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2) 와디즈] 세상에 없는 것을 있게 하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5 08:00
  • 호수 159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타트업 시장에 새로운 물줄기 낸 와디즈

첫 번째 원칙, 옳은 일을 한다.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이 됐다. 두 번째 원칙, 급변의 물살을 즐기며 앞서 나간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 최초의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회사가 됐다. 세 번째, 팀원 간의 필요를 채워준다. 상위 1%의 인재보다 팀워크가 뛰어난 플레이어를 채용한다. 보상과 복지는 당연히 보장된다. 네 번째 원칙, 파트너와 고객에게 긍정적인 기억을 남긴다. 메이커(생산자 및 발행기업)와 서포터(소비자 및 투자자)를 다이렉트로 만나게 해 모두를 만족시키는 펀딩을 유치한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원칙, 재무적 이익을 추구한다. 누구나 투자를 받고, 누구나 투자를 하게 하면서 기업도 함께 성장한다.

스타트업을 위한 종합 지원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 회사.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다. 군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모집을 뜻하는 펀딩(funding)의 합성어인 크라우드 펀딩은 특정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이나 프로젝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 나오지 않은 제품부터 미래를 바꿀 신기술이 와디즈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등장했다. 와디즈 직원들, 일명 ‘와디즈인’들이 지켜 나가는 위의 다섯 가지 원칙으로 와디즈라는 회사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것은 그만큼 회사의 원칙과 직원들의 사명감이 동일선을 걷고 있기 때문일 터. 차세대 유니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와디즈는 이제 월 방문자 1000만 명, 한 달간 펀딩 결제 건수 20만 건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크라우드 펀딩계의 신화를 쓰고 있다.

국내 최초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시작은 2012년이었다. 국내에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도 전이다. 와디즈가 현재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는 크게 리워드형(보상형)과 투자형(증권형)으로 나뉜다. 리워드형은 스타트업이 출시한 특정 신제품에 투자자들이 투자하면 그 보상으로 해당 제품을 받는 방식이다. 와디즈는 출범 초기 리워드형에 집중했다. 기업이나 특정 프로젝트의 주식·채권에 투자해 사업 성과에 따라 배당을 받는 증권형 펀딩은 관련법의 미비로 진행할 수 없었다. 대신 스타트업을 끌어들이는 것에 역량을 집중했다. 초기부터 새롭거나 특별한 아이템, 즉 유니크(unique)한 아이템만 와디즈를 통해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렇게 와디즈는 “아직 세상에 없다면 펀딩으로 있게 하자”는 광고 카피처럼, 세상에 없던 제품을 세상과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와디즈가 독보적인 날개를 단 것은 최초의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라이선스를 받으면서다. 신혜성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크라우드산업연구소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합법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크라우드 펀딩의 긍정적 영향을 보고서와 저서 등으로 제시했고,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성공사례를 만들며 많은 스타트업과 사회적 기업이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관련 법규가 개정됐고, 와디즈는 2016년 1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라이선스를 국내 1호로 취득했다.

그렇게 와디즈는 새로운 대체투자 시장을 만들어 나갔다. 2016년 영화 《너의 이름은》은 152명으로부터 1억9570만원을 모집했고, 영화 펀딩 사상 최고 수익률인 연 80%를 기록했다. 수제맥주 회사 세븐브로이는 2017년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으로 5억8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같은 해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와디즈 펀딩을 통해 단 26분 만에 목표 자금 2억원을 달성했다. 파도의 힘으로 전기를 일으키는 파력발전 기업 인진은 2016년 와디즈에서 218명의 투자자에게 4억5000만원을 조달한 이후 벤처캐피털(VC) 등의 투자 러브콜이 이어졌다. 인진은 25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아 영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펀딩 규모 전망치 4000억원

