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황산 누출사고 “천재(天災) 아닌 인재(人災)”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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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화학 온산공장 황산 누출 2명 부상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 황산 누출사고 계속 발생
사고원인은 대부분 안전불감증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해 있는 울산공단에서 황산 누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사고 소식에 시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울산 온산공단 내 코스모화학 온산공장에서 20일 오후 2시 쯤 황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2명이 얼굴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황산 누출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울산 석유화학공단ⓒ울산시
황산 누출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울산 석유화학공단ⓒ울산시

경찰과 소방당국은 근로자들이 황산 밸브 교체 작업을 하다 배관 안에 남아 있던 황산이 누출된 것으로 보고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코스모화학 온산공장은 백색 안료인 이산화티타늄과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황산코발트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코스모화학 온산공장이 안전과 환경에 신경쓰지 않아 그동안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해 왔으며 이번 황산 누출도 예견된 사고”라고 주장했다.

인근 주민들은 코스모화학을 불신해 왔다. 지난해에는 코스모화학이 원광석과 농황산(98%)이 반응해 여과된 뒤 나오는 찌꺼기(악취를 동반한 독성 폐기물)를 공장 안에 불법 야적했다가 주민들의 신고로 낙동강관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또 방류수 수질 모니터링 설치 미비, 대기배출시설 미비 등 각종 오염방지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가동하다가 이행조치를 받았다.

 

끊이질 않는 황산 누출사고, 재발 방지책 시급

그 동안 울산공단에서 크고 작은 황산 누출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2018년 8월 1일 울산공단 내 큐바이오텍 공장에서 황산이 누출됐다. 옥외 탱크가 넘어지면서 배관이 파손돼 황산 65톤이 새나와 울산소방본부가 긴급 출동하기도 했다. 2018년 6월 25일에도 울산공단 내 석유화학업체인 카프로에서 황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지하배관에서 황산이 유출됐는데 즉각적인 조치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리고 2014년 7월 17일 울산항 4부두 케미컬운반선에서 황산·질산 혼합물 이송작업 중 폭발음을 동반한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황산과 질산 혼합물을 선적하던 중 수송관에 틈새가 생기면서 "꽝" 소리와 함께 폭발한 것이다.

2016년 6월 28일 울산 온산공단 내 고려아연 2공장에서 발생한 황산 누출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대형참사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공장 정기보수를 위한 황산 제조공정의 배관 해체작업 도중 70% 농도의 액체상태 황산 1000ℓ가량이 뽐어져 나왔다. 이 사고로 협력업체 작업자 2명이 숨지고 4명은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배관에 든 황산을 모두 빼내지 않은 상태에서 보수공사를 지시한 안전책임자 이 모 부장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제련소장 전 모 씨 등 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는 “공사기간을 맞추기에 급급해 안전 매뉴얼을 무시했고, 안전장비 미지급 등 이윤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하는 기업의 무책임성 때문에 인재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울산에서 발생한 황산 누출사고 대부분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 로 밝혀졌다.

황산은 냄새가 없는 유독성 물질로 분류돼 있고 피부에 닿으면 치명적이다. 황산은 비료 제조, 정유, 폐수 처리, 납축전지의 전해질 등 산업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매우 위험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특히 화학업체가 밀집한 울산공단의 황산 사용량은 엄청나고 누출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기업체에만 맡겨 두면 황산 누출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 산업안전 전문가인 신승부 전 울산대교수는 “울산처럼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밀집한 공단에 대해서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정기점검과 철저한 지도단속, 유독성 화학 물질 취급 업소 지리정보 구축을 비롯한 근본적인 안전관리 체계 확립 등 재발 방지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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