해 그렇게까지 총선 참패를 겪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보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정권 탈환까지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매우 회의적이다. 일단 당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위기에 빠져 있잖나. 만에 하나 그들이 계속 살아남으면 미래통합당은 정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체제에서 어떻게 통합의 가치를 지키고 대선 후보를 내며 정권을 탈환할 수 있겠나.”

21대 국회 입성하면 어떤 의정을 펼치고 싶었나.

“구상이 굉장히 많았다. 과도하게 나가 있는 복지정책을 수정하고, 또 경제 분야에서도 기업이 법만 지킨다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정책을 많이 추진하고 싶었다. 특히 19대 국회 때 마음은 있었지만 충분히 신경을 못 썼던 분야가 여성·아동 문제였다. 당시 새누리당 안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아니어서 많이 목소리를 못 냈는데 이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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