펀딩 규모의 성장세를 살펴보자.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1만6413건(리워드형 1만5716건, 투자형 697건)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와디즈를 만나 꿈을 키웠다. 2016년 106억원이었던 와디즈의 펀딩 규모는 2017년 282억원, 2018년 601억원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지난 6년간 펀딩액(1017억원)보다 많은 1435억원의 펀딩을 성사시켰다. 2020년 목표 전망치는 4000억원에 이른다. 단일 프로젝트에 최다 금액이 모집된 것은 20만원대 울트라북, 베이직북14였다. 6178명이 펀딩에 참여해 20억2000만원이 모집되는 기록을 썼다. 최다 서포터가 참여한 리워드 프로젝트는 샤플의 캐리어 제품. 2만2492명이 참여해 15억원이 모였다. 와디즈의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기업공개(IPO) 단계까지 도달한 곳도 배출됐다.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은 펀딩 성공 이후 3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와디즈의 성장은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확대를 견인했다는 데서도 의미가 있다. 와디즈 리서치센터가 크라우드넷 공시자료와 와디즈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2019년 내놓은 ‘스타트업 펀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모집금액은 2016년 198억원에서 2019년 2.5배 증가한 492억원으로 연평균 35% 성장 추세를 보였다. 펀딩 성공률 및 기업당 모집금액 증가로 인한 질적 성장이 전체 크라우드 펀딩 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발행한도가 연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됨에 따라 기업당 평균 모집금액이 2016년 1억5000만원에서 2019년 상반기 2억7000만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와디즈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2019년 기준으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내 와디즈의 시장점유율은 모집금액 82%, 성공 건수 72%, 투자 건수 94%에 이른다.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의 강점은 뭘까. 3월30일 유튜브를 통해 열린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공개 설명회를 직접 들어봤다. 재고 부담 없이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고, 시장 검증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또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고 서포터의 피드백을 통한 리워드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제시됐다. 또 하나는 펀딩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가 열리게 된 배경과 철학을 유심히 보는 서포터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에서 소신과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배경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대의 명물 ‘영철버거’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결정하자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와디즈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6800만원이 모집되면서 영철버거는 다시 일어섰다. 2019년 강원도 고성 산불로 30년 동안 운영하던 노가리 공장이 전소되는 아픈 기억을 딛고, 딸은 화재 몇 시간 전에 다른 냉동창고로 옮겨 둔 노가리 스틱을 통해 아버지를 돕고 싶다며 펀딩을 시작했다.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친 노가리 공장은 속초에 새로 자리를 잡고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런 스토리들은 와디즈를 통해 의미 있는 투자를 잡는 힘이 됐다.

 

트러스트 캐피털 그룹 지향…핵심자산은 ‘신뢰’

와디즈는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을 꿈꾼다. ‘트러스트 캐피털 그룹’을 지향한다. 결국 ‘신뢰자본’. 그러니까 신뢰가 기반이 된 소통 속에 가능성이 모여야 투자가 이뤄지고, 소비로 연결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배우 강하늘을 와디즈의 ‘첫 얼굴’로 삼은 것 역시 가장 신뢰도 높은 이미지를 가진 모델, 회사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사람을 찾은 결과다. 첫 모델은 와디즈인들의 투표를 통해 직접 선정됐다.

이 신뢰를 이어가고,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하는 노력들이 있다. 먼저 크라우드 펀딩 심사를 철저히 한다. 세분화된 카테고리별 심사 기준을 통과한 프로젝트의 테스트 과정을 꼼꼼하게 거친 뒤에야 프로젝트는 오픈된다. 오픈 이후에는 모니터링이 이어진다. 펀딩 서비스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고하기’ 기능도 확대 적용했다. 메이커들의 신뢰도는 데이터로 보여주고자 한다. 메이커의 신뢰 지수, 평판, 소통, 인기 항목으로 지표를 만들었다.

와디즈는 올해 1월부터 펀딩금 반환 정책도 시작했다. 통상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등록된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해도 중재자 역할 수행에 그친다. 글로벌 플랫폼인 인디고고나 킥스타터는 ‘노 리펀드’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와디즈는 프로젝트 결과를 집중 모니터링해, 메이커의 약속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펀딩금을 직접 반환한다. 심사와 모니터링이 와디즈의 ‘의무’라면, 투자의 성격을 갖고 있는 펀딩이라는 개념을 와디즈가 일부 책임지겠다고 선언한 것은 와디즈의 ‘도의’다. 메이커와 서포터의 신뢰, 와디즈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와디즈 복도 벽면에 걸려있는 미션과 비전, 그리고 5원칙
와디즈 복도 벽면에 걸려있는 미션과 비전, 그리고 5원칙

스타트업-투자자 연결 서비스 ‘스타트업 찾기’ 4월 중 론칭

이렇게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을 선도하며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와디즈는 지난해 5월 31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완료하면서 총 47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와디즈는 직접 투자에도 나섰다. 지난해 와디즈벤처스를 신설하고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 업드림코리아가 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을 기획하고 제조·유통하는 기업으로, 9차례의 리워드형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요양원 운영 경력이 있는 멤버들이 꾸린 국내 최초 고령자 식품 전문기업 ‘사랑과 선행’ 역시 와디즈의 투자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회사다. 와디즈는 2020년 1분기에만 5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와디즈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자체적 생산’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단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신 대표에 따르면 와디즈가 성장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하는 서비스는 유튜브와 에어비앤비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콘텐츠 관리가 핵심이 된다. 콘텐츠에 대한 밸류가 크리에이터들에게 제공되면서 제대로 된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유저들 간의 연결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어떻게 이들을 연결시키고 참여하게 만드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와디즈는 플랫폼 서비스로서 새로운 것을 생산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생산물을 조달하고 세일즈까지 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결국에는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와디즈의 가장 큰 포부다. 그래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신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와디즈에서 펀딩에 성공한 기업의 해외진출 활로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해외 구매자와 펀딩 성공 기업을 연계해 주는 서비스다. IPO를 2021년 이후로 순연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쏟는 와디즈는, 당장 4월에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빠르게 연결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찾기’라는 서비스를 론칭한다. 한국기업데이터와 제휴해 300만 개 이상의 한국 스타트업의 기업설명회(IR) 정보를 제공해 투자유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현 시대를 반영해, 환경과 생태계 보호 등 사회적 가치에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