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승리 예상…막판 큰 변수도 안 보여”
  • 감명국 기자·구민주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0 14:00
  • 호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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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 20인 ‘D-7 총선 최종 판세’ 전망…18명 “민주당 승리” 2명 “입장 유보”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선거 막판 한번쯤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변수마저 덮어버렸다.” 21대 총선을 약 일주일 남겨둔 4월7~9일, 시사저널의 마지막 총선 판세 점검 질의에 응답한 정치 전문가들의 전망은 거의 한 방향으로 모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제1당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과반수 의석을 훨씬 넘어선 압승이냐, 근소한 차이의 승리냐 정도만 다를 뿐, 모두 여당의 우세를 점쳤다. 20명의 정치 전문가 중 18명이 이렇게 전망했다.

2명은 답변을 유보하거나 최종 변수 가능성을 꼽았다. 반면에 미래통합당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시사저널은 본지가 엄선한 국내 유력 정치 전문가 20인을 대상으로 지난 3월16일자 ‘D-30 총선 3대 변수’에 이어 ‘D-7 최종 판세’를 전망하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양당의 선거를 이끌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왼쪽 사진)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각각 선거 유세에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양당의 선거를 이끌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왼쪽 사진)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각각 선거 유세에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여론조사만큼의 압승은 어려울 것” 평가도 

민주당 우세를 예상한 18명 중 3명은 최대 20석 차, 또는 그 이상 압승을 전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열린민주당을 제외하고도 민주당이 10석 이상, 열린민주당을 합치면 20석 이상의 승리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고 했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사실상 승부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만 150석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나머지 15명의 전문가도 모두 민주당 우세를 점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 50%, 여당 지지율 40% 상황을 거스르는 선거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몇 주 사이 형성된 게 아닌 몇 달째 형성된 지금의 지지율이 단 일주일 내에 바뀌길 기대하는 건 정말 국가 위기 상황에 준하는 대형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힘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민주당의 압승 예상을 경계하는 지적이 많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실제 선거에서 숨은 보수들이 충분히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민주당이 이기더라도 큰 차이는 안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도 “지금의 민주당 압승 구도가 총선 결과로 그대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여야 간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역시 “총선 때마다 드러난 여론조사의 한계를 감안하면 현재 격차가 확연하게 벌어지지 않은 지역들의 결과를 예상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 “민주당이 승리하겠지만, 여론조사만큼의 압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평론가의 지적처럼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를 너무 과신하는 게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과 달리 총선은 전망이 상당히 어렵다. 대부분의 지역구 여론조사가 500명 샘플인 데다 그것도 오차범위에 근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흐름만 보면 민주당이 근소하게 우세인 상황인 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지금 여론조사 결과는 친여 정서가 과도하게 반영된 느낌이다. 그 정도로 민주당이 압승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마 숨은 보수의 표가 실제 선거에서는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현재 민주당이 유리한 건 사실인데, 지금의 여론조사는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한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것이어서 착시효과가 있는 듯하다”면서 “여당의 초박빙 우세가 예상되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 한계…김종인 등판 효과도 없어”

민주당의 우세에는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불과 3~4주 전만 해도 민주당의 제1당이 어렵지 않을까 봤는데, 이후 판세가 크게 달라진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정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진 게 큰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고 밝혔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또한 “코로나 사태 때문에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깔려 있어 견제보다는 안정의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원래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큰데,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전반적인 이슈를 다 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향후 일주일 동안에도 지금의 구도가 바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 역시도 코로나 국면이 선거 전반을 강하게 짓누르는 상황 때문”이라고 봤다.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 정부의 코로나 위기 대응이 외국 사례와 비교되며 그나마 호평을 받고 있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통합당의 선거 전략과 막판 행태를 질타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정당이 세를 어느 정도 확장한 건 사실이다. 황교안 대표가 등장하고 새보수당과 통합까지 하면서 세 결집도 했다. 막판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영입하면서 중도 확장을 도모한 것까진 잘 왔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다. 즉 통합당이 민주당 우세 판세를 뒤집기 위해 앞으로 더 내놓을 카드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형식 소장은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의 과감한 공천이 나름대로 호평을 받았는데 이후 일부 공천이 뒤집히고 황교안 대표의 설화가 불거지면서 국민 눈높이에서 점점 멀어졌다. 맨날 ‘조국’ 얘기만 끄집어내고 문재인 정권은 망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망했는지 구체적인 사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도 “반문재인을 외치지만, 합리적인 유권자라면 왜 통합당을 찍어야 하는지 잘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돈 무소속 국회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건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고, 김종인 위원장도 다 늦은 시점에 나서는 게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김홍국 대진대 객원교수도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머무르며 수권정당으로서의 대안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정권 심판론의 호소력을 잃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명호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번 총선은 통합당이 절대 불리한 구도가 아니었다. 영남 65석 중 60석을 잡고, 수도권 121석 중 40석만 잡아도 100석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회복세가 확연히 더딘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엄경영 소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20대 총선과 비교해 볼 때 통합당은 구도상 이점도 사라졌다. 당시엔 제3당인 국민의당 후보가 수도권에서만 20% 안팎을 얻었고 그래서 새누리당(지금의 통합당)이 30% 후반, 40% 초반 득표율로도 당선된 경우가 꽤 있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민주-통합 양자구도가 되면서 수도권 전체적으로 민주당 우위 구도가 형성됐다. 정의당 등 진보진영 군소정당 득표력도 현저히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직 정확하게 판세를 점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4월 첫째 주 여론조사를 보면 무당층이 22%로 나온다. 이는 과거에 비해 높은 수치”라며 “22%는 실제 투표장에서는 투표수의 3분의 1이 될 수도 있는 높은 숫자니만큼 현재 누가 앞서고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정치 전문가들은 사상 최악의 총선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이번 선거전에 대해 비판과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번 총선은 너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이 펼쳐져 전망조차 하기 어렵다. 판단을 유보하려 한다”는 말로 비판적인 입장을 대신하는 심경을 나타냈다.  

정치 전문가 20인 명단 (가나다순)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교수, 김홍국 대진대 객원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상병 시사평론가,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유창선 시사평론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이상돈 무소속 국회의원,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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