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해체하고 감독 기능 금감원으로 일원화해야”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9 10: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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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성인 홍익대 교수 “금감원 독립돼야 금융개혁 가능”

“저는 금융위원회라는 조직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벌어진 일련의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금융위원회(금융위)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금융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전 교수는 진보진영의 대표적 경제학자이자 현실참여형 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특유의 소신 발언으로 금융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소를 잃은 금융당국과 금융시장이 어떻게 외양간을 고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시사저널 임준선
전성인 홍익대 교수 ⓒ시사저널 임준선

라임 사태와 DLF 불완전 판매 등 일련의 금융사고를 어떻게 정의하나.

“라임 사태는 사모펀드와 코스닥 시장의 난맥상을 드러낸 ‘금융 스캔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번 사태에는 펀드 운용사와 경영자의 사기․횡령․배임, 이사․감사의 직무태만, 펀드 판매회사의 불완전 판매, 투자자들의 모험 투자, 금융위의 무책임한 규제 완화, 사후 처리와 관련한 법 제도상의 미비 그리고 혹시 있을지 모를 정치권과 사채꾼의 결탁 가능성까지 모든 것이 망라돼 있다. 상장지수채권(ETN)이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는 상대적으로 불완전 판매와 은행들의 무모한 성과 위주의 경영원칙 등이 더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이토록 많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무엇으로 분석하나.

“근본 원인은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완화가 시작됐다. 가장 결정적 계기는 금융위가 2014년 정부입법으로 발의해서 이듬해 통과된 자본시장법 개정이다. 이 때 개인 투자자들의 최소 투자금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내렸다. 사실상 개인들에게 사모펀드 투자의 문호를 대폭 개방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책임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작은 돈을 모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사모 재간접 펀드를 방치했다. 작년 10월1일에는 그 최소한도마저 삭제해버렸다. 그렇게 사실상 누구나 사모펀드 시장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만들어버렸다. 금융위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관련 담당자들은 정말 석고대죄해야 한다.”

규제 완화 말고 다른 문제점은 무엇인가.

“사전 규제를 완화시켰으면, 사후 규제라도 강화시켰어야 했다. 이 부분의 제도 정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 점도 문제다. 은행이나 보험회사가 부실해지면 감독당국은 어떻게 하나? ‘적기시정조치’를 내린다. 소위 말하는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 받거나, ‘경영개선 명령’을 내린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증자나 계약 이전 등을 강제할 수 있다. 금융위의 이런 권한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명시돼 있다.”

금융당국의 책임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정의부터 명확히 하자. 한국에서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을 말한다. 금융위는 제도 설계와 임직원 제재 등을 담당한다. 금감원은 사전․사후 검사 기능과 제재의 1단계를 맡는다. 하나씩 따져보자. 우선 금융위는 최근의 사건․사고에 대해 어떤 책임이나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 제도 설계가 엉망인데 그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쪽으로 논의가 번지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저는 과거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밀어붙였던 금융위 관료들과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담당자들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책임을 묻기가 참 어렵다. 정책 결정의 상층부에 있는 자들이 대부분 현직을 떠나 정치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사법적 책임 추궁도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재간접 펀드의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라임 펀드와 직접적 상관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그 부분도 쉽지 않다.”

금융위가 제 역할을 다 못했다고 보나.

“가령 라임 펀드처럼 사모펀드가 부실화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라임 펀드의 자산 운용사를 바꾸거나, 아니면 임원을 갈아치우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감독당국에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임원에 대한 해임 요구 권한은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강제로 임원으로 앉히는 권한은 없다. 교육부는 사립학교 재단이 부실화되면 관선이사를 파견할 수 있지만, 금융위는 라임 운용에 관선 임원을 파견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가 쌓이고 쌓여 라임 사태가 ‘정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윤석헌(금감원장) 책임론’도 제기한다.

“저는 금감원장 자리를 노리는 목소리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규제 완화에 의한 금융사고는 규제 완화를 한다고 즉각 발생하지 않는다. 규제 완화의 부작용이 축적돼야 사고로 터진다. 따라서 재임 중 사전 규제가 대폭 완화된 부문에서 사고가 터졌다면 당연히 문책의 시선은 사전 규제를 완화했던 정책당국자에게 향해야 마땅하다. 금감원의 잘못은 현행 제도상의 문제를 딱 부러지게 국민에게 알리지 못한 데에 있다.”

또 제도적으로 꼭 보완돼야 할 것은 무엇이 있나.

“무엇보다도 펀드 사고 시 사후 정리절차에 관한 법적 미비가 보완돼야 한다. 재산보전 처분, 계약 이전, 운용사 교체 또는 기존 운용사에 관선 이사 파견 등과 같은 내용이 들어와야 한다. 사모 전환사채(CB) 남발과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의 오남용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 손해가 되는 행위에 무책임하게 찬성한 이사에 대한 펀드 투자자의 직접적인 책임 추궁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획득한 범죄수익을 철저하게 환수할 수 있도록 범죄수익에 대한 민사적 환수제 등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

문제를 일으킨 금융회사들이 제재에 불복해 금융당국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제재 불복 사건은 많은 것을 연상시킨다. 저는 제재권을 둘러싼 금융위와 금감원의 해묵은 갈등이 비정상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제재는 금감원장 전결로 이뤄졌는데, 금융위는 이런 관행이 축적되면 자신들이 가지는 제재 권한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듯 하다. 이런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이 금융개혁이다. 금감원의 위상 제고는 제도적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 과거 한국은행이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라고 불릴 때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한은의 독립성 강화가 정답이다. 마찬가지로 금감원의 위상 제고 역시 권한과 책임 측면에서 자율성의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금융감독 체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저는 금융위라는 조직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기구가 산업정책을 함께 추진할 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은 이미 과거에 여러 금융사고를 통해서 증명됐다. 이번에도 금융감독 기구가 섣불리 사모펀드 시장 발전을 위한다면서 규제 완화를 해놓은 것 때문에 문제가 크게 터진 것이다. 꼼꼼하게 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만을 추구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문제 발생 가능성이나 해결의 투명성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래서 금융위 조직은 해체하고 감독기능은 금감원으로 일원화하되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기구와 시장감독기구로 쪼개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시장감독기구는 인원과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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