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으로 가라"…일본서 코로나 불안감 커지는 이유
  • 류애림 일본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3 16:00
  • 호수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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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인 유학생 A씨의 체험…유전자 검사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아

도쿄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A씨는 지난 한 주 내내 ‘코로나19 공포’에 떨어야 했다. 며칠 동안 미열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A씨가 다니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공지를 본 터라 더욱 불안했다. 무엇보다 본인은 가벼운 증상으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주위 사람에게 옮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러나 A씨는 병원을 섣불리 찾지 못했다. 대신 며칠간 집에서 머물며 아픔을 견뎠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진료와 검사를 받기 어려운 탓이다. 고민 끝에 A씨는 코로나 상담 콜센터에 연락했지만, 호흡기 증상이 없다면 병원에 먼저 전화해 보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

A씨는 3월25일 결국 학교 보건센터에 전화해 의사 상담을 받았다. 의사는 미열에다 호흡기 증상이 없으니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낮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해 줬다. A씨는 “의사조차도 일본의 검사 허들이 너무 높다며 앞으로도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며 “학교 가는 길의 벚꽃나무 밑에 모여 벚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코로나19 환자는 분명히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직장인들이 3월31일 도쿄의 한 역에서 출근길에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
일본 직장인들이 3월31일 도쿄의 한 역에서 출근길에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

복잡한 코로나19 검사 절차에 불만 높아

현재 도쿄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신종 코로나 진료상담창구에 연락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2주 이내에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하고 열이 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어야 한다. 또는 해외 유행 지역에 다녀온 사람이거나 다녀온 사람과 밀접 접촉을 한 사람이 호흡기 증상이 있고 37.5도 이상의 열이 나야 한다. 밀접 접촉이 없는 사람이라면 감기와 같은 증상, 37.5도 이상의 고열, 권태, 호흡곤란, 이 모든 증상이 4일 이상 지속해야 한다. 고령자나 노약자의 경우 2일 이상 증상이 지속하는 경우에 상담창구를 이용할 수 있다. 미열이나 가벼운 기침을 하는 사람은 일반 상담 콜센터로 전화를 해야 한다.

이와 같이 까다로운 조건 탓에 일본의 코로나19 검사 수는 좀체 늘지 않고 있다. 이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3월24일 일본 아사히신문의 독자 투고란에는 군마(群馬)현 한 의사의 ‘동네 의사를 두 가지 위험으로부터 지켜라’라는 글이 실렸다. 그는 일상 진료에서 바이러스 감염 환자와 접촉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실제 고열이 4일간 지속한 환자의 대다수가 가까운 동네 의사와 먼저 상담한다. 이 탓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 인근 지역 병원의 내원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도 한다.

이에 한국과 같이 의심환자가 방문할 수 있는 선별진료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확한 코로나19 현황 파악을 위해 검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감염자 수가 적은 것은 감염이 억제됐기 때문이 아니라 유전자 검사(PCR)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3월22일 기준 한국은 33만2000건 이상의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졌지만, 일본은 약 3만9000건에 그쳤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일본 정부가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하기도 했다. 당초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에 대해 일본 후생노동성은 공식 트위터에 ‘의사의 진료를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실시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의사가 진료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상이 국회에서 사과하기도 했다.

그리고 니가타(新潟)시는 지난 3월1일부터 도입했고, 나고야(名古屋)시에서는 3월19일부터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해 검사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신속히 진단키트를 보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록밴드 ‘엑스재팬(X Japan)’의 리더 요시키와의 화상 대담을 통해 자기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100년 전 수십만 명이 희생된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비슷한 위험성이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발전된 의학, 공중위생, 국제 연대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로 세계 협력이 이뤄지면 피해를 줄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정보 공유 협력이 없다면 코로나19 극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이라면 “한국에 머리를 숙여서라도 정보 제공을 부탁하겠다”며 한국이 가진 정보·데이터를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불신 확산…아베 “확진자 속일 생각 없다”

3월23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후 3주가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도쿄 도민들에게 4월12일까지 실내행사와 대규모 이벤트를 자숙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기자회견 전날인 22일(일요일)은 좋은 날씨와 벚꽃 개화를 맞아 거리로 나온 사람들로 인해 도쿄도 내 유명 공원들은 붐볐다. 예년보다는 적었지만 ‘연회 금지’ 안내가 붙어 있는데도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보였다.

경증 환자나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전염 가능성이 있는데도 많은 사람이 모인 주말 풍경 때문일까. 고이케 지사는 “감염됐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젊은이들이 자각 없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 젊은이에게서 고령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감염이 확대돼 중증자가 증가하는 경향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후의 추이에 따라 봉쇄(강제적 외출 금지, 상점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그런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고이케 지사의 주말 ‘자숙’ 요청에 따라 3월 마지막 주말 도쿄 거리의 이동 인구는 현저히 줄었다. 벚꽃 명소인 공원들은 펜스를 쳐 길을 아예 막기도 했다. 그리고 30일 도쿄도가 발표한 새 확진자 수는 단 13명이었다. 28일 63명, 29일 68명에 비해선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사람의 이동과 접촉이 적어져서라기보다는 주말의 검사 수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3월2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감염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며 일본 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하면서도 아직까지는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일본의 대처 상황을 평가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인터넷 방송국 비디오뉴스닷컴의 진보 데쓰오 대표는 “과연 일본이 잘 버티고 있는 것인가. 실제로는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심이 있다. PCR 수가 적기 때문에 그 의심이 풀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그 근거가 없으면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아베 총리는 “검사 수도 적지만 사망자 수도 많지 않다. 감염자 숫자를 숨기고 있지 않다”며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반드시 CT를 찍는다. CT에서 간질성 폐렴으로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반드시 코로나19를 의심하고 검사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적은 코로나19 검사 수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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