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 슬기로운 귀금속 투자의 ABC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30 08: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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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보존은 물론 상승도 기대해 볼 만

세상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많은 인명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도 뒤흔들고 있다. 중국의 봉쇄 조치로 타격을 입은 글로벌 공급망은 일시적인 충격으로 간주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계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뚜렷한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상태에서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전체에 대한 이동 제한과 봉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각종 물류 차단과 소비 급감 등으로 이어지면서 세계경제를 붕괴시키고 있다. 

IMF는 4월14일 내놓은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이는 IMF가 세계경제 성장률을 공식 집계한 19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오일쇼크를 겪은 1980년의 –2.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1%를 뛰어넘는다. 오히려 IMF는 이 전망조차 하반기에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만약 연말까지 사태가 계속되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6.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의 성장률이 –5.5%였음을 감안하면 이런 수치가 가져올 충격과 공포가 얼마나 이례적인지 알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은 금융 및 자산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암울한 경제 전망에 대한 두려움과 정부 및 중앙은행의 강력한 지원에 대한 기대가 엇갈리면서 상상하기 힘든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유동성 확대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을 예상하며 금과 은 등 귀금속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원유는 세계적인 수요 급감 속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조치 등으로 폭락했다가 감산 합의를 거치면서 다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어지러운 모습이다. 

미국은 셰일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 시장의 붕괴 우려가 제기된다. 유럽은 독일의 대표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부실 우려, 중국은 계속 지적받던 은행과 그림자 금융의 부실 현실화에 대한 두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시기에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위기 극복을 위해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되면 필연적으로 화폐가치 하락이 올 것이라 생각하는 수요가 금으로 몰리면서 금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위기 극복을 위해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되면 필연적으로 화폐가치 하락이 올 것이라 생각하는 수요가 금으로 몰리면서 금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화폐가치 낮아질 땐 금과 은 투자 각광

금융시장 혼란이 발생하면 보통 주식 등 유가증권을 매각하고 현금 보유를 선호하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혼란이 촉발한 극심한 변동성이 오히려 수익을 내기 좋은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우량 자산을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는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대규모 신규 참여는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위기 때 우량자산 비중 확대가 결과적으로 이득이라는 걸 수차례 경험을 통해 터득한 개인들이 리스크를 감내하고 투자를 늘리는 것은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다. 

위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자산 확보다. 대표적인 자산이 바로 금이다. 금은 현금과 마찬가지의 환금성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화폐가치 하락에 대응하며 가치를 유지하는 자산으로 인정받는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화폐가치 하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수요가 금으로 몰리면서 금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 가격은 2014년 KRX 금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금 통장을 비롯해 ETF 등 다양한 투자수단이 등장하면서 금 투자는 수월해졌다. 하지만 금 역시 주식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자본 참여에 따른 시장 급변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항상 안정된 가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은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은은 귀금속이라는 가치와 더불어 산업재로서의 기능도 같이 갖고 있다. 그래서 경제적 혼란과 산업 침체가 나타나는 경우 은 시세를 전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역사적으로 금과 은은 1 대 30~50 정도의 비율로 교환됐지만, 지난 2년간의 교환비율은 1 대 80~90 수준이었다. 최근엔 110대 초반이다.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이유는 금 가격 상승에 비해 은이 뒤처지기 때문이다. 이런 교환비율이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은 투자는 고려할 만하다. 다만 은은 금에 비해 공급 확대가 용이하고, 산업적 수요가 큰 영향을 미쳐 가격 변동성이 금에 비해 큰 편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11년 온스당 48달러였던 은 가격은 이후 계속 하락해 올해 3월20일 11.74달러로 10년래 최저가를 기록했다. 

금·은 외에 관심을 받는 귀금속은 백금과 팔라듐 등이다. 백금은 금에 비해 더 희소해 각광받는다. 백금계 금속인 팔라듐도 2019년 매우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2000년 초반을 기준으로 할 때 팔라듐 ETF의 경우 30%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의점은 백금과 팔라듐은 귀금속인 동시에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등에 활용되는 산업재적 특성을 갖고 있어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백금은 금 가격이 오를 때마다 대체재로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귀금속 보유가 무조건 안전’ 인식은 버려야

금을 비롯한 귀금속은 안정을 상징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제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급변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채굴에 의한 공급은 제한돼 있지만 각국 중앙은행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양의 금이 있기 때문에 시장가격의 변화에 따라 공급은 단기간에 늘어날 수도 있다. 귀금속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화폐가치의 변화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한다. 또한 ETF 방식으로 거래할 때 매매차익에 따른 배당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혼란은 두렵고 피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봐도 전쟁과 질병은 기존 사회체계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세력의 등장을 가져왔다. 코로나19는 상상하지 못한 충격을 가져왔다. 이런 충격은 단기간에 끝날 수도 있지만 몇 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다. 위기의 시대에 귀금속은 자산가치의 보존은 물론 상승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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