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개학 시즌 사회적 거리 두기 방법 10가지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8 10:00
  • 호수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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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00년 전 확인된 효과⋯상황에 따라 어떻게 간격을 유지해야 할까

3월27일 서울에서 벚꽃이 개화하면서 본격적인 벚꽃 시즌을 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위축됐던 외부활동이 늘어날 시기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으로 신규 확진자는 감소했으나 여전히 산발적인 집단감염과 해외 유입으로 매일 100명 내외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봄 축제를 모두 취소했다. 진해군항제는 57년 만에 취소됐고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도 16년 만에 열지 않기로 했다. 개학일도 4월9일로 재차 연기하는 등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3월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와 국민의 노력에도 코로나19 발생이 계속 산발적으로 반복되고 있어 느슨해질 경우 재확산 우려도 높다고 평가된다. 조금 더 힘을 내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4월1일 서울 여의도 벚꽃길은 통제됐다. 사진은 3월30일 여의도 벚꽃길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4월1일 서울 여의도 벚꽃길은 통제됐다. 사진은 3월30일 여의도 벚꽃길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그러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일부 유원지는 이미 텐트촌을 이뤘고 주변 편의점 매출이 껑충 뛰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느슨해지면 보건 체계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의들의 경고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병원, 요양원, 종교집단 등에서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해외에서의 유입도 시작됐다. 따라서 집단감염 위험은 여전하다. 하루 확진자가 갑자기 한 자릿수로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물리적 거리 두기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감염병이 유행할 때 사회적 거리 두기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있다. 스페인 독감이 창궐한 1918년 미국은 1차 세계대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유 국채(liberty bond)를 발행했다. 이를 위해 각 도시는 참전 용사를 격려하는 퍼레이드를 계획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스페인 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행사를 취소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지금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한 것이다.

퍼레이드를 통해 전쟁 자금 2억 달러를 모금할 계획이었던 필라델피아는 그해 9월28일 의료진의 경고를 무시한 채 행사를 강행했다. 예상보다 많은 20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사흘 후 이 도시에 있는 30여 개 병원은 죽어가는 환자로 가득 찼다. 뒤늦게 시 전체를 봉쇄하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렸지만 결국 필라델피아에서만 1만3000명이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

필라델피아에서 1400km 떨어진 이웃 도시 세인트루이스에선 시장이 의사 스타클로프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확진자 1명이 발생하자 이 의사는 모든 학교, 교회, 극장, 수영장, 당구장, 클럽, 장례식, 야외 집회와 행사는 물론 국채 발행을 위한 퍼레이드도 금지했다. 20명 이상 모이지 못하게 했다. 기업, 연예인, 교회의 거센 항의가 있었지만 스타클로프는 다중이용시설 폐쇄 정책을 고수했다.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자 정치계와 경제계는 과도한 대응이라며 영업 재개를 요청했다. 11월12일 일부 극장 영업과 학교 수업을 재개했다. 그러자 환자 수가 급증했다. 스타클로프는 전문가 회의를 마친 뒤 다시 극장과 학교 등을 폐쇄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선 3만1693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910명이 사망했다. 미국 10대 도시 중 가장 적은 피해를 받은 도시로 기록됐다.

100년 전 상황이 현재 코로나19 사태와 다르지 않다. 현재 의사들은 100년 전 의료진처럼 모임과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전문가의 권고를 무시한 결과는 극명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21세 여성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SNS에 “얼마나 기침을 했는지 목에서 피가 나올 정도”라며 젊은 사람의 외출 자제를 권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이상 증상이 있음에도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다닌 미국 유학생의 행동은 공분을 샀다. 다니엘 옴파드 뉴욕대 국제보건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불편하지만 필요하다. 개인보다 집단을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전준영 국립암센터 감염내과 전문의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건강한 성인이 무증상 혹은 가벼운 증상으로 코로나19의 매개체가 돼 노약자 혹은 면역 저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모임은 자제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람 간 거리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휴교, 재택 근무, 모임 자제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어감 때문에 신체적 거리 두기라고도 표현하는데 중요한 것은 외출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신체적 거리는 멀어도 마음 거리를 가깝게 할 다양한 방법이 이번 기회에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고 여행을 미루더라도 일상생활은 해야 한다. 일상의 여러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법은 없다. 사람 간 거리를 2m(6피트) 유지하라는 지침뿐이다. 사실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도 2m 간격을 둔 경우는 많지 않다. 시사저널은 전문의들에게 10가지 일상 상황에 대한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법을 물었다. 현지 언론을 통해 밝힌 외국 전문가들의 권고도 덧붙였다.

