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들어간 비례당 합당 약속…그 속에 숨겨진 ‘눈치싸움’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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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인선 둘러싸고 ‘제3의 교섭단체’ 누가 차지할까

21대 국회의원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가운데,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간의 ‘눈치싸움’이 시작된 모양새다. 앞서 위성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공언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과의 통합 대신 ‘제3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자, 통합 논의를 잠시 미뤄둔 상태다.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운데)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운데)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63석, 미래통합당 84석, 미래한국당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을 차지했다. 이 중 원내교섭단체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구성 가능하다. 미래한국당과 시민당은 20석에 모자라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없다.

하지만 ‘의원 꿔주기’나 ‘통합’의 방식으로 새로운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나 시민당 모두 합당을 하지 않을 경우 야당으로 남게 된다. 통합당의 경우 미래한국당에 의원 1명을 이적시키거나,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들을 미래한국당에 입당시킬 경우 교섭단체를 꾸리게 된다. 또 국민의당과의 합당해 교섭단체를 꾸릴수도 있다.

시민당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우선 부족한 의원 3명을 민주당에서 이적시키는 방안이 있다. 또 3석을 얻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6석을 얻은 정의당과 연합해 교섭단체를 꾸릴 수도 있다.

교섭단체가 중요한 이유는 국회가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상임위원장 배분과 국회 의사일정 합의 등에서도 같은 편 교섭단체가 생길 경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당보조금 자체도 다르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교섭단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초대 공수처장 인선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총 7명의 추천위원 중 여당 몫인 5자리를 제외한 2자리가 남는데, 통합당이 1자리를 가져간 이후 남은 위원을 누가 추천하느냔에 따라 공수처장 인선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과 노선을 같이 하는 시민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7명 중 6명의 동의가 필요한 공수처장 인선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통합당과 같은 노선인 미래한국당이 제2교섭단체를 차지할 경우 공수처 출범 자체가 상당히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움직임을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당초 위성정당 출범 당시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총선 후 합당’을 공언했던만큼, 제3 교섭단체를 추진할 경우 ‘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도 합당을 당장 추진하지는 않고 있지만 교섭단체 추진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당내에서 별도의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 나오고 있긴 하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교섭단체를 꾸릴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원 대표는 “야당이 참패해 송구스러운 상황이지만 야당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염동열 미래한국당 의원은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 검토해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열린 선대위 해단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한국당이 별도의 교섭단체를 만드는지 보고 결정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통합당이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며 먼저 추진할 생각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한 열린민주당과 시민당의 합당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으로서는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교섭단체를 꾸리더라도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 고민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불어시민당이 출범하면서 총선 뒤 해산해 각자의 정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합당이 ‘꼼수’를 쓴다면 고민스러울 순 있겠지만, 우리가 약속한 것도 있기 때문에 고민스러운 점이 많다”며 “조만간 지도부가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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