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메가시티로 국토 공간구조 재편하자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 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5 12:00
  • 호수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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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 2030]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역거점 메가시티 육성해야

메가시티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경상남도는 지방정부 중심의 초광역 메가시티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수도권이 지나치게 커지고 지방의 인재와 기업을 빨아들이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구와 경상북도도 행정구역 통합을 위한 연구단을 출범하고 기본구상안을 연구 중에 있다고 한다. 대구는 생활과 교육의 중심지로, 경북은 산업과 생산으로 역할을 분담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거점으로 육성하자는 구상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넓게는 전북 지역까지 포함해 규모를 키우자는 것이다. 충청권은 세종·대전·충청남북을 대상으로 하는 광역도시계획을 수립 중이다. 수도권에서도 광역도시계획을 수립 중인데, 서울·인천·경기는 2040수도권광역도시계획을 국토교통부와 함께 수립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1월8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동남권 메가시티 플랫폼 구축 등 올해 도정 운영방향을 밝혔다. ⓒ경남도 제공
김경수 경남지사가 1월8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동남권 메가시티 플랫폼 구축 등 올해 도정 운영방향을 밝혔다. ⓒ경남도 제공

국토 30%인 5대 대도시권에 인구 80% 생활

전국이 대도시권별로 뭉쳐 수도권에 대응하는 대도시권, 메가시티 단위의 경쟁력 강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메가시티는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권을 말한다.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시대에 웬 대도시권, 메가시티인가? 수도권 인구가 총인구의 절반을 넘었다. 그중에서도 경제활동인구, 혁신인력은 집중도가 50%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비수도권의 제조업은 쇠퇴하고 첨단산업이나 혁신기업들은 수도권으로 집중한다. 비수도권에서는 산업 쇠퇴에 따른 인구 감소, 지방 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소멸 위험 지역이 89개 시군이며 이는 대개 비수도권의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에 해당한다. 게다가 소멸 우려 지역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이러한 변화, 즉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구와 산업의 재배치 문제는 매우 지속적이고 강력해 정책의 힘으로 제어하기 어렵다. 따라서 거대 수도권에 맞서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몸집 키우기’ 전략으로서의 메가시티가 등장한다.

대도시는 교외로 확산 중이다. 주거의 교외화와 광역교통 확산으로 대도시권은 지속적으로 광역화되나, 도시계획과 도시 관리는 시도 단위로 이루어짐에 따라 통근의 장거리화, 광역시설의 입지 문제, 교통 노선과 요금 조정 등 광역적 사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진다. 우리나라의 통근시간이 OECD 평균에 비해 약 2배에 달하는 61.8분이라는 통계도 있고, 더욱이 이 거리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광역도시계획이 필요하다. 광역도시계획의 경우 메가시티와는 배경이 다소 다르나, 시도의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통합적 대도시권의 성장 관리와 광역계획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현재 진행 중인 대도시권 논의는 수도권의 거대화에 대항하기 위해 시도를 통합해 몸집을 키우자는 메가시티 논의와 서울, 세종 등 중심도시와 주변지역 간의 통근·통학, 입지 갈등, 광역교통 조정 등을 합리화하기 위한 광역도시계획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메가시티인가?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를 중심으로 하는 5대 대도시권은 국토 면적의 30%에 불과하나, 2015년 기준으로 전국 인구의 80%가 생활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인구 증가는 5대 대도시권 내에 국한됐으며, 성장세가 높은 지식기반산업과 창업의 90%가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5G 통신망 등장은 산업의 초연결화, 스마트화, 지식화를 가져왔다. 신성장 산업의 입지는 필연적으로 대도시, 그중에서도 중심지로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는 《Who's your city?》에서 세계 인구의 6.5%만이 살고 있는 세계 10대 메가시티에서 세계 경제활동의 43%, 특허 건수의 57%, 유명 과학자의 53%가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왜 그렇게 많은 정치인, 리더, 학자들이 메가시티를 역설해 왔는지 수긍이 간다. 기존의 지역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

서울, 인천, 경기도는 점점 더 하나의 도시권을 형성해 가는 중인데 광역교통망의 노선, 요금체계, 운영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진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후 서울까지 통근하는 이 사람들은 서울 시민인가, 경기 도민인가?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통근 통행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시도 간 협력 필요성이 커진다.

공업지역 물량을 제어하는 수도권 규제로는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혁신기업을 규제할 수 없다. 혁신기업을 끌어들이기 힘든 곳에 입지한 혁신도시는 활성화하기 어렵다. 20년 전 혁신도시의 입지를 결정할 때는 5G 통신이나 KTX가 없었다. 이제 성장은 광역교통망이 우수하고 대학과 연구소 입지가 가까우며 쾌적하고 편리한 혁신거점에서 이뤄진다. 이런 곳에 혁신인력들이 모이고 스타트업들이 꽃을 피운다. 정부의 정책 지원은 성장잠재력이 충분치 못한 혁신도시, 인구가 감소하는 중소도시, 멀리 떨어진 노후산업단지 등에 집중된다.

 

시진핑의 ‘징진지’, 아베의 ‘메가시티 리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징진지(京津冀)’ 구상은 중화 수도 베이징의 격을 높이고, 동시에 1억1000만 명 규모의 수도권 건설을 통해 중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메가시티 전략이다. 일본 아베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메가시티 리전(Mega city Region)’ 구상도 도쿄·나고야·오사카를 하나의 메가시티 리전으로 육성하자는 ‘규모의 경제’ 전략이다. 그나마 인구가 모이고 성장활력을 유지하는 3대 대도시권을 초고속열차 리니어 신칸센으로 연결해 6500만 명의 거대 도시권을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프랑스는 사르코지 정부 때부터 ‘그랑 파리(Grand Paris)’ 프로젝트를 통해 파리권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 왔다. 다양한 지자체 간 협력기구인 메트로폴을 구성해 협력과 연대의 네트워크로 육성하고 있다. 영국은 다양한 지자체와 기업 간 파트너십(LEPs)을 체결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연합 간 도시 협상(City Deal)을 통해 도시권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America 2050’ 국가발전전략 수립을 통해 11개 국가광역지역권을 설정해 메가 리전 정책을 중앙정부가 이끌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도권으로 더 많은 인구와 성장산업이 집중할 것이다. 소멸을 우려하는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이 늘어날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 투자하는 정책들은 복지 차원에서는 필요하나, 공공재정의 효율적 배분 차원과 균형발전 차원에서는 혼란스럽다. 5200만 명 인구를 5개의 대도시권으로 구분하고 5개의 거점도시를 육성해야 한다.

지금처럼 광역시와 도가 경쟁하고, 시군 간에 기업 유치와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을 두고 싸우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다름 아니다. 500만 명 단위의 4개 메가시티와 3000만 명 규모의 중부수도권(수도권과 강원)으로 국토를 재편하고, 중심지별로 광역교통망과 성장산업을 집중시키자.

지방의 4개 중심지, 예를 들면 부산역, 대전역, 대구역, 광주역의 고속철도 역세권을 혁신인력들이 모이고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장소 플랫폼으로 만들자. 순천의 청년이, 밀양의 청년이 서울로 가지 않고 광주로, 부산으로 가서 취업하고 일할 수 있도록 국토 공간구조를 재편하자. 태어난 곳에서 일하고 살기보다는 그 고장의 메가시티에서 살 수 있는 국토가 균형국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5개의 메가시티 정부는 현재보다 더 분권화된 자치권을 갖도록 해야 지역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메가시티로부터 미래의 국토 모습을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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