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부활절예배가 국내 코로나 사태 분수령될 듯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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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 요청, 종교계에 호소
일부 중소형 교회, 축제인 부활절 예배 강행할 수도
교회 신도들이 집단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 강 교회 및 주변을 3월16일 오후 성남시청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교회 신도들이 집단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 강 교회 및 주변을 3월16일 오후 성남시청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당초 이번 주말(4월5일)까지 시행될 계획이었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늘어나 4월19일까지 연장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4월4일 회의를 열고 종교시설과 체육시설 등 일부 업종의 운영 제한 조치를 19일까지 2주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운영 중단이 권고된 종교시설, 무도장·체력단련장·체육도장 등 실내체육시설, 클럽·유흥주점 등 유흥시설, 지자체가 정하는 추가 업종(PC방·노래방·학원 등)은 앞으로 2주 더 운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 일정기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주시고 힘들더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에 계속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해외 유입 감염자 꾸준히 늘어나 안심하기 일러

정부가 이렇게 판단하게 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안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국내 감염자는 안정화됐지만 해외 유입으로 인한 지역감염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확진판정을 받고 있는 사례는 상당수가 해외 입국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4월4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코로나 확진자 1만156명 가운데,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에 유입된 경우는 688명이다. 이 가운데 279명은 공항 검역 과정에서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고 나머지는 공항 검역을 통과하고 거주지 부근 보건소나 병원에서 검사 결과 확진됐다. 해외 입국자와 만나 감염된 국내 거주자는 4일 현재 103명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에 있는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3월10일 오전 코리아빌딩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민이 줄을 서 검사를 받고 있다.  ⓒ시사저널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에 있는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3월10일 오전 코리아빌딩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민이 줄을 서 검사를 받고 있다. ⓒ시사저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월3일 SNS에 올린 글에서 “방파제를 쌓아 파도를 막아왔지만, 이제 방파제로 감당할 수 없는 쓰나미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피하기 어려운 감염폭발에 대해 마음의 준비와 실질적 대비를 할 때”라고 적었다. 최근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 해외 감염자의 경우 상당수가 서울, 경기에 거처를 두고 있어 이들이 지역 감염을 일으킬 경우 대구‧경북 사태 때보다 훨씬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19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해 달라” 호소

이러한 사실을 의식해서인지 문재인 대통령도 4월3일 SNS 글을 통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연장되는 것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글에서 문 대통령은 “종교집회는 집단감염의 요인 중 하나”라며 “그런 면에서 조계종이 4월19일까지 모든 법회를 중단하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등 전국 각 교구가 미사를 무기한 연기하고, 개신교의 다수가 부활절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하기로 한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종교시설 운영 중단을 권고한 가운데, 3월22일 주말 예배가 열린 서울의 모 대형교회 입구에서 신도들이 방명록을 작성한 채 입장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종교시설 운영 중단을 권고한 가운데, 3월22일 주말 예배가 열린 서울의 모 대형교회 입구에서 신도들이 방명록을 작성한 채 입장하고 있다. ⓒ시사저널

그러나 4월6일부터 기독교와 천주교의 경우 고난주간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12일은 두 종교계의 큰 축제인 부활절이다. 문 대통령의 지적처럼 상당수 교회와 성당들이 온라인 예배 내지는 무기한 미사 연기를 결정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두 종교 모두 지금까지 부활절 예배나 미사를 열지 않은 적이 없다.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 현장예배 강행

일부 교회들이 고난주간 기도회와 부활절 예배를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 등은 시‧도 지자체의 행정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 예배를 꾸준히 열고 있다. 3월29일의 경우 서울에서 915개소에서 현장 예배를 진행했고, 부산 593개소, 대구 279개소, 성남 278개소 등 속속 현장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이 느는 추세다. 중소형 교회의 경우 예배 중단으로 헌금마저 줄면서 임대료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활절 예배까지 온라인으로 대체할 경우 운영난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도 이러한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4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 규모를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50명 내외 수준까지 줄이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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