 

1. 마트에서 장을 봐야 할 때

이재갑 교수(이하 이재갑): 사람이 적은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면 된다. 다만 마트에 머무르는 시간과 가는 횟수를 줄일 필요는 있다. 예컨대 쇼핑 리스트를 작성해 장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온라인 당일배송으로 생필품을 주문하는 방법도 있다.

전준영 국립암센터 감염내과 전문의(이하 전준영): 우리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중국이나 유럽처럼 모든 생활을 전면 차단하는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생필품을 사거나 직장에 출근하거나 매일 보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상이다. 다만 이때도 손 위생과 마스크 착용은 꼭 지켜야 한다.

캐롤린 칸누시오 펜실베이니아의대 공중보건연구소장(이하 칸누시오 소장): 식료품점은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 가라고 말하고 싶다. 아침 일찍 또는 늦은 시각에 말이다. 식료품을 배달시킬 수 있는데 이때는 대면 접촉을 피해야 한다. 배달원은 식료품을 문 앞에 두고 벨을 누르고 가야 한다.

윌리엄 샤프너 밴더빌트의대 교수(이하 샤프너 교수): 사람이 적은 시간을 이용하고 상자나 봉투를 만진 손을 씻어야 한다. 과일과 채소는 잘 씻어서 먹는 게 좋다.

 

2.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고 싶을 때

박민선 교수(이하 박민선): 피트니스센터나 마트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없으면 이용할 수 있다.

이재갑: 피트니스센터는 이용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시설은 대부분 지하에 있거나 추위와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문을 닫아서 환기도 잘 안된다.

크리스털 왓슨 존스홉킨스병원 건강안전센터 수석연구원(이하 왓슨 수석연구원): 피트니스센터 이용을 권하지 않는다.

칸누시오 소장: 피트니스센터 이용은 자제할 시기다. 집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샤프너 교수: 식당, 교회, 절, 영화관, 스포츠센터, 박물관 등은 피해야 한다.

 

3. 아이와 집 근처 놀이터에 가고 싶을 때

이재갑: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이라면 무난하겠다.

왓슨 수석연구원: 가능하다. 다만 놀이터에 사람이 많다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거나 주변을 산책하는 게 이롭다.

칸누시오 소장: 실내 놀이방은 물론이고 실외 놀이터도 추천하지 않는다. 차라리 넓은 공터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도록 하는 편이 좋다.

3월25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내 교직원 식당에서 교직원 등이 띄엄띄엄 앉아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25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내 교직원 식당에서 교직원 등이 띄엄띄엄 앉아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 집에서 친구들과 식사 모임을 할 때

박민선: 다수가 아니라 2~3명이 모이는 것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재갑: 환기가 잘되는 곳에 3~4명 모이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감염되더라도 적은 수니까 말이다. 그러나 20~30명씩 모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왓슨 수석연구원: 예외가 있긴 하지만 현재는 모든 모임을 취소할 때다. 데이트, 친지 방문, 가족 모임 등을 연기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라면 타인과 거리를 유지하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알버트 고 예일대 공중보건대 유행병학과장(이하 알버트 고): 공중보건이 위급할 때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적 거리 두기다. 문 손잡이나 화장실 수도꼭지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모임을 줄이고 거리를 넓일수록 유리하다.

칸누시오 소장: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친구와의 만남도 포함된다. 두 집이 서로 돕기로 했다면 그것은 예외다. 이런 접촉은 사회적으로나 정신건강 면에서 이득이다.

