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로 갈린 대한민국…슈퍼여당이 탄생한 4가지 이유 [시사끝짱]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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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189석 vs 범야권 111석…여권 기록적 압승 배경은

1987년 개헌 이래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제21대 총선에서 180석 이상을 차지하는 슈퍼여당이 탄생한 것이다. 야권은 궤멸 수준에 가까운 참패를 기록했다. 여권이 기록적 압승을 거둔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4‧15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했다. 여기에 자매정당을 표방한 열린민주당의 3석과 범진보로 분류되는 정의당 6석까지 합치면 범진보 의석만 189석이다. 국회 의석의 3분의2 가까이 여권이 독점한 것이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을 확보해 간신히 개헌저지선을 넘겼다. 국민의당은 3석, 민생당은 0석을 기록하는 참패를 맞이했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방송 시청실에서 이해찬 당대표, 이인영 선대위원장이 등이 발언하는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15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방송 시청실에서 이해찬 당대표, 이인영 선대위원장이 등이 발언하는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정권심판보다 국난극복 통했다

여권의 압도적 승리에는 코로나19 관리에 대한 긍정평가가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도가 높아진 데다, 문재인 정부의 감염병 대응 능력에 대한 내·외신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면서 지지율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보수야당에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이나 조국 전 장관 가족의 비리,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16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수세에 몰려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정국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원래대로라면 정권심판론이 우세할 때이지만 코로나19 정국으로 인해 국정 안정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4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4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 청와대

견제세력은 지리멸렬…황교안은 자질 부족

야당이 지리멸렬했던 것도 어부지리로 민주당의 압승을 도왔다. 탄핵정국의 오명을 깨끗이 씻지 못했던 탓일까. 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친박 세력을 공천 배제하는 파격을 선보였지만, 선거운동 막판 막말 파동이 터지면서 이미지 세탁에 실패했다. 김종인‧박형준 등 중도 성향의 인사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는데도 결과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통합당의 얼굴인 황교안 대표가 지역구에 출마한 게 패착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황 대표는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이낙연 전 총리와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간 내내 이 전 총리에 밀리다가 결과적으로 18.4%포인트 차로 크게 뒤졌다(이낙연 58.3%, 황교안 39.9%). 이에 대해 김만흠 원장은 “황 대표가 ‘지는 싸움’에 전면으로 나서면서 오히려 대안 세력으로서의 신뢰를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결국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민주당이 진보의 터전인 호남에서 민생당을 누르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배경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전북‧전남‧광주 지역구 19석 가운데 18석을 확보했다. 민생당은 호남의 맹주 자리를 지킨다며 이 지역에 올인 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이와 관련해 김 원장은 “민생당이 선거 전략을 잘못 짰다”며 “민주당의 2중대인지, 민주당의 경쟁자인지 분명히 하지 않아 존재감이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초유의 居與 상황…민주주의 퇴화 우려도

한편 거여 상황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칫하면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다당제를 채택했지만 사실상 자민당이 늘 표를 싹쓸이 해 ‘1.5당제’라고 불린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높게 평가받지 않는다. 김 원장은 이 같은 사례를 들며 “독재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총선 결과가 양당체제를 강화하고 지역주의를 심화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다. ‘진보는 좌파, 보수는 우파’라는 말처럼 21대 총선 결과는 정확하게 동서로 갈렸다. 김 원장은 “승자독식하는 지금의 선거제도는 민심을 왜곡하기 마련”이라며 “사표 역시도 국민의 선택 중 하나이기에 유권자들의 민심을 차분히 살피라”고 당부했다.

ⓒ 시사저널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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