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도 거대 양당이 ‘싹쓸이’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8 08:00
  • 호수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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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통해 본 의석 전망…더불어시민당 15석, 미래한국당 15석, 열린민주당 5석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괴짜 선거다. 왜냐하면 역대 선거 중 이번 선거만큼 제도 자체가 왜곡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두 장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한 장은 지역구 후보를 그리고 다른 한 장은 정당을 선택한다. 이렇게 정당 투표를 따로 하는 취지는 지역구 당선이 어렵지만 소수 유권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을 조금이라도 더 열어 놓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제도는 후안무치 그대로다. 지난해 1년 내내 선거법 개정으로 국회는 몸살을 앓았다.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을 제외한 여당과 야당의 ‘4+1 협의체’는 필사적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그렇지만 법안에 사실상 동의하지 않은 미래통합당은 비례 위성정당을 탄생시켰다. 법안 통과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맹비난했지만 결국 자신들도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출범시켰다. 여기에 가세해 친여당 성격의 열린민주당까지 비례정당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비난은 잠깐이지만 책임은 4년을 간다’는 말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 갖은 비난을 받고 있는 비례대표 정당 투표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4월2일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왼쪽 사진)이, 4월1일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각각 국회에서 행사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4월2일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왼쪽 사진)이, 4월1일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각각 국회에서 행사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두 정당이 전체 의석 나눠갖기 기형적 구조

우선 비례대표 정당 투표는 정당 지지율로부터 비롯된다. 모정당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위성정당의 예상 득표가 결정된다. 정당 지지율은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의 기초체력이다. 특히 진영 간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는 이번 선거에서 공천을 받고 소속 정당의 선거 지원을 받는 것은 당선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다. 무소속 후보나 소수정당 후보들이 선거에서 힘들어지는 이유는 정당 지지율이라는 기초체력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당을 선택하는 비례대표 정당 투표 역시 기본 정당 지지율이 최대 확장돼 있어야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하게 된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3월24~2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정당 또는 단체를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민주당 37%, 통합당 22%, 민생당 0.2%, 정의당 5%, 국민의당 4%, 무당층 27%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로 볼 때 민주당의 비중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통합당이다. 무당층을 제외하고 나면 민주당과 통합당 두 정당이 정당 지지율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이 두 정당 쪽으로 더 결집하는 진영 대결 프레임을 고스란히 보이고 있는 셈이다. 중도층 표심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하는데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34%, 통합당 18% 등으로 나타났다(그림①). 중도층에서 무당층 비율이 높기 때문에 중도층 정당 지지율은 전체 수치보다 약간 낮아졌다. 그럼에도 중도층의 선택 역시 전체의 결정과 별반 차이가 없다. 중도층 민심이 선거에 결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민주당과 통합당은 비례투표 전문 위성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정당 지지율이 높은 두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 또한 대부분 가져가게 되는 등식이 성립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계산이 매우 복잡하다. 47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중에서 30명은 각 정당의 비례투표 득표로 얻게 될 의석수에서 당선된 지역구 수를 제하게 된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100% 다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절반인 50%만 적용하게 된다. 다수의 지역구 의석 당선이 예상되는 민주당과 통합당은 준연동형으로 뽑게 되는 30명 중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래서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이 치열하게 30석을 받기 위한 전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다 견물생심이 되어 버렸다.

거대 정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선택하면서 더 이상 복잡한 계산은 필요가 없어졌다. 이 모든 왜곡은 기형적인 선거법 통과라는 원죄와 선거제도를 악용해 꼼수 위성정당을 만든 정치권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무튼 계산은 꽤나 쉬워졌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3월24~2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 또는 단체에 투표할지’를 물어보았다. 더불어시민당 25%, 미래한국당 24%, 열린민주당과 정의당 각각 9%, 국민의당 6%, 자유공화당 1% 등이다. 어느 정당이나 단체에 투표할지 모르겠다는 유보층이 무려 24%나 된다.

다양성 추구 위한 소수정당의 꿈 사라져

비례대표 정당 투표를 기준으로 각 정당에 대한 지지율과 부동층을 각 정당 쪽으로 배분하는 분석(예상득표율 관련 자료는 한국갤럽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을 통하면 더불어시민당 32%, 미래한국당 32%, 열린민주당 10%, 정의당 11%, 국민의당 9%, 자유한국당 1% 등으로 나타나고 기타 정당은 5%다(그림②). 주요 정당이 위성정당이므로 준연동형이라는 복잡한 셈법을 배제하고 여론조사에 근거한 의석수를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단순 백분율 적용/지역구 포함 계산 제외). 더불어시민당 15석, 미래한국당 15석, 열린민주당 5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4석, 기타 정당 3석이다. 물론 추정치이고 지역구 당락까지 포함된 실제 투표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추정치만 보더라도 친민주당계 정당이 20석을 가져간다. 지역구에서 130석만 민주당이 확보한다면 과반 정당이 된다. 통합당 역시 지역구에서 135석 이상을 가져오면 과반 정당이 된다는 계산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역대 최악으로 보는 이유는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 있다. 어떤 정당이 몇 석을 차지하는지를 떠나 이번 선거에서는 철저하게 진영 간 대결 구도가 만들어져 있다. 선거부터 이 모양이라면 21대 국회는 4년 내내 싸움판이 되지 않을까. 21대 국회는 한 번의 대통령선거와 한 번의 지방선거를 포함하고 있다.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그리고 정권 탈환을 위해 두 거대 정당은 한 치 양보 없는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권자를 위한 희생이나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을지 모르겠다. 선거가 지금의 구도대로 진행된다면 이른바 ‘더불어 가족정당’과 ‘미래 가족정당’이 280석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의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소수정당의 ‘꿈’은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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