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V자 반등에도 위기론은 ‘활활’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0.04.23 10:00
  • 호수 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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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원인 코로나19 문제 여전히 미해결…제2의 경기침체와 증시 충격 올 수도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는 패닉 그 자체였다. 3월2일 2000선을 지켰던 코스피지수는 3월19일 장중 1439.43포인트까지 급락했다. 13거래일 만에 30% 가까이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역시 33.1%나 떨어졌다. 코로나19 공포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점이 주가 급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4월 들어  국내 증시는 가파르게 반등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 정책을 연이어 쏟아낸 점이 투자심리 개선에 주효했다. 1400선까지 내렸던 코스피는 4월 들어 18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 또한 600선 탈환에 성공했다. 비관론으로 가득했던 국내 증시 분위기 역시 ‘V’자 반등에 대한 기대로 전환되는 모습이었다.

4월 들어 코스피 1800ㆍ코스닥 600선 회복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추가적인 증시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 급락을 일으켰던 근원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코로나19의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글로벌 확산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문제가 글로벌 경제에 지속적인 데미지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회의론자들은 주장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실물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이끈 벤 버냉키 전 의장은 4월7일(현지시간)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에 매우 좋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달만 하더라도 경기의 빠른 반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버냉키의 후임인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도 최근 “현시점에서 보면 실업률은 12~13%까지 오를 수 있다. GDP 감소는 적어도 3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잇달아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경제의 부진을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2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에서 -30%로 대폭 낮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률과 소비 지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유수의 IB 역시 올해 2분기 미국 경제가 각각 -14%, -24%, -12%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주요 경제위기와 현재 위기의 차이점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나쁘지 않아 신속히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발발 이전부터 성장률 하락폭이 커지던 상황이었다”며 “기초체력이 이미 약해진 상태여서 경제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물경제 호전 없이는 주가도 결국 하향 추세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물경제 충격에서 파생되는 세부적인 리스크 요인들도 증시의 추가적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신흥국들의 연쇄적인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축통화와 안정적인 재정 환경을 갖춘 일부 선진국은 각종 부양책을 통해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데 성공했지만, 이와 반대 상황에 있는 신흥국의 경우 디폴트 위험이 확대된 상황이다. 영국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4월11일 “당장의 수입 대금과 달러 표시 채권을 막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한 국가가 현재 90곳을 넘어섰다. IMF 전체 회원국 189개국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라며 “특히 아르헨티나의 경우 아홉 번째 디폴트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고 터키, 스페인 등과 함께 낮은 외환보유고와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흥국들의 연쇄 부도가 현실화한다면 대외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실물 부문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재정 건전성이나 대외 건전성이 취약한 국가의 재정위기나 외환위기로 이어져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하고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디폴트 시 국내 금융시장 큰 충격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증시에 부정적인 재료로 꼽힌다.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가 지난 4월12일 감산에 합의해 유가 급락세는 일단 멈췄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 탓에 수요 측면에서는 회복되지 못하면서 국제유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하방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낮은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경우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 밖에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증시의 잠재적인 리스크로 볼 수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미국 연준의 경우 주택저당증권(CMBS)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정크본드(Junk bond·투기등급 회사채)를 포함한 전례 없는 자산 매입에 2조3000억 달러(약 2800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추가적인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에 대응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향후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에 대한 부담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 또한 여전한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급락 이후 반등한 역사를 살펴보면 매수 주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전환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잠시 반등하는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 가능성도 열어놓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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