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로맨스 좋아하지만 짝사랑 경험 아직 없어요”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4 15:00
  • 호수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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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7년, tvN 드라마 《반의반》으로 돌아온 로맨스 장인 정해인

정해인이 tvN 드라마 《반의반》으로 돌아왔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봄밤》(2019),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2019)을 연이어 성공시킨 ‘로맨스 장인’이 주 종목 로맨스로 돌아온 것이다. 과연 4연타석 홈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먼저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데뷔 7년 차인 그는 꽤 스펙터클한 행보를 보인다. 2013년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AOA 블랙’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다음 해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브라운관에, 2017년 《역모-반란의 시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영화는 2015년 크랭크인했지만 개봉이 늦어졌다.

이후 그는 굵직한 드라마에서 첫사랑 전문 배우로 두각을 나타냈다. tvN 《응답하라 1988》(2015)에서는 ‘덕선(혜리 분)’의 첫사랑으로, 1년 뒤 tvN 《도깨비》(2016)에서는 ‘지은탁(김고은 분)’의 첫사랑 ‘최태희’ 역으로 출연했다. ‘김신(공유 분)’이 질투한 ‘태희 오빠’가 바로 정해인이었다. 그런 그가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직진밖에 모르는 연하남 ‘서준희’ 역을 맡아 단 1회 만에 누나들의 마음을 뒤흔들며 ‘국민 연하남’으로 등극했다.

ⓒtvN 제공
ⓒtvN 제공

이후 행보는 더욱 과감했다. 환경문제를 다룬 MBC 다큐 《곰》(2018)의 내레이션을 맡는가 하면, MBC 드라마 《봄밤》(2019)에서는 재치 발랄한 연하남에서 따뜻하고 강직한 싱글 대디 역할로 변신을 꾀했다. 곧바로 출연한 다큐 예능 《정해인의 걸어보고서》(2019)에선 인간미를 폴폴 풍기는 매력을 선보였고,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충무로 흥행 배우라는 인정도 받았다. 이어 영화 《시동》(2019)에서는 욕하고 담배도 피우는 반항아 ‘상필’ 역을 맡기도 했다. 이쯤 되면 정해인이라는 배우의 성향이 파악된다. ‘도전’을 즐기는 직진남이라는 것.

그런 그가 자신의 주 종목으로 컴백했다. 로맨스 드라마 《반의반》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하원(정해인 분)과 클래식 녹음 엔지니어 서우(채수빈 분)가 만나 그리는 짝사랑 이야기다. 극 중 정해인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획자이자 프로그래머로, 첫사랑이자 오랜 친구인 지수(박주현)를 그리워하는 인물이다. 기획 자체가 잔잔한 드라마이다 보니 흥행보다도 마니아층을 안고 가는 드라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정해인이라는 배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반의반》은 드라마 《쇼핑왕 루이》 《아는 와이프》, 넷플릭스 《나홀로 그대》 등을 연출한 이상엽 PD와 드라마 《공항 가는 길》,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이숙연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정해인은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통해 이 작가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드라마 《반의반》을 선택한 이유는.

“대본을 일찍 받아봤어요. 워낙 이숙연 작가님의 팬이기도 했어요. 대본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고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분야에도 끌렸어요. 《유열의 음악앨범》 촬영을 할 때 감독님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일찌감치 마음을 결정한 상태였어요. 감독님을 만나 얘기해 보니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어요.”

 

연출을 맡은 이상엽 PD는 정해인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캐스팅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평소에 너무 좋아했는데 기회가 왔다”며 “정해인에게서 볼 수 있는 날카로움, 예민함을 살릴 수 있는 캐릭터를 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섭외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로맨스물에 연달아 출연한다.

“개인적으로 로맨스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평소에도 즐겨 보는 장르고요. 연달아 이어지는 러브콜은, 좋게 봐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안판석 PD님과 작업 이후 첫 드라마라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임하고 있어요. 떨지 않는 척하고 있는데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요(웃음). 최선을 다해서 촬영 중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시청률이나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프로그래머이자 가슴 아프고 애틋한 짝사랑을 간직한 남자예요. 사실 제가 기억에 남는 짝사랑 경험이 없어요. 그래서 더욱 고민이 컸어요. 앞으로도 배우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아, 캐릭터와 비슷한 면도 있어요. 평소 제가 사람을 잘 관찰하는 편인데 작가님이 저를 관찰한 뒤 대본을 쓴 것처럼 한곳만 응시하는 모습을 종종 촬영했거든요. 드라마를 보다 보면 하원이 변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

그간 출연한 로맨스물과 다른 점이 있나.

“다른 작품에 비해 인물의 결핍이 도드라져 있어요. 누구나 결핍이 있듯이 모든 배역이 하나씩 결핍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을 통해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예요. 캐릭터에 다가가기 위해 현장에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하고 있어요. 결국 글(대본) 속에 답이 있더라고요.”

 

그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번 작품도 그렇지만 전작인 영화 《시동》 역시 사람 냄새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결핍이 있지 않나. 상대방이 부족한 것은 내가 채워가고, 내가 부족한 것을 상대가 채워주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끌린다.” 그 연장선으로 절친들과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정해인의 걸어보고서》에 출연했다.

그의 인터뷰에는 가족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올해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족여행”이라고 대답할 만큼 그에게 가족은 힘의 원천이다. 스스로도 “저한테 가족이 큰 에너지라 함께 있는 게 좋다. 어릴 때 종종 1년에 한 번씩 강원도나 제주에 갔는데, 동생도 학교 생활을 하니 언제부턴가 어려워지더라. 꼭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

사실 그는 사고 한 번 치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데 딱 한 번 반항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고3 때 연기로 진로를 바꿨을 때다. 정해인은 부모님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연기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물론 지금은 누구보다 응원해 주는 분이 부모님이다. 정해인은 “요즘 부쩍 부모님이 휴대폰을 많이 보시기에 슬쩍 가서 봤는데 다 내 기사를 보시는 거였다. 악플 같은 것들을 보실까봐 보지 말라고 했는데 방에 또 누워서 계속 보시더라”며 웃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배우 정해인은 종종 ‘책임감’을 언급한다. 대중들에게 영향을 주는 톱 배우니만큼 연기에 대한 책임감 외에 ‘말에 대한 책임감’도 느낀다는 것. 실제로 그는 인터뷰 때마다 한마디 한마디 곱씹으며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배우라는 직업은 연기에 책임감을 느껴야 해요. 물론 큰 배역을 하면서 책임감이 더 커진 건 사실이에요. 현장에서 배우가 즐거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감정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때 배웠어요. 건강하게 오래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정해인은 진중하면서도 도전적이다. 그게 정해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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