 

5. 머리 손질을 위해 미용실에 가야 할 때

이재갑: 마스크를 쓴다면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왓슨 수석연구원: 일대일 접촉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칸누시오 소장: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미루는 것이 좋겠다. 다만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6. 연인끼리 데이트하고 싶을 때

박민선: 데이트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재갑: 건강한 상태라면 괜찮다.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만나지 않고 집에 있어야 한다.

알버트 고: 데이트는 통상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의 만남이므로 괜찮다고 본다. 공중보건에서 현실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다.

칸누시오 소장: 친구끼리 되도록 문자를 주고받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편이 좋다. 부득이하다면 붐비지 않는 장소에서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는 가능하다.

왓슨 수석연구원: 우리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챙겨야 한다. 이런 면에서 신선한 공기, 자연, 운동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직 위험하다. 감염병 확산을 막는 여러 사람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친구와 만나더라도 2m 거리를 유지하고 신체적 접촉을 피해야 한다.

 

7.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때

박민선: 많은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는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는 게 유리하다.

이재갑: 대중교통 이용 횟수를 줄여야 한다. 일을 몰아서 하루에 보는 식이다. 그리고 정부는 버스나 지하철 편수를 늘려 대중교통 이용객을 분산시켜야 한다.

칸누시오 소장: 지금으로서는 재택근무가 가장 좋은 선택이다. 꼭 외출해야 한다면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해 피크 시간을 피하는 게 좋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서는 게 좋다. 걸어가도 될 거리는 걷는 게 바람직하다.

왓슨 수석연구원: 직장인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만일 자가용을 탈 수 있으면 그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이는 다른 대중교통 이용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샤프너 교수: 부득이하게 외출한다면 소독제로 의자와 손잡이를 닦고 이용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후엔 손을 씻어야 한다.

 

8.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할 때

박민선: 직장인은 카페나 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텐데 개인위생을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갑: 미국에서는 식당 좌석을 없애고 사람들은 음식을 들고 나가서 먹는다. 우리도 식당 옆좌석에서 감염된 사례가 있으므로 식당이나 카페 내부에 있기보다 테이크아웃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간단한 음식을 공원이나 회사 옥상 등에서 먹거나 커피를 산책하면서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칸누시오 소장: 공공장소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 게 좋다. 중국과 한국은 극단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해 커브(확진자 증가세)를 낮췄다.

알버트 고: 식당이나 카페에 가지 말라는 명확한 지침은 없지만 밀접 접촉을 줄이는 것은 모든 시민의 책임이다.

샤프너 교수: 식당 음식에 바이러스가 생존한다는 증거는 없으므로 식당 음식을 먹어도 된다. 다만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시키는 게 좋겠다.

 

9. 생일이나 결혼식이 있을 때

박민선: 결혼식, 미용실, 아이와 놀이터 가기 등은 마스크를 쓰고 긴 시간 머무르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재갑: 축하 메시지나 축의금은 화상 메시지나 온라인으로 하는 게 좋다.

전준영: 식당이나 카페에 가는 것, 친구를 집으로 불러 저녁을 먹는 것, 데이트하는 것, 피트니스센터에 가는 것, 생일파티나 결혼식에 가는 것, 미용실에 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칸누시오 소장: 다가가지 않고 뒤로 물러서는 것이 요즘의 배려다. 반드시 생일파티나 결혼식에 참석해야 축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10. 고령자 부모를 방문할 때

박민선: 어르신 찾아뵙기는 아직 더 주의가 필요하다. 영상통화나 필요한 물품을 배송하는 정도가 바람직하다. 고령의 부모가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한 긴 시간 함께 지내는 것은 좋지 않다.

이재갑: 고령자는 감염병 취약자다. 특히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방문하지 말고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묻는 게 좋다.

전준영: 특히 개학하면 어린이가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이 어르신을 만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왓슨 수석연구원: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있는 부모를 방문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문자나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게 바람직하다.

칸누시오 소장: 오히려 고령자 부모가 위험해질 수 있다. 꼭 방문해야 한다면 한 사람만 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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