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4월7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노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세계 노동자 33억 명 가운데 81%인 약 27억 명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해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 단축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노동자 4명 중 3명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ILO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평가했다.
ILO는 올해 2분기 전 세계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6.7%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1억9500만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라고 분석했다. 실직과 노동시간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종은 소매업과 숙박 및 서비스업, 제조업 등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분야에는 전 세계 노동자의 38%인 12억5000만 명이 일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이동제한명령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상점이 문을 닫으면서 고용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달 후반 2주 사이에 약 1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프랑스에서는 400만 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영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최근 몇 주 사이 10배로 늘었다. 아직 한국은 실업대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정규직 직원 300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직원 70%인 1만90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유급휴직을 실시한다. 항공업계 외에도 여행, 숙박, 제조업에서도 구조조정은 거론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앞으로 고용상황이 많이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1998년 취업자 증가는 -128만 명, 2009년에는 -9만 명이었는데, 실물경제를 흔들고 있는 이번 위기가 초래할 고용대란은 1998년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부 업종의 실업통계가 시차를 두고 지표에 잡히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3~6개월, 길게는 연말까지 고용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110만 명 정도의 고용쇼크가 올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안전망 밖에 위치한 노동자들이다. 현재 2800만 명 경제활동인구 중 고용보험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은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고용보험 비가입자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재난 상황에서 실업급여도 휴업수당 등도 받을 수 없다. 생계가 끊기거나 소득이 감소하면 말 그대로 재난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는 계층별로 피해와 대응력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이번 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분들에 대한 지원책이 현재 정부의 정책테이블에 없다”며 “제대로 된 수요조사를 서둘러 실시해 이분들을 사회안전망으로 끌어들이는데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이 방법이 긴급재난지원금보다 더 효과적이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고강도 실업대책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며 “앞으로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 현재 고용보험으로 모두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추가경정예산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봉 교수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번 위기에 입은 타격은 완전히 다르다”라면서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이들에게 그 차액만큼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거나, 근로조건이 취약해지고 있는 이들을 껴안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한꺼번에 해고가 되는 상황이 되면 사회안전망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도 있다”며 “기업이 고용유지를 할 수 있게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