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착한 소비', 포항 '강도다리 드라이브 스루'가 이끌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5 10:00
  • 호수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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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자체에서 드라이브 스루 아이디어 벤치마킹…온라인 '포케팅' 등에 이어 오프라인에서도 농수산물 판매 이어져

지난 3월 ‘감자 열풍’을 불러왔던 포케팅(Potato+ticketing)은 강원도의 감자 대신 팔아주기 운동에 따라 ‘오픈’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유치원을 포함한 전국 학교의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교 급식이 연기됐고, 그에 따라 학교급식지원센터 등과 계약재배를 하는 농가들의 농산물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1만1000톤에 달하는 감자가 폐기될 위기에 처하자 최문순 강원지사는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감자를 홍보했다.

최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외식 불황, 학교 식자재 감소 등으로 고통받는 강원도 감자 농가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감자 영업을 시작한다”며 “강원 핵꿀감자가 완판되는 그날까지 함께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참여를 독려했다. 10kg에 5000원이라는 판매금액은 강원도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감자 산업 육성 예산 일부를 이용해 택배비 2500원과 상자 값 950원, 카드 수수료 등의 지원에 나선 것이다. 감자는 연일 매진 행렬을 이루며 완판됐다. 본래 4월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2주 앞서 판매가 끝났다.

다음은 동해시의 오징어였다.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수산물 소비량 감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어민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행사가 시작됐다. 3월30일 오후 1시부터 오징어 2000상자가 선착순 판매됐다. 동해산 손질 오징어를 10마리씩 포장한 구성으로, 가격은 2만원이었다. 시중 가격보다 7500원 저렴하고, 택배비는 무료였다. 수산물 소비 촉진과 지역 특산품 홍보를 위해 동해시에서 정상가의 차액 부분을 일부 지원하고, 수협에서 택배비와 카드 수수료를 부담했기에 가능한 금액이었다.

포항시의 ‘강도다리 활어회 드라이브 스루’ ⓒ연합뉴스
포항시의 ‘강도다리 활어회 드라이브 스루’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 유지하며 수산물 소비 촉진

이렇게 농어민과 농수산물 소비를 돕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지자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주목된 것은 경북 포항시의 ‘강도다리 활어회 드라이브 스루’였다. 그동안 '착한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뤄졌다면, 오프라인에서도 농수산물 소비를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 것이다. 포항시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포항시와 포항시어류양식협회는 구룡포해수욕장과 칠포해수욕장 일원에서 강도다리 활어회를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판매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횟집 등 상가가 문을 닫으면서 양식 수산물 출하가 되지 않았고, 양식 어업인들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 그 배경이었다. 특히 포항시의 대표적인 양식 어종인 강도다리는 봄이 제철이다. 2~4월까지가 본격적인 출하 시기로, 고수온에 취약한 어종이라 봄에 전량 출하된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출하 시기와 겹치면서 고수온으로 인한 대량 폐사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회를 판매하는 드라이브 스루라는 아이디어는 정종영 포항시 수산진흥과장에게서 나왔다. 햄버거나 커피처럼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판매하면 소비자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신선한 활어회를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강도다리 활어회 드라이브 스루’가 추진됐다. 강도다리 활어회 도시락 3800개를 비롯한 수산물 세트는 89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 행사가 알려지면서 ‘포항 강도다리’ 인지도도 상승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참여하면서도 전국적으로 수산물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포항시의 드라이브 스루는 타 지자체로의 확산 촉매제 역할도 톡톡히 했다. 전국 지자체에서 드라이브 스루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려는 문의가 온 것이다. 여수, 창원, 고성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판매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서울에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수산물을 사는 방식이 도입됐다. 수협중앙회는 3월26일부터 최대 수산물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판매를 시작했고, 4월6일부터 서울 강서공판장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농수산품을 판매한다.

경기도와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은 4월 2~3일 의왕휴게소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친환경 농산물 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4월4일 오후에는 안성맞춤아트홀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시금치와 얼갈이, 대파 등 채소를 담은 4kg의 친환경 꾸러미를 2만원, 경기미 10kg를 2만7000원에 판매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학교급식 중단으로 타격을 입은 경기도 농가들을 살리기 위해 승차 구매 방식,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형태를 도입했다”며 “지나가시는 길에 차로 쓱 들르셔서 안전하게 구매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4월 초부터는 해양수산부가 지자체와 협의해 전국 주요 도시에 수산물 드라이브 스루 판매장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나간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 확산의 촉매제가 된 포항시는 드라이브 스루의 성공과 강도다리 인지도 상승에 힘입어 온라인을 통한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역 우수 수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소셜커머스 및 홈쇼핑 등 온라인 판매 활로를 개척해 강도다리 활어회와 물회를 당일 배송 프로모션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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