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영상 있는 분?”…지금도 무한 증식 중인 ‘제2의 n번방’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3 15: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 착취 영상물 공유방 잠입 취재…5일 간 방 참가자 1400명 육박
일베 용어로 대화하며 정부 조롱하기도…경찰 “링크만 공유해도 처벌 가능”

A : “오 XX, 여기 야한 거 있는데 괜찮음?”

B : “미자(미성년자)만 아니면 되지 뭐”

지난 9일 오후 1시 한 텔레그램 방. 1396명이 참가한 이 방에서는 각종 성인물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최근 논란이 된 ‘n번방’을 의식한 듯 “외국물(외국에서 생산된 성인 콘텐츠)이라 괜찮음” “우리나라 사람만 안 나오면 됨”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공유한 각종 영상물에는 성 착취물로 의심되는 불법 촬영물 수십 개가 섞여 있었다.

경찰이 n번방 사건을 계기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성 착취 범죄를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지만, 텔레그램에서는 성 착취물 공유방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n번방 여파로 성 착취물 제작은 줄었지만, 성 착취물 유통의 고리는 끊지 못한 모양새다. 시사저널은 지난 5~10일까지 ‘Candy Shop’이라는 한 텔레그램 방에 잠입해, 성 착취물의 유통 실태를 들여다봤다.

텔레그램 방 'Candy Shop' 캡쳐. 참가자들이 일간베스트 용오들을 사용하며 각종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고 있다. ⓒ시사저널
텔레그램 방 ‘Candy Shop’ 캡쳐. 참가자들이 일간베스트 용어들을 사용하며 각종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고 있다. ⓒ시사저널

“역시 국산이 좋다”…텔레그램 채운 성 착취물

지난 5일. ‘제2의 n번방’이 있다며 한 제보자가 보내온 ‘링크’를 누르자 텔레그램으로 연결됐다. 참가자는 1195명. 실시간으로 각종 영상과 사진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그러나 방에 입장한 직후 마주한 사진과 영상은 ‘n번방’과는 사뭇 달랐다. 방은 ‘조국 수호’를 비롯한 각종 정부 찬양 구호와 대통령 사진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방 참가자들은 n번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을 이런 식으로 비웃고 있었다.

그러나 방의 실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드러났다. 검찰이 '박사' 조주빈(25‧구속)의 공범들을 불러 수사한 지난 7일, 같은 시간 텔레그램에서는 각종 음란물들이 범람하고 있었다. 방의 ‘핵심 멤버’로 보이는 몇몇이 여성의 노출 사진과 영상을 분 단위로 공유했다. 다만 대부분은 외국 성인 배우들이 연출한 성인물로 보였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참가자들을 안심시켰다. 한 참가자가 “이 방은 어떤 방이냐”고 묻자, 영상 게시자가 “여기는 외국어 공부방”이라고 답하며 ‘우리는 n번방과 다르다’, ‘불법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졌다.

그러나 이들의 자신감과 달리 방의 실체는 n번방과 유사했다. 직접 제작하지 않았다는 차이만 있을 뿐, 이들은 성 착취물로 의심되는 각종 영상과 사진을 틈틈이 공유했다. 이들은 ‘로리물’(아동 성 착취물)이나 ‘XX녀 영상’이란 단어를 거리낌 없이 내뱉으며, 더 세고 폭력적인 영상물을 찾아헤맸다. 심지어 몇몇 참가자들은 성 착취 영상물 캡쳐 등을 올리며 피해자를 조롱하기도 했다.

n번방의 여파인지, 참가자 누구도 직접 ‘조주빈’이나 ‘박사방’ 등의 단어를 올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텔레그램 참가자들의 행태는 조주빈이 박사방을 운영하며 보여준 모습과 닮아있었다. 일례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을 이모티콘으로 사용하고, 대화는 주로 ‘이기야’ 나 ‘~하노’로 끝맺음됐다. 모두 일간베스트(일베) 유저들이 쓰는 단골 용어다. 이들은 방에 영상물 공유가 끊기면 “역시 국산(한국에서 제작된 불법 촬영물)이 좋노” “로리 올려달라 이기야”라며 영상 공유자를 자극했다.

 

경찰 “링크만 공유해도 처벌 가능해”

텔레그램 방 ‘Candy Shop’ 캡쳐 ⓒ시사저널
텔레그램 방 ‘Candy Shop’ 캡쳐 ⓒ시사저널

9일 자정까지 텔레그램 ‘Candy Shop’ 방에는 약 300여 개의 성 착취물 영상물 및 노출 사진 등이 올라왔다. 방 참가자는 하루 평균 100명씩 늘었다. 9일 기준 방에 들어온 참가자는 총 1396명. 그러나 방은 다음날 '폭파'(삭제)됐다. 검찰이 성 착취 영상물을 대량 소지한 경우 구속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징역 2년 이상을 구형하도록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다. 다만 방이 폭파되기 전 이른바 ‘대피소’로 불리는 또다른 대화방 주소가 몇몇 회원들에게 공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같은 ‘유사 n번방’에 대해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하지 않더라도, 해당 영상을 다운로드받거나 링크 등을 복사해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며 “(텔레그램이라고) 검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 잡아낼 수 있는 수사기법이 개발된 상태다. 성 착취물 공유방에는 호기심으로라도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