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져가면 돈 준다고?…국제유가 사상 첫 ‘마이너스’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4.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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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5월물, 유례없는 -37달러 기록…저장 공간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선물만기 겹쳐 대폭락
“선물 시장 특성 반영…실제로 원유 팔고 돈 주는 일은 없어”
원유 시추 ⓒ Pixabay
원유 시추 ⓒ Pixabay

전세계 경기 침체로 하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급기야 마이너스(-)대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하락 압박을 받던 원유 시장이 선물 만기일까지 겹치면서 마이너스 가격대로 대폭락한 것이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 가격을 나타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는 원유 생산업체가 구매자에게 돈을 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 대비 300% 넘는 낙폭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유시설, 저장시설, 파이프라인, 심지어 바다 위의 유조선도 원유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레이드 이안손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원유를 저장할 곳만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유 저장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WTI 선물 구매자들이 5월분을 대거 팔아 치웠고, 차월물인 6월물 선물 계약으로 갈아타면서 유례없는 유가 대폭락 사태가 연출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5월물 거래는 12만6000여 건에 불과했지만 6월물 거래는 80만 건에 육박한다.

이번 국제유가 대폭락 사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원유 수요 급감과 공급 과잉이 덮친 상황에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 이벤트까지 겹친 탓이다. 선물 투자자들은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둔 상황에서 5월물을 팔고 6월물을 사들이는 이른바 '롤오버'를 택했다.

CNBC방송은 "마이너스 유가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겠지만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마켓워치 역시 이번 유가 폭락은 선물 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며 이 상황이 수급 펀더멘털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25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WTI는 배럴당 18% 내린 20.43달러에 마감했다. 10월과 12월물 WTI는 각각 31~32달러를 나타냈다. 결제월이 늦어질수록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이른바 '콘탱고' 현상으로, 올 가을쯤 원유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는 유가 폭락 영향에 동반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592.05포인트(2.44%) 하락한 2만3650.4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1.40포인트(1.79%) 내린 2823.1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9.41포인트(1.03%) 하락한 8560.73에 각각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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